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학생 1).jpeg

성인인 대학생 자녀의 캠퍼스 생활에 학점까지 관리하는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가 호주에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대학에는 이런 학부모들의 전화문의와 상담 방문이 늘어나 대학들이 학부모까지 상대해야 하는 새로운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학점-캠퍼스 생활 관리... 대학 관계자들, 새로운 압박감에 시달려

 

한국 부모들의 자식 ‘뒷바라지’는 유명하다. 그런데 호주에도 자녀에게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모든 일에 관여하는 부모를 뜻하는 일명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학부모들의 관심이 대학생 자녀에게까지도 이어지고 있어 호주 대학교들이 ‘학부모 압력’이라는 새로운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일요일(2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자녀의 학과 진도를 문의하기 위해 학교에 전화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성인 자녀의 학점을 알아보기 위해 학과 코디네이터(course coordinators)를 직접 만나는 학부모도 있다.

한 학부모는 교실이 가득 차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자녀가 개별 지도 시간인 튜토리얼(tutorial)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자, 학교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의 한 강사는 “과거에는 학생들이 학점에 대해 항의했는데, 이제는 학부모들이 찾아와 항의한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성인이 된 자녀의 고등교육에까지 이어지는 ‘헬리콥터 학부모’들의 극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호주고등교육연합(National Tertiary Education Union)의 앨리슨 반스(Alison Barnes) 회장은 최근 맥쿼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자녀의 학교생활 및 학점과 관련한 우려를 상담하기 위해 전화하는 학부모들이 증가하는 것을 느꼈다”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스 박사는 이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성인 학생들에 대한 사항은 그들의 부모에게도 밝혀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대학교의 상업화와 비싼 등록금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녀의 교육비가 증가하고 학생들의 HECS 빚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주며, 학부모들의 개입으로까지 이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학부모를 위한 특별 가이드북을 제공하거나 학교 상담 서비스와의 미팅에 초대해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고 개입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착수했다.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는 학부모들에게 ‘해방의 과정’을 알려주는 온라인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학교의 웹사이트에는 “학교는 학부모들이 참여해 자녀의 교육에 동참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말이 쓰여 있다. 이어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으며, 자녀의 대학생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대학교 직원들이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를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여져 있다.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의 학생대사들(student ambassadors)은 학교 개강일이 다가오면 학부모들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받는다. 이는 개강일에 참석해 질문을 던지는 학부모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상 때문이다.

라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의 제시카 벤더렐리(Jessica Vanderlelie) 부총장 대리는 “자녀들이 어떤 공부를 어디서 하는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가족과 보호자 및 친구들이 학과 성적뿐 아니라, 캠퍼스 생활에 적응하고 중간에 부딪치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자녀에 대한 학부모의 개입은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호주 부모들보다 더 극성인 나라도 있다. 중국 톈진(Tianjin) 대학교에서는 매년 1천명 이상의 부모들이 캠퍼스에 텐트를 치고 자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관찰하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대학생 자녀의 학점과 재정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모바일 앱(app)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학부모들이 유명 대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학교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전달한 것이 적발되면서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불러오는 폐해의 전형적인 예로 기록되기도 했다.

