6-1.jpg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성 환자 가운데 유독 대머리가 많은 이유는 남성 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며, 이것이 COVID-19에 대한 새로운 대처 전략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 : Pixabay

 

남성 성 호르몬과 관련... ‘안드로겐’ 수치 높을수록 위험도 증가

라 트로보대학교 유전학자, “COVID-19 치료의 새 전략 가능성” 진단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전 세계 학자들의 연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발표된 두 건의 소규모 연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한 남성 환자 가운데 대부분이 대머리였음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 미디어의 한 면을 장식한 바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멜번(Melbourne), 라 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의 저명한 유전학자인 제니 그레이브스(Jenny Graves) 교수는 최근 호주 비영리 학술 전문지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과학은 그럴 듯한 설명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레이브스 교수에 따르면 남성형 대머리(male pattern baldness)는 안드로겐(androgens)이라는 남성의 성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 안드로겐은 COVID-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SARS-CoV-2’가 인체 세포에 유입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따라서 높은 수준의 안드로겐이 COVID-19 감염과 사망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게 그레이브스 교수의 설명이다.

이 가설은 위험에 처한 이들을 식별하고 COVID-19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COVID-19로 인한 고통, 남성이 여성보다 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때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한 가지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감염 및 사망 위험이 높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가능한 요소가 있다. 우선 남성은 COVID-19 감염으로 인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만성질환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이런 질환에는 가장 흔한 심장질환, 당뇨가 포함된다.

또 하나는 남성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 감염의 심각한 영향을 막는 데 있어 여성만큼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요인은 성 호르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현재, 성 호르몬은 ‘SARS-CoV-2’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여 감염을 일으키는 능력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머리와 COVID-19

 

스페인 마드리드(Madrid) 소재 한 병원에 입원한 COVID-19 감염자를 조사한 결과 122명의 남성 환자 중 79%가 대머리였다. 또 다른 소규모 실험을 위한 조사에서도 COVID-19 입원환자 중 대머리인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형 대머리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의 보다 활동적인 파생물질인, 높은 수준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다.

물론 대머리와 COVID-19 사이의 민감성에 대한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나이나 다른 조건을 조절, 더 큰 표본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는 더 높은 수준의 DHT가 심각한 COVID-19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관련성은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이해되나

 

‘SARS-CoV-2’는 바이러스 표면의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의 세포 표면에 내장된 단백질 수용체(ACE2 receptors)에 달라붙음으로써 사람의 폐 세포로 침투한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작용할까. 최근 과학자들은 ‘TMPRSS2’라는 효소가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분해하여 ACE2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TMPRSS2’라는 유전자는 남성 호르몬, 특히 DHT가 안드로겐 수용체(모발 세포, 폐 세포를 포한한 세포 표면의 단백질)에 결합할 때 활성화된다.

따라서 남성 호르몬이 많을수록 안드로겐 수용체 결합도 늘어나고 ‘TMPRSS2’가 더 많아지며 바이러스의 침투가 용이해진다.

 

6-2.jpg

최근 일부 소규모 연구는 남성형 대머리((male pattern baldness)의 경우 높은 수준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과 강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심각한 COVID-19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 Flickr / Katja

 

수백 명 환자의 안드로겐 수치와 COVID-19의 중증도를 연관시켜보려 시도한 영국의 한 연구는 비록 예비 연구이며 동료 과학자들의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non-peer-reviewed) 않은 것이지만, 이 같은 이론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남성 환자의 경우 안드로겐 수치가 높을수록 COVID-19에 대한 민감도 및 중증도와 관련(혈액에 안드로겐 수치가 훨씬 낮은 여성은 제외)이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이 연구진들은, 안드로겐 수용체를 억제할 경우 배양 줄기세포의 ACE2 수용체에 결합하는 ‘SARS-CoV-2’의 스파이크 단백질 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안드로겐 장애, 다른 질병과 관련

 

인체에서 안드로겐이 과다하게 또는 너무 적게 생성되면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여러 상황이 유발된다.

예를 들어 양성 전립선 비대증(benign prostate enlargement)을 가진 남성은 다낭성 난소증후군(polycystic ovary syndrome)을 가진 여성처럼 안드로겐을 과잉 생성한다.

