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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축구’ 챔피언십 대회이기도 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World Cup) 축구대회는 과연 순수한 스포츠 이벤트인가? 가장 큰 이목을 집중시키는 국가간 스포츠 대회인 월드컵은 종종 ‘축구 전쟁’으로 묘사되곤 한다. 이는 축구 팬들의 관심을 끌고 흥미를 돋우기 위한 묘사이지만, 이 축구 경기는 실제 국가간 분쟁 상황으로 번지기도 한다.

 

다트머스대학교 ‘Dickey Centre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 분석

2002년 월드컵 이후 스페인, 세네갈로 향하던 한국 무기수송선 불법 점거 사례도

 

1970년 제9회 ‘멕시코 월드컵’을 위한 중앙아메리카 13조 A지역 예선전은 홈앤드어웨이(home and away) 방식이었다. 1차 예선은 1969년 6월6일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Tegucigalpa)에서 열렸으며, 온두라스가 엘살바도르를 1:0으로 꺾고 홈 경기 승리를 챙겼다. 이어 일주일 뒤인 6월15일,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San Salvador)에서 열린 2차전은 엘살바도르가 3:0으로 이겼으며, 지금처럼 골 득실, 또는 어웨이경기 다득점을 가리지 않던 당시, 3차전이 제3국인 멕시코시티(6월27일)에서 이어졌다. 이날 두 팀은 치열한 접전 끝에 2:2로 비긴 뒤 연장전에 들어가 엘살바도르가 1골을 추가했다.

이 지역예선 결과는 두 국가간 오랫동안 이어지던 감정대립으로 불거졌다. 두 나라는 그 훨씬 이전부터 정치-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된 국경 문제를 안고 있었다. 좁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높은 엘살바도르의 주민 수십만 명이 온두라스 령(領)으로 불법 월경하여 정착하면서 비롯된 것이었다. 온두라스는 1969년부터 농지개혁을 실시하면서 엘살바도르에서 넘어온 월경자들은 제외시켰다. 그해 온두라스 정부는 수만 명의 엘살바도르 월경 농민을 국외로 추방하였는데, 그들이 “온두라스에서 학대받았다”는 소문을 퍼뜨리자 두 나라간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앙금은 결국 멕시코월드컵 예선전 축구경기에서 촉발돼 전쟁으로 치달았다.

그해 7월14일, 엘살바도르 육군과 공군은 국경을 넘어서 온두라스 공군기지를 공격했으며 보병 약 1만2천 명이 온두라스로 진군했다. 이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는 OAS(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의 중재로 7월19일 엘살바도르가 무조건 철수를 약속하면서 나흘 만에 막을 내렸다.

이후 온두라스 국경지대에 정착하였던 엘살바도르 농민 30만 명은 정착지를 잃고 쫓겨나 도시빈민이 되었으며, 온두라스와 국교를 단절한 엘살바도르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데 이어 1972년 시작된, 극우파에 의한 내전으로 혼란에 빠졌다. 온두라스 또한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두 나라는 이 전쟁으로 국교를 단절했고 5년 뒤인 1976년, 중재 교섭에 합의한 뒤 1980년 페루 리마에서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국가간 축구 경기가 분쟁으로 비화한 사례는 또 있다. 1930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간의 경기는 사소한 반칙이 발단이 되어 경기장 내 싸움으로 번졌고, 이는 국가간 악감정으로 이이져 양국은 국교를 단절하기에 이르렀다. 그것도 무려 24년 동안 외교 관계를 끊어 ‘뒤끝 작렬’의 ‘끝판왕’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사례는 축구로 인해 야기된, 가장 극적인 분쟁 사례로 남아 있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돼 2라운드 진출을 위한 국가간 각축이 한창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세계 선수권대회인 월드컵 축구대회는 ‘축구’라는 단일 종목으로 최대 관중을 끌어들이며 TV 중계를 통해 가장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 기간만큼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긴장을 잠재운다는 극적인 효과도 있다. 한때 영국 프리미어 리그 ‘첼시’(Chelsea Football Club)의 핵심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의 디디에 드록바(Didier Yves Drogba) 이야기는 이를 잘 말해준다.