퀸즐랜드 과학기술대학교(Queensland University of Technology) 육아 전문가인 메릴린 캠벨(Marilyn Campbell) 교수는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생이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들이 증가한 게 그 원인”이라고 분석한 캠벨 교수는 “이러한 개입에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라고 경고했다. 그녀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보호는 자녀들이 각자의 삶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고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빅토리아대학교(Victoria university) 학생지원과(student suppor)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 또한 “‘회복력’(resilience)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현재 직면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해보고자 노력하라’고 조언하지만 오히려 학생상담을 위해 찾아온다”며 “자녀가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겪는 것을 원치 않아 하는 학부모들 때문”라고 말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대학생 1).jpeg (File Size:62.8KB/Download:19)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51 호주 호주 주택위기 심화... 구입 경제성,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50 호주 올해 겨울 시즌, ‘호주 기상 기록상 가장 따뜻한 계절’... 기상청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49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태양열 패널 설치 주민에 자금 지원 file 호주한국신문 23.09.08.
6548 호주 ‘Intergenerational Report 2023’... 주요 그래프를 통해 보는 호주 미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7 호주 NAPLAN 평가의 근본적 개편 이후 NSW 3분의 1 학생, ‘기준 충족’ 미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6 호주 호주 다수 지역들, 올해 봄 시즌 높은 수준의 ‘심각한 산불’ 경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5 호주 성적 괴롭힘 관련 ABS 전국 조사, 젊은 여성 35% 이상 ‘피해 경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4 호주 보건-의료 부문에 매월 5천 명 신규 인력 추가... 그럼에도 직원부족 이유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3 호주 주택담보대출 상환 스트레스... 대출자들에게서 종종 보이는 실수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2 호주 “생활비 압박에 따른 ‘식품경제성’ 위기, 괴혈병-구루병 위험 높인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1 호주 단 7주 만에 수백만 달러... ‘돈세탁’에 이용되는 NSW 최악의 펍과 클럽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40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지역사회 지도자들, 폭력 문제 해결 위한 ‘한 목소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31.
6539 호주 40년 후 호주 인구, 거의 1,400만 명 추가... 총인구 4,050만 명 이를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8 호주 허위 고교 졸업장-영어평가서로 대학에... 시드니대, 상당수 ‘부정입학’ 적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7 호주 “연방정부의 주택 계획, 향후 10년간 임차인들 320억 달러 절약 예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6 호주 “2023년의 ‘Matildas’, 여자축구-스포츠 이벤트의 ‘게임 체인저’로 기억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5 호주 ‘off-market’ 주택 거래... “일반적으로 매매가격 낮추는 경향 있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4 호주 Sydney Royal Wine Show 2023... 국내외 전문가가 선택한 최고의 와인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3 호주 NSW 각 학교 학생들의 교내 ‘베이핑 문제’ 심각... 교육부, 실태파악 나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2 호주 SA 주 연구원들, 대변검사 없이 대장암 여부 확인하는 ‘조작’ 박테리아 설계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1 호주 지속되는 생활비 위기... ‘기후변화 행동’ 지원 호주인 비율, 빠르게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30 호주 캐나다베이 카운슬, 오랜 역사의 이탈리안 축제 ‘Ferragosto’ 개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9 호주 7월 호주 실업률 3.7%... 일자리 14,600개 실종-실업자 3,600명 늘어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8 호주 CB 카운슬, 예술가-지역 청소년들이 만들어가는 ‘거리 예술’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8.25.
6527 호주 호주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4강에 만족해야... 결승 진출 좌절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6 호주 호주 각 대학에서의 ‘표현의 자유’ 위협, 2016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5 호주 시드니 시, 헤이마켓에 한국-중국 등 아시아 문화 및 음식거리 조성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4 호주 인플레이션 수치, 호주 중앙은행 목표인 2~3% 대로 돌아오고 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3 호주 NSW 주 정부, 신규 주택 위해 시드니 11개 교외 공공부지 재조정 알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2 호주 수천 명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온라인상에서 각 지역의 잊혀진 역사 공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1 호주 호주 전역 대도시 주택가격 오름세 보이지만... 상승 속도는 더디게 이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0 호주 라이프스타일-대도시보다 저렴한 주택가격이 ‘지방 지역 이주’의 주요 요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9 호주 CB 카운슬, ‘War on Waste’ 관련 무료 워크숍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8 호주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의 양면성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7 호주 생활비 압박 속 ‘생계유지’ 위한 고군분투... ‘multiple jobs’ 호주인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6 호주 대학 내 만연된 성폭력 관련 ‘Change The Course’ 보고서 6년이 지났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5 호주 획기적 AI 혁명, “수용하거나 뒤처지거나”... 전문가-학계-기업 관계자들 진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4 호주 No dance, No gum, No 방귀! 10 of the silliest laws around the world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3 호주 공실 늘어가는 시드니 도심의 사무 공간, 주거용으로 전환 가능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2 호주 일단의 정신건강 전문가들, 장기간의 실직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1 호주 시드니 부동산 시장 회복세 ‘뚜렷’, 주택가격 치솟은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0 호주 “NSW 주 ‘유료도로 이용료 감면’ 대신 ‘바우처’ 도입해 통행량 줄여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9 호주 NSW 전역 캥거루 개체 크게 증가... 과학자들, 생물다양성 문제 경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8 호주 “뜨개질 그룹에서 치매-손 떨림 예방하고 새 친구들도 만나보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7 호주 2022-23년도 ‘금융’ 부문 옴부즈맨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9만7천 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6 호주 ‘메트로 웨스트’ 기차라인 건설 지연, NSW 주택건설 계획도 ‘차질’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5 호주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가격 2.3% 상승... 일부 교외지역 성장세 두드러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4 호주 호주에서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은 누구...? 노년층 아닌 중년의 남성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3 호주 새로운 계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초기 단계 환자에 ‘효과 가능성’ 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2 호주 올해 6월까지 12개월 사이, 광역시드니의 임대료 최다 상승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