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사진(AAP Image/James Ross) 멜버른 컵에 출전한 24필의 세계 최고 수준의 경주마들이 결승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맨 앞 쪽에 오렌지 색상의 유니폼을 착용한 기수 크레이그 윌리엄스가 탄 우승마 보우 앤드 디클레어가 질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총 우승 상금 730만 달러가 내걸린 159회 멜버른 컵 대회의 우승의 영예는 ‘보우 앤드 디클레어’(Vow and Declare) 호와 기수 크레이그 윌리엄스에게 돌아갔다.

 

우승마 보우 앤드 디클레어는 호주에서 출생해 자란 순수 국산 경주마라는 점에서 호주 경마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42살의 기수 크레이그 윌리엄스는 멜버른 컵 도전 15번째 만에 우승하는 감격을 맛봤다.

 

기수 크레이그 윌리엄스는 “보우 앤드 디클레어 호를 탄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면서 모든 공을 조마사 대니 오브라이언에게 돌렸다.

 

그는 또 “나를 키워준 부모님은 내게 많을 것을 안겨줬고, 부모님의 격려와 지원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부모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크레이그 윌리엄스는 “어려서 부터 경마를 보며 희망을 펼쳤고, 오늘의 영광을 꿈 꿔왔는데, 오늘 우승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다름없었다”고 평가했다.

 

조마사 대니 오브라이언도 “정말 우승을 믿을 수가 없었다”면서 “마지막 100미터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력질주해서 우승의 기적을 이뤘다”고 말했다.

사진1= (AAP Image/Scott Barbour) 멜버른 컵 도전 15번째 만에 우승의 영광을 거머쥔 42살의 기수 크레이그 윌리엄스가 감격해하고 있다.

 

세계적 조마사 부자의 ‘경주 전쟁’…뒤바뀐 순위

 

한편 레이스를 마친 후 2위, 3위, 4위 순위가 뒤바뀌는 ‘역대급’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레이스에서 2위로 들어온 마스터 오브 리앨리티(Master of Reality)가,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지만 4번째로 골인하는데 그쳤던 일 파라디소(Il Paradiso)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항의가 제기된 것.

 

주최측은 항의를 받아들여 2위로 골인한 마스터 오브 리앨리티를 4위로 강등시키고, 3위로 들어온 프린스 오브 애런을 2위로, 4위로 들어온 파라디소를 3위로 인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항의를 제기해 3위로 오른 일 파라디소의 조마사 에이던 오브라이언은  4위로 강등된 마스터 오브 리앨리티의 조마사 조셉 오브라이언의 아버지라는 점.

 

두 부자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조마사다.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항의로 아들이 훈련한 말은 2위에서 4위로 내려앉고 , 아버지의 말은 4위에서 3위로 순위가 바뀐 것.

 

2년 전 157회(2017년) 대회에서는 두 부자가 훈련한 두 필의 말이 결승점을 거의 동시에 들어와 1, 2위를 나눠 가졌다.

 

아들 조셉이 훈련한 리킨들링이 우승을 차지했고, 아버지 에이던이 훈련한 말 조핸스 버미어는 준우승을 차지해 멜버른 컵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썼고, 올해 대회에서도 진기한 기록을 남겼다.

사진2= (AAP Image/Julian Smith) 2017  멜버른 컵 대회  우승마 ‘리킨들링’의 조마사 조셉 오브라이언이  마주 로이드 윌리암스, 기수 코리 브라운과 함께 멜버른 컵을 들어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에이던 오브라언이 훈련한 조핸스 버미어는 이 대회에서 ‘갈기차’로 2위로 골인했다.

 

당신의 경마 베팅에 말은 죽어 나간다”…역대급 시위

 

올해 대회에서도 부상마는 변함없이 발생했다.

 

24필의 경주마 가운데 꼴찌를 차지한 로스트로포비치(Rostropovich)는 골반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고 긴급 치료를 받은 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과도한 채찍을 남발한 한 기수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실제로 올해 대회를 앞두고 경주마에 대한 가혹 행위 문제를 앞세운

세계적 동물보호단체 ‘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항의시위는 매우 거셌다.

 

멜버른 컵을 앞두고 ABC의 탐사 보도 ‘7.30’에서는 수십만 달러의 상금을 받은 경주마 수백 마리가 살해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경주마의 참혹한 현실은 일반인들의 의식에 깊이 파고들었다.

