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학생 우려 1).jpg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함께 호주 국경을 폐쇄했던 연방정부가 오는 11월 1일부터 다시 개방할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호주의 각 대학에서 공부하던 국제학생들 가운데는 “호주 유학의 매력이 사라졌다”는 반응도 있다. 사진은 ‘호주 베트남유학생회’ 회의의 한 장면. 사진 : Vietnamese Students in Australia

 

 

특정 인종 혐오 두려움-일자리 경쟁-임대료 등 높아진 호주 거주비용 등 '우려'

유학생들, 장기화된 호주 국경 폐쇄에 북미-유럽 국가 대학들로 발길 돌리기도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접종률이 높아지고 연방정부가 호주 국경 재개방 계획을 발표하면서 팬데믹 이후 자국으로 돌아가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갔던 국제 학생들이 다시 호주의 각 대학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자국으로 돌아간 뒤 온라인 강의로 공부를 해야 했던 이들은 대략 6만 여 명에 이른다. 호주 국경 개방 방침에 따라 학업을 재개하거나 또는 호주에서 고등교육 과정을 이수하려는 해외 학생들이 호주로 입국하려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은 바이러스 상황 중에 호주에서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런지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NSW대학교에서 공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인도 유학생 라디카 기아니(Radhika Gyani)는 전염병 사태 후 자국으로 돌아간 뒤 1년 넘게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다시 호주로 돌아가는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온라인 학습은 너무 기계 중심적이어서 강의실에서 직접 강의를 듣는 인간적 교류가 그립다”면서도 “다시 호주로 돌아가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의 걱정은 다시 증가한 국제 학생들을 보는 호주 현지인들의 시선이 어떨까 하는 점이다. 특히 어느 국가나 마친가지겠지만, 2년 가까이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봉쇄와 경제 침체, 실직 등 어려운 시기를 겪은 상황이어서 현지인들이 국제 학생들을 얼마나 환영할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기아니의 걱정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녀는 각국 사람들의 호주 입국 개시가 시드니에서의 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그녀의 경제적 능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초 팬데믹 상황이 시작되면서 호주에 체류하던 장단기 취업자나 유학생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시드니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임대료는 상당히 하락한 상황이지만 이들이 다시 돌아오면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임대료가 올라가고 또 유학생이 할 수 있는 일자리도 쉽게 얻기 힘들 수 있다.

 

파키스탄 유학생으로 법학 박사 과정에 있는 소냐 카디르(Sonia Qadir)는 학업을 마친 후의 직업 전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호주의 각 대학들은 많은 부분에서 대학 예산을 삭감했고, 박사학위 소지자들에게 맡기던 강의 시간도 크게 줄인 상태이다.

 

또 다른 ‘문화 쇼크’ 우려도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 재적 중인 유학생 안 도(An Do)는 다시 호주로 돌아가면 두 번째 문화 쇼크를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거의 2년 동안 영어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호주에서 다시 학업을 시작하게 되면 의사소통이나 강의 이해가 어려워 처음부터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종합(유학생 우려 2).jpg

호주국립대학교(ANU)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 안 도(An Do). 그는 다시 호주에서 학업을 이어가기로 하면서 팬데믹 이후 지난 2년 가까이 사용하지 않았던 자신의 영어 능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사진 : An Do

   

그는 이어 “바이러스 발병은 대학 강의를 온라인으로 돌려놓았고 우리의 사회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강의실에서 직접 강의를 수업이 불가능해졌던 것은 카디르의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대면 학습을 할 수 없다는 것은 학자로서 지식을 쌓고 성장하는 데 있어 정말로 중요하고 필요한 학술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게 그녀의 하소연이다.

 

호주가 국경 폐쇄를 결정하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그녀는 박사학위 과정 대부분을 외국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해야 했다.

 

카디르는 “담당 교수 외에 다른 교수진이나 관련 분야 학자들을 만나고, 그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원격 강의의 문제

 

호주에서 공부하는 베트남 유학생 커뮤니티의 리더인 빈 응엔(Binh Nguyen)은 “많은 학생들이 원격 학습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대학에 납부하는 학비는 변함이 없지만 교육의 질은 대면 강의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이를 받아들이는 학생은 없다”는 것이다.