코트디부아르는 지난 2002년부터 코코아 채취 이득을 두고 반군인 북부 이슬람 세력과 정부를 장악한 남부 기독교 세력간 내전이 벌어져 매일 총성이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지난 2005년 10월, 드록바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수단과 벌인 아프리카 예선전을 3-1 승리로 이끈 뒤 방송 카메라 앞에 선수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적어도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전쟁을 멈추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드록바의 호소가 전해지자 놀랍게도 거짓말처럼 내전이 중단됐다. ‘2006 독일 월드컵’이 끝난 후 드록바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자신의 연봉을 매년 기부하며 국제 사회에 끊임없이 종전을 호소했고, 결국 다음해인 2007년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은 끝이 났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사례이다. 어쩌면 이는 ‘신화’와도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치열한 각축, 또 본선에서 2라운드인 16강에 이어 8강, 4강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대 국가에 대해 가졌던 감정의 앙금이 촉발돼 분쟁으로 나타나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하노버(Hanover) 소재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University) ‘Dickey Centre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의 앤드류 베르톨리(Andrew Bertoli) 박사가 지난 50년간의 월드컵 대회와 이를 전후해 벌어졌던 국가간 분쟁을 조사, 분석한 보고서가 그것이다. ‘민족주의와 갈등 : 국제 스포츠의 교훈’(Nationalism and conflict: lessons from international sport)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지난해 계간으로 나오는 학술저널 ‘International Studies Quarterly’에 소개된 바 있다.

베르톨리 박사는 ‘Correlates of War’(COW. 과거의 자료를 기반으로 현대의 전쟁과 국제 분쟁과 원인을 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연구 프로젝트) 자료를 통해 1958년부터 2010년 사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거나 그러지 못한 국가간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베르톨리 박사는 다음 월드컵 예선, 그리고 국가간 문제와 연결되어 나타나는 6개의 확연한 차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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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University) 국제문제 연구소인 ‘Dickey Centre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의 분석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국가간 분쟁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1. 국가간 분쟁은 월드컵과 관련이 있다

월드컵이 개최되기 4년 전부터 예선을 통과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들 사이에 시작된 분쟁은 월드컵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예선전이 시작된 이후, 이 과정에서 시작된 분쟁의 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렇다면, 월드컵 대회가 실제로 이들 각 국가를 훨씬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베르톨리 박사는 이 분석 결과에는 민족주의에 미치는 토너먼트의 영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부분의 학자들은 국가간 스포츠 경기가 민족주의 의식을 부추긴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국가간 스포츠가 해당 국가 내에서 국가적 담론을 보다 매파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미디어는 종종 군사 용어로 경기를 설명하고 승리 또는 패배 예상을 과거의 ‘전투’(이전 경기 결과)와 비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첫 번째 차트는 분쟁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본선진출 영향이 월드컵 대회 이후 에는 소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거나 그렇지 못한 국가에서 시작된 군사적 분쟁발생 수

▲본선 진출을 못한 국가

(월드컵 이전)

-3.5년 사이 : 6건

-3년 사이 : 5건

-2.5년 사이 : 8건

-2년 사이 : 8건

-1.5년 시아 : 6건

-1년 사이 : 11건

-6개월 사이 : 4건

-예선 기간 : 4건

-World Cup 기간 : 2건

 

▲본선 진출을 못한 국가

(월드컵 이후)

-6개월 사이 : 5건

-1년 사이 : 4건

-1.5년 사이 : 3건

-2년 사이 : 5건

-2.5년 사이 : 7건

-3년 사이 : 3건

-3.5년 사이 : 5건

 

▲본선에 진출한 국가

(월드컵 이전)

-3.5년 사이 : 10건

-3년 사이 : 4건

-2.5년 사이 : 12건

-2년 사이 : 7건

-1.5년 사이 : 6건

-1년 사이 : 11건

-6개월 사이 : 9건

-예선 기간 : 4건

-World Cup 기간 : 9건

 

▲본선에 진출한 국가

(월드컵 이후)

-6개월 사이 : 8건

-1년 사이 : 10건

-1.5년 사이 : 9건

-2년 사이 : 14건

-2.5년 사이 : 13건

-3년 사이 : 10건

-3.5년 사이 : 8건

Source : Bertoli, A. Nationalism and conflict: lessons from international sport(2017)

 

 

2. 월드컵 예선 2년 후, 본선진출 국가들 도발은 2.5배 높았다

월드컵 예선 2년 후, 이 과정을 치렀던 국가들이 일으킨 분쟁은 49건에 달했다. 옛 소비에트 연방(소련)은 예선 이후 2년 내 12차례의 분쟁을 일으켜 이 수치에 공헌(?)했다.

이런 도발의 대부분은 냉전(Cold War)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58년 월드컵 이후 발생됐으며 이란, 일본, 대만 및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대항해 일어났다.

나이지리아는 1994년 및 1998년 월드컵 예선을 치른 차드(Chad), 라이베리아(Liberia)와 세 차례 분쟁을 일으켰다. 프랑스는 1958년, 1978년 및 1982년 예선 후 6회의 분쟁을 일으켰으며 이 중 세 건은 식민지 국가였던 튀니지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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