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중국유학생1).jpg

지난 2012년 이후 시드니대학교 중국 유학생 수는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현재 전체 유학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각 학생단체 간부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나면서 ‘캠퍼스 정치 이념’이 중국 학생들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은 시드니 대학교 캠퍼스내 학생들.

 

전체 유학생의 3분의 1... 학생 단체 중심의 ‘캠퍼스 정치 노선’ 변화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는 고프 위틀럼(Gough Whitlam), 토니 애보트(Tony Abbott),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전 총리를 비롯한 호주 주요 정치인을 배출한 요람이었다. 이들은 대학 재학 중 학생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또한 각 정당 당원으로 일찌감치 정치 역량을 키워 온 이들이었다. 대학은 이들 정치인들을 키워낸 ‘8할의 바람’은 아닐지라도 그 꿈을 키웠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그 ‘요람’에 대한 ‘지배력’을 중국 유학생들이 키워가고 있다는 진단이 최근 나와서 주목된다.

 

최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현 시드니대학교 학생단체 활동을 소개하면서 이들의 커진 목소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동 대학교 학생대표자협의회(Student Representative Council. SRC) 및 시드니대학교 대학원 대표협의회(Sydney University Postgraduate Representative Association. SUPRA) 대표단 가운데는 중국 유학생연합(Chinese international student blocs)에서 선출된 이들이 각 단체 직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중국 공산당 정부의 호주에 대한 영향력 논란, 홍콩에서의 반중국 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시드니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계 학생 단체 지도자들 사이에는 중국 학생들이 얼마나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중국 유학생들은 캠퍼스 정치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 이판 공(Yifan ‘Koko’ Kong)이라는 학생이 중국 유학생 가운데는 처음으로 학생회 간부로 선출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까지 국내 학생들이 노동당, 자유당, 녹색당 이념에 동조하며 벌이던 논쟁과 캠퍼스 정치 활동은, 중국 유학생들이 학생 단체 간부 자리를 다수 차지하면서 그 열기가 크게 꺾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이후, 시드니대학교 중국 유학생 수는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이들은 동 대학교 유학생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학교 측에 매년 수천 만 달러의 재정을 기여하고 있다. 자연히 학교 측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가 확대된 것이다.

현재 동 대학교의 가장 큰 해외 유학생 그룹은 ‘판다’(Panda)라는 단체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학생들 모임이다. 이들은 학교 측의 유학생 서비스 제공을 우선시 하며 유학생을 위한 저렴한 대중교통비 요구 등 학생 복지에 치중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과 행동 노선을 달리하는 또 하나의 단체로 ‘Advance’가 있다. 이들은 집단행동도 불사하며 인종차별을 비난하고 낙태 권리를 위해서도 적극적이다. 또한 서구 문화와 문명의 우월성 지향이라고 오해 받는 ‘Ramsay Centre for Western Civilization’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단체이다.

 

종합(중국유학생2).jpg

사진은 시드니대학교 학생대표자협의회(SRC) 웹사이트의 메인 페이지.

 