 

유학생 일각에서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NSW 주 각 대학 부총장 모임인 ‘NSW Vice-Chancellors Committee’의 바니 글로버(Barney Glover) 부총장(웨스턴 시드니대학교)은 “수천 명의 국제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호주 고등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버 부총장은 이어 “각 대학에 재적 중인 국제 학생들은 그에 따른 학비를 지불하고 있고 어떤 경우에는 호주에서 납부하는 것과 비교해 할인된 비용을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응엔은 “많은 베트남 유학생 부모들은 전염병 사태 초기, 호주 유학 베트남 학생들이 호주 정부의 충분힌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베트남 학부모들 가운데는 자녀를 다시 호주로 보내는 것을 주저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행위도 우려

 

호주에서 고등교육 과정을 공부하던 국제학생들이 다시 호주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것에 주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이러스 사태로 다시 드러난 인종차별 문제, 특정 국가 출신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혐오적 행위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중 여러 베트남 학생들이 온라인 포럼에 참석해 특정 국가 출신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지역사회 주민들이 보인 행동과 이의 대처방안을 공유했다. 아시안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을 때 보란 듯 안면 마스크를 꺼내 착용하는 행동 등이 그것이다.

 

해외 유학생의 호주 유치 업무를 하고 있는 에이전트 두이 매튜스(Duy Matthews)는 “호주 유학에서의 부정적 경험이 많은 베트남 소셜 미디어에서 유포되고 있다”며 “베트남의 일부 학생 및 학부모들은 호주의 (인종) 차별에 대해서 상당한 오해를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종합(유학생 우려 3).jpg

호주에서 법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파키스탄 유학생 소냐 카디르(Sonia Qadir). 그녀는 "팬데믹으로 인해 박사 과정 대부분을 해외에서 온라인으로 공부했다"며 "대면 강의에 참석하지 못함으로써 관련 분야 학자들과의 교류나 네트워킹 구축 기회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사진 : Sonia Qadir

   

자오 리(Zhao Li)는 시드니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UTS)에서 커머스(commerce) 학사학위를 계획했지만 현재 호주와 중국간의 관계를 감안할 때 호주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녀는 “중국 언론들은 호주가 중국에 적대적이라 전하고 있다”면서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호주에서 공부할 경우 동료들이 나를 비난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유학업계, “팬데믹 이후 호주유학 신청 학생 감소”

 