 

비밀스러운 화면에는 현역에서 물러난 경주마들이 발로 차이고 학대당하는 장면이 포함돼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일정 상의 이유를 들며 멜버른 컵에서의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경주 대회 반대 운동가들은 그녀에게 “동물 학대에 대항해 달라”는 청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모델인 메간 게일 역시 동물 학대에 대한 우려로 인해 올해 멜버른 컵에 가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멜버른 컵이 열리기 하루 전인 11월 4일 멜버른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는 멜버른 컵 행사가 열렸지만, 시위대 역시 같은 장소에 몰려들어 플래카드를 들고 “경마대회가 동물을 죽인다”라고 외쳤다.

PETA 호주지부 관계자들은 “멜버른 컵 대회를 비롯한 경마행사는 말의 목숨을 담보로 한 도박행위”라며 보이콧 캠페인을 펼쳤다.

 

PETA 관계자는 “순종 명마 사육에 혈안이 된 인간의 욕심에 수많은 말들이 희생되고 있고, 경마로 부상당하는 말은 가차없이 안락사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호주 지부는 “1년 간 평균 호주의 경주마 122필이 숨졌고 이는 하루 평균 3마리 꼴이다”라고 역설했다.  멜버른 컵에서만 2013년 이후 6 필의 경주마가 숨졌다.

 

멜버른 컵 대회 최악의 경주마 불상사는 지난 2014년 대회에서 발생했다. 

 

당시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꼴찌로 들어온 일본의 ‘어드마이어 랙티’ 호와 7위로 골인한 아랄도 호가 레이스를 마친 직후 숨을 거두는 역대 최악의 비극이 발생했던 것.  

 

우승후보였던 랙티 호는 레이스 초반 선두로 나섰으나 이내 뒤로 쳐지기 시작했고 결국 22필마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결승선에 들어섰다.

 

그리고 마구간으로 들어간 직후 일본의 국보급 경주마 랙티는 급성 심장 마비로 숨이 멈췄다.

 

아랄도 호 역시 경주를 마친 후 다리가 부러졌고, 결국 안락사됐다. 

 

2015년 대회에서도 레드 카두 호가 유사한 증세를 겪은 바 있고 2018년 대회에서도 클리프소포모어 호가 오른쪽 어깨 골절로 완주하지 못했고 대회 직후 안락사됐다.

 

이처러 2013년 이후 멜버른 컵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경주마는 6마리에 이르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의 멜버른 컵 대회의 저지 캠페인을 촉발시켰던 것.

PETA 호주지부의 에밀리 라이스 지부장은 “호주 전국민이 동물 학대에 반대하고 있고 멜버른 컵 등 경마의 잔혹성의 참상을 인식하는 국민 수도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3(Getty Image). 멜버른컵 행사장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는 PETA  관계자와 회원들.

 

한국에서 학대 받고 도축된 호주의 경주마

 

경주마 학대 문제가 멜버른 컵 보이콧 캠페인으로 점화된 가운데 관련 이슈는 한국으로 까지 튀었다.

경주 또는 번식 용도로 한국에 수입된 수천 마리의 외국산 말이 학대 끝에 도축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이들  가운데는 호주산 명마들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세계 최고 경주마의 형제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PETA가 한국 농협 소유의 제주도 도살장에서 극비리에 촬영한 영상을 통해 이같은 실상을 전 세계에 폭로했다.

영상에는 호주의 유명 경마 축제에서 이뤄지는 '매직 밀리언스 경매'에서 팔린 순수 혈통의 경주마 세 마리가 등장한 점이 호주와 영국의 주요 언론에 집중 부각됐다.

2008년 한국으로 수입된 '바를 정'(Bareul Jeong)이라는 말은 지난해 국제경마연맹이 발표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호주의 경주마 '윙스'(Winx)의 이복형제다.

33연승을 거둔 뒤 지난 4월 은퇴한 윙스는 호주 경마 역사상 최고의 말로 꼽혔다.

한국 경주마 혈통서 상에는 바를 정이 지난 2015년 7월 도축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진료 기록을 토대로 실제로는 2010년에 이 말이 도축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호주를 멈추는 멜버른 컵

 

하지만 호주 전역의 시계 바늘을 잠시 멈추게 하는 전체 국민의 경마 축제의 전통은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

 

매년 11월 첫째 주 화요일 오후 3시 세계 각국의 명마들이 3,200미터의 멜버른 플레밍턴 경마장 코스를 질주하는 순간 모든 국민들은 일손을 놓게 된다.

