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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일상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제한이 이어지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생명의 전화’(LifeLine)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염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상담자들이 받은 전화는 일요일 하루 평균 3,100건 이상에 달했다. 사진 : Pixabay / geralt

 

‘AIHW’ 모니터링 자료... 관련 기관 및 LifeLine 등의 상담도 늘어

 

멜번(Melbourne, Victoria)에 거주하는 에밀리 유니티(Emily Unity)씨는 전염병 사태 이후 몇 차례의 봉쇄 조치가 준 외로움으로 인해 오랜 세월에 걸쳐 힘겹게 극복한 정신적 불안과 외로움이라는 어두운 감정이 되살아났음을 느꼈다.

그녀는 “지난해는 내가 경험한 가장 극심한 외로움의 시기였다”면서 “10년 넘게 치료를 받으며 단련해 온 모든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올해 24세인 유니티씨는 13살 되던 해 우울증과 불안증세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14살에는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

그런 후 전통적인 정신건강 치료와 약물 복용을 병행하면서 증세가 완화되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더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정신건강 서비스 기관 사람들이었고, 이를 통해 그녀는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얻었다.

유니티씨는 그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에 대해 “진정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 또한 나와 같은 문제를 안고 살았던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전염병 사태와 함께 일상생활 중 여러 부문에서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연방 및 각 주 정부가 예산 계획을 통해 이 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만 봐도 이 문제가 상당히 심각할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실제로 최근 호주보건복지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AIWH)이 내놓은 새로운 데이터는 바이러스 대유행이 에밀리 유니티씨와 같은 호주인들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게 해 준다.

AIWH가 ‘National Suicide and Self-Harm Monitoring System’을 통해 집계한 수치를 보면 전염병 위기가 시작된 이후 더 많은 호주인들이 ‘생명의 전화’(LifeLine) 및 기타 정신건강 서비스 기관을 이용했다.

호주 전역에서 ‘Lifelin’을 운영하는 존 브로그덴(John Brogden) 의장은 “지난해 전염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일요일 하루 걸려온 전화는 평균 3,100건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 위기로 더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와는 달리, 실업 악화 등의 주요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전염병 사태 이후 빅토리아, NSW, 퀸즐랜드(Queensland) 주의 자살 관련 데이터에는 이런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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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신건강위원회(National Mental Health Commission)의 크리스틴 모건(Christine Morgan. 사진) 위원장. 그녀는 AIWH의 수치가 호주인 정신건강 문제의 실제 상황임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Institute of Public Administration Australia

 

AIWH 보고서는 자살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것에 대해 “부분적으로 연방정부의 ‘JobKeeper’ 보조금 및 ‘JobSeeker’ 추가 보조금의 영향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WH 보고서는 주택 스트레스(높아진 주택가격으로 인한)와 빈곤에 대한 정부의 보호 장치로 자산 건수가 감소했음을 시사하는 호주국립대학교의 모델링을 더 강조했다.

 

젊은 여성층에서

자해율 가장 높아

 

AIWH의 자료 가운데는 자해나 자실시도 등으로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NSW, 빅토리아, 타스마니아(Tasmania) 주 및 ACT에서 분기별로 응급서비스 차량이 출동한 데이터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각 주와 테러토리에서는 자살시도 또는 그런 의도를 드러냄으로써 긴급하게 응급서비스 차량이 출동한 것은 약 2만2,400회에 달한다. 또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남성에게서 높았으나 자살시도로 인한 응급서비스 차량 출동 및 고의적 자해율은 여성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15세에서 19세 사이 젊은 여성 그룹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자해, 자살충동 및 시도로 응급서비스 차량을 부른 사례가 가장 많았다.

AIWH의 이번 자료는 또한 2008년에서 2020년 사이, 14세 이하 소녀들의 자해로 인한 입원비율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전염병 사태 발생 이전인 216-17년에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AIWH의 매튜 제임스(Matthew James) 부회장은 18세에서 24세의 여성 그룹도 높은 수준 또는 매우 높은 수준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부터 이 연령대에서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임스 부회장은 이어 “미국에서도 젊은 여성층에서의 불안 수준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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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서 2020년 사이 NSW 주의 연령 및 성별 자해 행동에 대한 응급서비스 차량 출동 건수를 보면 24세 미만 여성층의 비율이 크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 : 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국립정신건강위원회(National Mental Health Commission)의 크리스틴 모건(Christine Morgan) 위원장은 AIWH가 집계한 수치에 대해 “우려스럽다”면서 “우리는 심리적 고통, 자해, 자살시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건강 문제,

도움 청해야 한다”

 

모건 위원장은 이어 “AIWH의 이번 수치는 ‘심각한 고통’이라는 실제 상황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겪었던 문제를 힘겹게 극복한 에밀리 유니티씨는 현재 멜번 파크빌(Parkville)에 있는 ‘Orygen Youth Mental Health’에서 자신과 같은 경험을 가졌던 동료들과 함께 다른 이들을 돕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정신 문제를 가진 이들은 같은 일을 겪었던 사람들의 지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는 같은 배를 타고 있지 않지만 우리 모두 (정신건강 문제의) 같은 폭풍 속에 있고, 그렇기에 그 폭풍을 다른 이들과 공유함으로써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했다”고 덧붙였다.

 

■ 정신건강 관련 긴급 전화

-Lifeline : 13 11 14

-Kids Helpline : 1800 551 800

-MensLine Australia : 1300 789 978

-Suicide Call Back Service : 1300 659 467

-Beyond Blue : 1300 224 636

-Headspace : 1800 650 890

-ReachOut : au.reachout.com

-Care Leavers Australasia Network(CLAN) : 1800 008 774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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