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이 및 높이가 각각 8피트이며 길이가 각각 20피트인 이 표준화된 네모난 상자의 위력은 대단하다. 당장 아침에 마시는 커피부터가 이 네모난 상자를 타고 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양의 95%가 컨테이너에 의해 운반된다.

모바일폰 역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든 부품들이 바다를 건너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이를 테면 배터리는 한국에서, 터치 ID 센서는 대만에서, 스크린은 미국에서, 메인 조립은 중국에서 등 모바일폰이 호주에 있는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이동한 경로는 자그마치 116,822km달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물건들 덕분에 일상이 달라졌다. ‘컨테이너’ 덕분이다. 20피트 상자는 공장에서 트럭으로, 트럭에서 배로, 배에서 기차로 대량의 물건을 옮기는 일을 가능케 했다. 온도 조절도 가능해 제품의 보관도 운송도 더 빨리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됐다.

특히 바다로 둘러싸인 호주에서 컨테이너는 경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호주의 무역은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해마다 호주의 항만을 통해 4천417억 달러에 달하는 물건들이 운송되고 있다.

70개 이상의 항만이 호주에 있지만 컨테이너의 90% 이상은 주요 도시에 위치한 항만들, 포트 보태니, 멜버른, 브리즈번, 프리맨틀, 아들레이드를 통해 이동되고 있다.

NSW주 포트 보태니의 경우 2015년 기준 컨테이너 2백29만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처리했으며 2040년에 이르면 물동량은 약 세 배가 늘어난 7백만TEU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계 1위는 상하이 항구다.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이 지난 해 3천713만TEU로 2010년 이래로 7년 연속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한국의 부산항은 한진 해운 사태에서 회복, 올해 11월까지 컨테이너 물동량 1천873만TEU를 기록해 이 달 올해 목표치인 2천만TEU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호주해양박물관의 ‘컨테이너’展에 전시된 대우조선해양의 ‘머스크 라인 트리플 – E’의 사진.)

 

▲컨테이너 운송의 효시 – 미국의 말콤 맥린

컨테이너는 19세기 말에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상 운송에서는 1926년 뉴욕 운수창고 회사가 강철제 컨테이너를 유럽 항로에서 사용한 게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개념의 컨테이너 운송은 미국의 말콤 맥린에서 비롯됐다. 1934년 중고 트럭 한 대를 갖고 트럭운송사업을 시작한 말콤 맥린은 1953년 1000대로까지 늘리며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운송 비용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그는 컨테이너를 운송 과정에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것으로 해결 방안을 찾았다. 즉 공장에서부터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컨테이너를 이용하면 비용뿐 아니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선적 또한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건들을 보다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그의 컨테이너 운송은 베트남 전쟁 당시 군수 물자 조달에 이용되면서 화물 운송의 세계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박은 – 삼성중공업이 만들어 

컨테이너를 이용한 운송이 본격화되면서 해운 회사들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기록적으로 성장을 했다. 특히 컨테이너를 더 많이 싣기 위한 대형 선박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세계 3위의 선사인 프랑스의 CMA-CGM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 선박이 될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9척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다. 이 초대형 선박은 2019년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박은 올해 3월 탄생한 일본의 MOL TRIUMPH로 2만150TEU급이다. 이 배는 삼성중공업이 수주해 길이 400m, 폭 58.8m, 높이 32.8m로 갑판 면적은 축구장 4개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선박을 만들었다. 

 

▲호주의 경제를 바꾸다 – 일상이 변하다

컨테이너는 지난 50년 호주 경제의 전체 그림을 바꾸는 변화를 일으킨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오늘날 호주의 주요 수출품목 중 거의 반을 차지하는 건 광물과 연료다. 호주의 수입품목은 대체로 컨테이너로 수송된다.

 

(호주해양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컨테이너’展의 모습. 전시회 장소 역시 6개의 컨테이너로 이뤄졌다.)

특히 호주의 주요 수출품목 중 하나인 소고기는 1963-64년 당시엔 수출품목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컨테이너로 운반되기 전엔 포장된 소고기를 기차나 트럭으로 항만까지 운송을 해야 했고 다시 내린 뒤 배의 냉장되는 장소로 옮기는 작업을 일일이 해야 했다. 오늘날 소고기 수출은 소 수출로도 하지만 컨테이너로 수송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호주 외교 및 무역부에 따르면 호주의 주요 수출 시장은 1위 중국, 2위 일본, 3위 미국, 4위 한국, 5위 인도이며, 주요 수입 시장은 1위 중국, 2위 미국, 3위 일본, 4위 한국, 5위 태국 등이다.

 

▲컨테이너의 변신 – 예술의 영역까지

운송 수단의 컨테이너는 곳곳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임시로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인 지는 오래다. 아예 컨테이너 빌딩이 돼 한국에선 2009년 28개의 컨테이너로 채워진 ‘플래툰’이 강남 한복판에 들어섰고, 지금은 ‘SJ 쿤스트할레’라는 이름으로 변신을 꾀해 건축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컨테이너의 변신은 주택 시장에서도 계속돼 이제는 집으로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으로도 저변을 넓혔다.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지난 11월 말, 배송을 내걸고 컨테이너 하우스 판매에 들어가 화제가 됐다.

극한으로 추운 지역에선 과학자들의 연구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도시에선 시금치, 딸기, 허브 등을 키우는 대안적 공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술의 영역으로도 들어가 컨테이너 자체가 거대한 캔버스가 돼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까지 성장했다.

 

▲전시회 ‘컨테이너’展 – 한국의 오픈 스쿨 주목해

컨테이너의 다양한 변신에 주목한 전시회 또한 시드니에서 열리고 있다. 호주해양박물관은 ‘컨테이너(Container)’展 을 무료로 열고 있다. 컨테이너의 역사, 변화 등에 주목한 전시회는 전시 공간 역시 6개의 컨테이너다. ‘선박(Ship)’, ‘대양(Ocean)’, ‘항만(Port)’, ‘화물(Cargo)’, ‘짓다(Build)’, ‘용품(Things)’등의 주제로 꾸며진 공간에서 ‘한국’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 6개의 테마로 이뤄진 호주해양박물관의 ‘컨테이너’展에서 ‘화물(Cargo)’을 주제로 한 전시장의 모습.)

특히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nyang Public Art Project, ‘APAP’) 작품으로 안양 학의천 일대에 들어선 ‘APAP오픈스쿨(Open School)’은 사진뿐 아니라 모형물로도 전시되고 있다. 오픈스쿨은 2010년 8개의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든 미국의 아다 톨라(롯텍)의 작품으로 이듬해 뉴욕건축가협회가 선정한 ‘디자인 어워드’에서 건축부문 수상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픈스쿨 공간은 공원과 도시가 바라보는 전경을 배경으로 상설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해 2013년부터 2년 간에 걸쳐 만든 ‘머스크 라인 트리플 – E’의 사진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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