 

올해 역시 TV 생중계 시청자 수만 265만 명으로 단일 프로그램 시청률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어른서부터 아이들, 고관대작에서부터 일반 경마팬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좋아하는 말에 베팅을 하는 것은 도박이 아닌 호주사회의 가치관 공유가 된 것.

 

지난해의 경우 전체 베팅액은 총 6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억2500만 달러가 TAB을 통해 베팅됐다.

 

뉴질랜드에서도 약 1천 만 달러 이상이 베팅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1861년 금시계 1개와 170만 파운드 상금을 걸고 17마리의 경주마가 첫 레이스를 펼친 멜버른 컵 대회는 이제 세계 최고의 경마 레이스로 발돋움했다.

 

또한 멜버른 컵 대회는 패션의 한마당이다. 

 

플레밍턴 경마장 안팎에는 모자와 드레스로 한껏 멋을 낸 여성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이들의 모습이 국내 여성 패션의 1년을 가늠해준다.

 

아무튼 멜버른 컵에 대한 국민적 열기는 그 어떤 비판으로도 상쇄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매년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감동적 휴먼 스토리가 창출되기 때문.

 

 

전설의 명마 매카이비 디바

 

멜버른 컵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주인공은 아마도 ‘매카이비 디바’(Makybe Diva)라는 전설의 명마다.  

 

매카이비 디바는 전무후무한 멜버른 컵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바 있다.

 

매카이비 디바는 영국산으로 호주에서 조련됐고 2005년 은퇴할 때까지 총 1400만 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인 명마 중의 명마다.

 

‘매카이비 디바’를 제외한 역대 2번 우승한 말은 모두 네 필(Archer 1861-1862, Peter Pan 1932-34, Rain Lover 1968-69, Think Big 1974-75)에 불과하다.

사진4(Getty Image) 전성기 시절의 매카이비 디바

 

 

 ©TOP Digital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5153 호주 시드니서 내집 마련?... 지난해 비해 연간 9만 달러 더 많은 소득 올려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5152 호주 올해 NAPLAN 평가 데이터 분석... 공립 초등학교, ‘상위 우수성적’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5151 호주 호주 여권 갱신비용, 거의 400달러로... 내년도 두 차례 오를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5150 호주 Pretty extraordinary... 시드니 등 주요 도시 주택가격 상승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5149 호주 아침에 커피를 거르면 두통이 온다구? ‘카페인 금단’, 그 과학이론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5148 호주 주택구매, 보다 수월해질까... 올 11월 시드니 지역 경매 낙찰률 하락세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5147 호주 NSW 주 정부, 28개 펍과 클럽 대상 ‘cashless gaming trial’ 승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12.21.
5146 호주 연방정부, 이민자 제한 ‘10개년 계획’ 발표... 순이민, 2년 내 절반 수준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45 호주 NSW 주 정부, Metro West 프로젝트 ‘지속’ 확인... 수만 채 주택 건설키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44 호주 시드니 도심-동부 지역, ‘주거지 공간’에 대한 높은 프리미엄 지불해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43 호주 지나친 욕심을 가졌다고?... ‘세상 악의 희생양’, 베이비부머들은 억울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42 호주 주택가격 반등-이자율 상승, 대출제한 강화로 ‘모기지 보증금’도 ‘껑충’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41 호주 대학교육 인기 하락? University Admissions Centre 지원, 크게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40 호주 시드니 시의 ‘New Year's Eve’ 이벤트, 핵심 주제는 ‘호주 원주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39 호주 Time for me to leave... QLD 팔라슈추크 주 총리, ‘깜짝’ 사임 발표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38 호주 근로자 인금인상? 높은 이자율-세금으로 실질소득은 ‘사상 최저 수준’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37 호주 1995년 발행 ‘$5’ 희귀지폐 있으면... 일단 보관하시라!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36 호주 높은 생활비 압박 불구하고 더 많은 호주인들, ‘개인의료보험’ 가입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35 호주 City of Canterbury Bankstown, 연례 ‘Meals on Wheels’ 시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12.14.
5134 호주 부동산 개발자 등의 지방의회 의원 출마 ‘금지’ 관련 논쟁 ‘재점화’ file 호주한국신문 2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