주로 동남아 유학생 유치 활동을 하는 ‘Australian Visa and Student Services’의 매튜스 에이전트는 “현재 호주 각 대학에 등록하는 국제 학생 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에 비해 60%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의 많은 학부모들은 자녀를 캐나다나 미국으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호주 각 대학에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웨스턴 시드니대학교 글로버 부총장은 “호주의 국경 폐쇄가 연장되면서 호주에서 공부하거나 유학을 계획했던 많은 국제 학생들이 북미나 유럽의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버 부총장은 이어 각국 학생들을 호주 대학으로 유치하기 위한 ‘NSW 파일럿 프로그램’(NSW pilot program)을 언급하면서 “주요 국가간 국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상당히 치열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유학생 우려 1).jpg (File Size:73.9KB/Download:16)
  2. 종합(유학생 우려 2).jpg (File Size:88.5KB/Download:9)
  3. 종합(유학생 우려 3).jpg (File Size:83.1KB/Download:1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27 호주 호주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4강에 만족해야... 결승 진출 좌절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6 호주 호주 각 대학에서의 ‘표현의 자유’ 위협, 2016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5 호주 시드니 시, 헤이마켓에 한국-중국 등 아시아 문화 및 음식거리 조성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4 호주 인플레이션 수치, 호주 중앙은행 목표인 2~3% 대로 돌아오고 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3 호주 NSW 주 정부, 신규 주택 위해 시드니 11개 교외 공공부지 재조정 알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2 호주 수천 명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온라인상에서 각 지역의 잊혀진 역사 공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1 호주 호주 전역 대도시 주택가격 오름세 보이지만... 상승 속도는 더디게 이어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20 호주 라이프스타일-대도시보다 저렴한 주택가격이 ‘지방 지역 이주’의 주요 요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9 호주 CB 카운슬, ‘War on Waste’ 관련 무료 워크숍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8 호주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좋은 것과 나쁜 것’ 사이의 양면성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7.
6517 호주 생활비 압박 속 ‘생계유지’ 위한 고군분투... ‘multiple jobs’ 호주인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6 호주 대학 내 만연된 성폭력 관련 ‘Change The Course’ 보고서 6년이 지났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5 호주 획기적 AI 혁명, “수용하거나 뒤처지거나”... 전문가-학계-기업 관계자들 진단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4 호주 No dance, No gum, No 방귀! 10 of the silliest laws around the world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3 호주 공실 늘어가는 시드니 도심의 사무 공간, 주거용으로 전환 가능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2 호주 일단의 정신건강 전문가들, 장기간의 실직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1 호주 시드니 부동산 시장 회복세 ‘뚜렷’, 주택가격 치솟은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10 호주 “NSW 주 ‘유료도로 이용료 감면’ 대신 ‘바우처’ 도입해 통행량 줄여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9 호주 NSW 전역 캥거루 개체 크게 증가... 과학자들, 생물다양성 문제 경고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8 호주 “뜨개질 그룹에서 치매-손 떨림 예방하고 새 친구들도 만나보세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8.10.
6507 호주 2022-23년도 ‘금융’ 부문 옴부즈맨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9만7천 건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6 호주 ‘메트로 웨스트’ 기차라인 건설 지연, NSW 주택건설 계획도 ‘차질’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5 호주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가격 2.3% 상승... 일부 교외지역 성장세 두드러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4 호주 호주에서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은 누구...? 노년층 아닌 중년의 남성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3 호주 새로운 계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초기 단계 환자에 ‘효과 가능성’ 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2 호주 올해 6월까지 12개월 사이, 광역시드니의 임대료 최다 상승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1 호주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한의 날씨, “세계유산 위협하는 공통의 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0 호주 시드니 주택 시장의 ‘FOMO’ 심리, 3개월 사이 7만 달러 가격 폭등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9 호주 Year 12 학생들, 대학 입학시 원격 수업보다는 ‘캠퍼스 활기’ 원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8 호주 ‘주거 스트레스’, 지방 지역으로 확산... 민간단체들, “정부 행동 필요”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7 호주 연방정부 최초의 ‘Wellbeing budget’, 호주인들 ‘더 부유하고 장수’하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6 호주 정부 예산, 200달러 흑자 전망되지만... “올해 ‘생활비 경감’ 추가 조치 없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5 호주 ‘School zones’ 속도위반 적발 가장 많은 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4 호주 12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북반구의 7월, 올 여름 호주의 예상되는 기후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3 호주 스리랑카와 호주의 국가정체성 탐구 소설, 올해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2 호주 Auction theory... 경매 통한 거래방식이 부동산 시장에 암시하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1 호주 ‘파워풀 여권’ 순위... 호주 186개국-한국 189개국 무비자 방문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0 호주 심화되는 이상기후... 시드니 다수 교외지역, 더 많은 ‘tree canopy’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9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의 ‘은밀한’ 코카인 사용량,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8 호주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인플레이션 수치 하락 중... 일부 주요 국가들 비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7 호주 호주 실업률 다시 하락... RBA, 8월 통화정책 회의서 금리인상 가능성 ↑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6 호주 대다수 호주인들, “이민자 유입 너무 많다”... ‘적다’는 이들은 극히 일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5 호주 중앙은행 미셸 블록 부총재, 차기 총재 선임... 금리 인하 시작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4 호주 세금신고 정보- 새 회계연도의 세무 관련 변화... 환급액, 더 낮아질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3 호주 FIFA 주관의 첫 여자축구 국제대회, 그리고 1세대 ‘Matidas’의 도전과 투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2 호주 Mind the price gap... 기차라인 상의 각 교외지역 주택가격, 큰 차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1 호주 치솟은 기준금리와 높은 인플레이션... 호주인 절반, ‘재정적 위기’ 봉착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0 호주 ‘재택근무’는 ‘획기적’이지만 CBD 지역 스몰비즈니스에는 ‘death knell’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9 호주 NSW 정부, 주택계획 ‘Pilot program’으로 5개 교외지역 ‘신속 처리’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8 호주 “아직은 모기지 고통 적지만 젊은 임차인들, 높은 임대료로 가장 큰 압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