이 같은 여러 상태들은 안드로겐 생성이나 영향을 억제하는 안드로겐 결핍 요법(Androgen Deprivation Therapy. ADT)으로 치료한다. 가령 안드로겐에 의해 암 세포 성장이 촉진되는 전립선암의 경우 대개는 ADT로 치료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안드로겐 수용체의 변이에 의해 유발되는 안드로겐 저항성 증후군(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을 가진 여성처럼 안드로겐 생성이 적거나 이의 결합과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안드로겐 가설에서 추정하는 것처럼 남성 호르몬의 과잉 또는 낮은 생성을 가진 사람의 경우 COVID-19에 대한 위험성이 더 높은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잠재적 치료 옵션은

 

만약 안드로겐과의 관련성이 명확하다면, 이는 COVID-19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으로써 항안드로겐(anti-androgens) 연구를 장려하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항안드로겐은 다른 상태에서의 치료를 위해 승인되었다. 특히 대머리 치료와 같은 경우, 일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안전하게 사용되어 왔다. 암 치료와 같은 케이스에서 수개월 간의 사용이 용인될 수 있다.

남성 COVID-19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탈리아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ADT 치료를 시행한 전립선암 환자가 그렇지 않은 암 환자에 비해 COVID-19 감염률이 4배 낮았다.

이럼 점을 보면 ‘SARS-CoV-2’에 양성 반응을 보이거나 방금 전 ‘SARS-CoV-2’에 노출된 이들에게 투여할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을 낮출 수 있을지도 모른다.

 

6-3.jpg

남성 성 호르몬인 안드로겐(androgens)은 남성이 여성에 비해 COVID-19에 더 취약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몇몇 안드로겐 억제 약물이 COVID-19에 감염된 남성 환자들의 합병증을 감소시키는지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임상실험이 진행되는 상황이다.

항안드로겐 치료가 전립선뿐 아니라 폐에서도 효과가 있으며 암을 갖고 있지 않은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게도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아울러 어느 정도의 복용이 효과적이고 언제 복용해야 하는지도 알아내야 한다.

항안드로겐 치료는 성기능 장애나 가슴 확대 등 남성에게 여러 부작용이 있기에 의학적 감독이 필요하다.

 

COVID-19 연구에서의 새로운 방향

 

안드로겐 관련 부분은 남성이 여성보다 COVID-19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사춘기 이전까지 남자나 여자 모두 안드로겐을 거의 생성하지 않기에 10살 미만의 아동이 COVID-19에 강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다.