시드니대학교 학생 신문인 ‘Honi Soit’에 따르면 특히 ‘Advance’와 ‘Panda’ 사이의 적대감은 상당히 큰 편이다. 이달에는 동 대학교 SRC 정례 회의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는 중국유학생이 아닌 SRC 간부들이 양 단체 사이의 관계가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동 대학교 학생회장을 지냈던 마이클 리스(Michael Rees)씨는 “이런 갈등은 유학생들의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뒤 “반면 중국 유학생들은 ‘동질적 정치 공동체’라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는 너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 측의 한 대변인은 해외유학생들이 학생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드니대학교는 학생회 등에서 정치적 논쟁과 활동, 각 정당 지지해 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 전통이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확대되어 학생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각 대표단체들의 활동들도 다양해지도록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Panda’의 리더이며 SRC 회장으로 있는 중국계 학생 재키 헤(Jacky He)는 자신이 속한 ‘Panda’와 보다 진보적인 ‘Advance’ 사이의 대립에 대해 “마치 노동당 내 의원들 간의 노선 충돌과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노동당 내 좌파와 우파가 실제로는 서로 함께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는 그는 “같은 노동당 소속이면서도 왜 그들이 서로를 못 견뎌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Panda’와 ‘Advance’ 또한) 때론 이런 식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헤 학생의 최고 적수는 바로 학생회 명예간사이자 ‘Advance’ 리더인 데청 선(Decheng Sun) 학생이다. ‘Panda’가 자유당과 제휴했을 때 선 학생은 “내가 지향하는 이념과 다르기에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 시위가 호주 내 각 대학 중국계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되고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에서는 양측 중국계 학생 사이에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으며,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 본토 출신 유학생의 중국 거주 부모가 중국 당국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헤와 선 학생은 이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헤 학생은 “개인적으로든, ‘Panda’ 입장에서든 이 문제에 대해 거론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선 학생은 “‘Advance’에 속한 학생들에게는 개개인의 양식에 따라 판단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홍콩 시위 문제에 대한 다른 중국 유학생 대표들의 입장은 제각각이다. 지난 달 ‘SUPRA’ 회장직을 사퇴한 웨이홍 리앙(Weihong Liang)씨는 중국 공산당 당원이다. “공산당원이 되는 것은 중국에서 아주 흔한 일”이라는 그는 “모든 당원이 공산당 지도자 또는 정부의 대표가 아니며 단지 당에 소속되어 있음을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다 해도 일방적으로 중국 당국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중국유학생1).jpg (File Size:46.7KB/Download:26)
  2. 종합(중국유학생2).jpg (File Size:45.3KB/Download:32)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651 호주 RBA, 내년 2월 통화정책 회의까지 현 4.35%의 기준금리 ‘유지’ 결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50 호주 ‘Shockingly poor’... 호주 학교들의 과학 커리큘럼 학업성과 ‘실패’ 원인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
6649 호주 향후 40년 사이 호주인구 4천 만 명 넘어설 듯... 멜번, 최대 도시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8 호주 사이버 범죄자들, ‘가짜’ 은행 로그인 페이지 유포... 금융정보 빼내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7 호주 생활비 압박 반영한 ‘Cozzie Livs’, 매콰리 사전의 ‘올해의 단어’에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6 호주 2021 센서스 자료 분석, 시드니 주택 4분의 1 이상 ‘여분의 침실’ 2개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5 호주 호주에서 가장 복잡한 지하 교차로, ‘Rozelle Interchange’ 개통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4 호주 시드니 일부 유명 사립학교, 내년도 학비 인상 전망... 최대 9%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3 호주 시드니의 크리스마스 트리, “뉴욕 록펠러 센터의 그것에는 없는 ‘뭔가’가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2 호주 RBA가 우려하는 호주의 생산성 둔화, 단지 근로자의 게으름 때문일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1 호주 NSW 최고 의료책임자, “병원 외 서비스-예방치료에 더 많은 투자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40 호주 ‘Christmas Homecoming’... CB 카운슬, ‘Carol in the Park’ 마련 file 호주한국신문 23.11.30.
6639 호주 NSW 재부장관, “시드니 동부지역에 더 많은 주택건설 필요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6638 호주 주택시장 성장 둔화 보이지만... 10월까지 대부분 교외지역 가격 ‘치솟아’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6637 호주 10월 호주 실업률, 3.7%로 소폭 상승... 공식 실업자 수 2만7천 명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6636 호주 9월 분기 임금 상승 1.3%... ABS의 ‘Wage Price Index’ 사상 가장 큰 규모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6635 호주 전 세계 국가, 올해 10월까지 1년 사이 기록상 ‘가장 심한 무더위’ 경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6634 호주 일자리 광고 수치, 빠르게 감소... NSW-Victoria 주, 가장 큰 폭 ‘급감’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6633 호주 호바트, 유네스코 ‘문학 도시’로 ‘Creative Cities Network’에 이름 올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23.
6632 호주 길어진 기대수명과 자녀의 ‘상속 조바심’으로 ‘노인학대’ 사례 더욱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6631 호주 호주 임대주택 시장, 높은 수요 비해 공급은 제자리... 임차인 ‘고통’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6630 호주 기후변화 관련 사망 증가... 관련 차트, ‘미래 여름의 끔찍한 예측’ 드러내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6629 호주 RBA 기준금리 4.35%... 1990년대 이후 ‘mortgage affordability’ 최악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6628 호주 앤드류 가일스 이민부 장관, “주택공급 위해 해외 숙련인력 유치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6627 호주 NSW 주 정부의 ‘현금 없는 포키게임’ 시범운영 신청, ‘10배 이상’ 달해 file 호주한국신문 23.11.16.
6626 호주 2022년 HSC 결과, 경제학-역사 등 대부분 과목서 여학생 성적 ‘우세’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25 호주 호주 ‘Golden Visa’ 제도, “전 세계 부정자금 끌어들인다” 지적 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24 호주 호주 부동산 시장 회복세... 광역시드니 대부분 교외지역 주택가격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23 호주 “NSW 주 정부는 ‘주택공급 목표’ 위한 야심찬 계획, 단념해선 안 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22 호주 시드니 시, 도시 가로수 주종 이루는 플라타너스 ‘단계적 교체’ 계획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21 호주 ‘e61 Institute’ 보고서, “직종 전환 감소가 호주 경제 발목 잡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20 호주 호주 중앙은행, 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단행... 모기지 보유자 ‘타격’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19 호주 인공지능 설비 연결 자동차, 도로상의 여러 사고 방지-생명 구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18 호주 City of Canterbury-Bankstown, 학교 앞 횡단보도 업그레이드 완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9.
6617 호주 주택부족 해결의 한 방안으로 ‘파라마타-빅토리아 로드’ 재개발 제시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16 호주 ‘NSW Young Liberals’, 당에 ‘Z세대 주택구입 능력 정책 우선’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15 호주 Where to find the best craft beer in Hunter Valley, NSW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14 호주 경매 통한 주택구입, 지금이 적기? 올해 봄 시즌, 입찰경쟁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13 호주 시드니 일부 지방의회, 건축-개조 신청 거부 가능성 최대 6배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12 호주 “인구 증가-검은색 계열의 지붕이 도시 중심가 ‘열섬’ 만들어낸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11 호주 탄력 받고 있는 ‘build-to-rent’ 주택, 임대위기 완화에 도움 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10 호주 팬데믹 당시 ‘고용 보장’ 위한 ‘JobKeeper 프로그램’, 중요한 역할 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11.02.
6609 호주 호주, 中 관계회복 속도내나…총리 방중 앞두고 문화재 반환 라이프프라자 23.10.26.
6608 호주 호주 억만장자, Trump "미국의 외교 비밀 공개" 라이프프라자 23.10.23.
6607 호주 호주 총리, 중국 방문 라이프프라자 23.10.23.
6606 호주 호주인구의 지속적 성장으로 높은 기준금리, 더 오랫동안 이어질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9.
6605 호주 시드니 inner-south west 30개 이상 교외지역 ‘하이스쿨 선택 구역’ 개편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9.
6604 호주 ‘Voice to Parliament’의 국민투표 패배, 그 결과의 잔인한 진실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9.
6603 호주 2023년, 전 세계 1억 달러 이상 자산 보유한 ‘슈퍼리치’ 2만8,420명천 명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9.
6602 호주 지방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 소유한 부동산 손실판매 가능성 높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