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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도로상의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되는 데에는 기술 문제 외 윤리적 과제도 많다는 게 인문학 학자들의 의견이다. 사진 : Unsplash

 

기술 측면 외 ‘trolley problem’-사회정의 차원의 형평성 등 과제 남아

 

기술을 언급할 때 우선 세 가지 범주로 생객해 볼 수 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것, △공상과학 소설 속에 나오는 것, △현실 세계의 먼 지평선에 희미하게 보이는 것, 다시 말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아직은 인류와 함께 하지 않는 기술이 그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Self-driving cars)는 첫 번째와 세 번째 범주에 있다. 말 그대로 이 자동차는 의미가 있다. 이미 자율주행 자동차가 제조된 상태이며 지난해 말 미국 전역의 도로에서는 약 1천600대가 시험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보급, 특히 사회-문화적 혁명이라는 측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오랜 시간 끝에 현재까지 왔으며,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과정보다 대중적 보급이라는 앞으로의 여정은 더욱 험난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철학자나 윤리학자들이 이미 고려하기 시작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무인자동차의 ‘trolley problem’

 

우선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이 무인 자동차의 윤리적 부분, 이른바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 ‘광차 문제’라고도 한다)이다.

‘trolley problem’의 표준 버전은 이렇다. 트램이 운행하는 도중 이상이 생겨 제어불능 상태가 되었다. 트램 앞의 선로에는 5명이 있으며 그대로 방치하면 이들이 죽을 수 있다. 그때 이반이라는 작업자가 전철기 옆에 있으며, 그가 선로를 돌리면 5명은 트램이 치이지 않는다. 하지만 선로를 돌리는 쪽에 한 명이 있다. 5명 대신 한 명이 희생될 수도 있다.

이때 도덕적 관점에서 이반이 전철기를 돌리는 것이 허용될까? 요약하면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죽여도 되는가의 문제이다.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1명을 희생해서라도 5명을 구해야하지만, 의무론을 따르면 누군가를 다른 목적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 치명적 딜레마를 뒤집어 생각하면 당신이 이를 통제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트램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었고, 선로에 있는 이들은 자동차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보행자이며, 실리콘 밸리의 정보기술 회사가 설계한 알고리즘을 통해 사느냐 죽느냐가 결정된다고 상상해 보라.

호주 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가 진행하는 ‘Humanising Machine Intelligence’ 프로젝트 연구원 클레어 벤(Claire Benn) 박사는 이 ‘트롤리 문제’를 특정한 철학적 논의,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하는 것과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의 도덕적 차이에 대한 유용한 연습으로 보고 있다.

벤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도덕적으로 흥미로운 기술’이 아닌 ‘도구’로 보고 있다”며 “트롤리 문제는 그런 생각을 바꾸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래된 ‘트롤리 문제’는 자율주행 자동차와의 관련성이 제한된 ‘매우 인위적인 딜레마’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벤 박사는 “이것이 끌어내려는 것은 아주 미묘한 철학적 차이의 집합이지만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결정은 우리가 자주 직면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무인 운전자 시대의 유토피아적 이상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철학자인 로버트 스패로(Robert Sparrow) 교수에 따르면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보다 흥미로운 윤리적 문제는 이동성, 소유권, 평등에 대한 것이다.

스패로 교수는 많은 젊은이들이 ‘소유’보다 ‘승차공유’(ride-sharing)라는 개념으로 자동차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이제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는 과거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특히 신호등에서 멈추었다 출발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면이 많을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는 하나의 ‘이동함대’로 작동하도록 네트워크화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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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이 네트워크화 될 경우 도로 상에서의 불평등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자의 이동을 우선으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 : Unsplash

 

스패로 교수는 “제동장치를 연결하면 차량간 거리를 줄일 수 있으므로 제동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앞 차량뿐”이라면서 “앞차와 뒤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시간의 차이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람이 직접 운전할 때 자주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이 같은 유토피아적 이상은 도로에 있는 모든 차량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운전자가 없는 경우 실현될 수 있다. 스패로 교수는 차량 보험 문제를 감안할 때 이런 기술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도로 상에서의 새로운 불평등

 

네트워크화 되어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는 편리하겠지만 스패로 교수는 “이런 전망은 여전히 사회적 정의 차원에서의 윤리적 우려가 있다”는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 같은 이동성(mobility)이 재정적 수단에 얽매일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프리미엄 서비스’와 ‘표준 서비스’의 차이가 자동차의 역량 및 청결성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A에서 B까지 소요되는 시간까지 계산될 것”이라는 말한다. 결국 자율주행 자동차가 서로 교신을 할 수 있다면 도로접근을 협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패로 교수는 “만약 A와 B가 같은 출발점에서 같은 종착지로 가는데 있어 A가 더 많은 비용을 낸다면 운송서비스 제공업자는 그에게 특권을 주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지점에서 A와 B가 동시에 대기하고 있을 때 A가 먼저 출발을 하고 B가 뒤를 따른다든가 A와 B가 다른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면 B의 차가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와 유사한 특별운송 모델은 항공기의 ‘프리미엄’과 ‘이코노미 좌석’ 등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스패로 교수가 예상하고 우려하는 미래는 “‘부자를 위한 길을 만든다’는 원칙에 따라 도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로에서의 이 같은 불평등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패로 교수는 “어떤 이들에게는 교통 시스템에 의해 곤경에 처하게 되고 이동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지는 미래를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구직 인터뷰를 가거나 경찰에서 가서 불평을 하는 일 등을 예로 들었다.

현재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이직은 먼 지평선의 희미한 빛이기는 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인류에게 더 편한 삶을 가능하게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윤리적 차원에서의 과제도 많다는 게 인문학자들의 의견이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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