그레이브스 교수는 이 같은 설명과 함께 “COVID-19의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더 많이 알아낸다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안드로겐 관련성은 COVID-19가 여전히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어느 정도 이를 저지하는 약물 개발의 길을 열어준다”고 진단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 |
  1. 6-1.jpg (File Size:47.0KB/Download:15)
  2. 6-2.jpg (File Size:80.5KB/Download:18)
  3. 6-3.jpg (File Size:132.6KB/Download:14)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701 호주 범죄 활용 위해 럭셔리 자동차 노리는 도둑들, 여전히 활개... file 호주한국신문 24.02.15.
6700 호주 Tide has turned... 주요 은행들, 담보대출 고정금리 인하 움직임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9 호주 Stage 3 tax cuts... 연방정부 계획이 호주 각 세대에 미치는 영향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8 호주 지난해 주택가격이 가장 많이 치솟은 광역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7 호주 심화되는 시드니 주거지 부족 문제... “샌프란시스코처럼 될 위험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6 호주 올 1월 주택가격 0.4% 상승... 금리인하 예상 속, ‘오름세 지속’ 전망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5 호주 ‘Tourism Australia’ 선정, 2024년 최고의 해변은 ‘Squeaky Beach’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4 호주 RBA,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 ‘안정적 유지’ 결정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3 호주 NSW 정부, 시드니 새 공항도시 ‘Bradfield City’ 마스터플랜 공개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2 호주 NSW 주 초-중등학교 교사 당 학생 비율, 최고-최악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1 호주 ‘노화’ 영향 줄인다는 anti-ageing 스킨케어 제품들, 실제로 작용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90 호주 CB City-Georges River 카운슬, 산불 위험 최소화 전략 공개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8.
6689 호주 Reading fictions... 단순한 흥미 이상으로 더 많은 실질적 이점 제공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1.
6688 호주 Stage 3 tax cuts- 상위 소득자의 세금감면 혜택, 절반으로 줄여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1.
6687 호주 Stage 3 tax cut- 세금감면 변경안, winner와 loser는 누가 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1.
6686 호주 시드니 주택위기 보여주는 ‘충격’ 통계... 신규 공급, 5년 사이 42%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1.
6685 호주 2023년도 호주 부동산 가격, 8.1% 상승... 각 주별 주택시장 동향은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1.
6684 호주 광역시드니 각 지역의 ‘urban canopy’, 서부 교외에서 빠르게 확산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1.
6683 호주 30년 넘게 ‘녹색 거리’ 담당했던 한 공무원, 이제는 ‘청정도시’ 조성 앞장 file 호주한국신문 24.02.01.
6682 호주 [아시안컵] '우승후보' 한국•일본•이란•호주, 첫 경기 나란히 '순항' file 라이프프라자 24.01.16.
6681 호주 연간 수십 만 명 달하는 이민자 유입... 호주, 수년간 높은 임대료 이어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80 호주 HSC 2023- ‘Success Rate’ 최고 성적, North Sydney Boys High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9 호주 HSC 2023- 남녀 학생간 학업성적 격차, 지난 5년 사이 크기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8 호주 “스마트폰, 재난상황에서 생명 구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 어떻게?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7 호주 시드니서 내집 마련?... 지난해 비해 연간 9만 달러 더 많은 소득 올려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6 호주 올해 NAPLAN 평가 데이터 분석... 공립 초등학교, ‘상위 우수성적’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5 호주 호주 여권 갱신비용, 거의 400달러로... 내년도 두 차례 오를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4 호주 Pretty extraordinary... 시드니 등 주요 도시 주택가격 상승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3 호주 아침에 커피를 거르면 두통이 온다구? ‘카페인 금단’, 그 과학이론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2 호주 주택구매, 보다 수월해질까... 올 11월 시드니 지역 경매 낙찰률 하락세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1 호주 NSW 주 정부, 28개 펍과 클럽 대상 ‘cashless gaming trial’ 승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6670 호주 연방정부, 이민자 제한 ‘10개년 계획’ 발표... 순이민, 2년 내 절반 수준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9 호주 NSW 주 정부, Metro West 프로젝트 ‘지속’ 확인... 수만 채 주택 건설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8 호주 시드니 도심-동부 지역, ‘주거지 공간’에 대한 높은 프리미엄 지불해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7 호주 지나친 욕심을 가졌다고?... ‘세상 악의 희생양’, 베이비부머들은 억울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6 호주 주택가격 반등-이자율 상승, 대출제한 강화로 ‘모기지 보증금’도 ‘껑충’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5 호주 대학교육 인기 하락? University Admissions Centre 지원, 크게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4 호주 시드니 시의 ‘New Year's Eve’ 이벤트, 핵심 주제는 ‘호주 원주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3 호주 Time for me to leave... QLD 팔라슈추크 주 총리, ‘깜짝’ 사임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2 호주 근로자 인금인상? 높은 이자율-세금으로 실질소득은 ‘사상 최저 수준’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1 호주 1995년 발행 ‘$5’ 희귀지폐 있으면... 일단 보관하시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60 호주 높은 생활비 압박 불구하고 더 많은 호주인들, ‘개인의료보험’ 가입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59 호주 City of Canterbury Bankstown, 연례 ‘Meals on Wheels’ 시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6658 호주 부동산 개발자 등의 지방의회 의원 출마 ‘금지’ 관련 논쟁 ‘재점화’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57 호주 NSW 주에서 허용된 ‘voluntary assisted dying’, 그 적용은 어떻게?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56 호주 기록적 인구 증가-높은 주택 임대료-인플레이션에 대한 ‘불편한 진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55 호주 광역시드니 3분의 2 이상 교외지역 단독주택 가격, 100만 달러 넘어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54 호주 일부 도시 외 주택가격 ‘안정’ 추세, 아파트 임대료는 지속적 ‘상승 중’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53 호주 미환급 ‘메디케어’ 혜택 2억3,000만 달러... 환자 은행정보 ‘부정확’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52 호주 Sold to the university... 대학들, 국제학생 에이전트에 1억 달러 이상 지불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