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머독).jpg

턴불 총리의 사퇴와 모리슨 전 재무장관의 대표직 선출 및 총리 취임으로 일단락된 ‘자유당 내전’과 관련해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총리가 턴불 축출의 핵심 배후 인물로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총리와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 회장을 지목하면서 “호주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인물들”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사진은 호주, 미국, 영국 등에서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

 

케빈 러드 전 총리, ‘자유당 내전’ 배후 핵심 인물로 두 보수인사 지목

 

집권 자유당의 내부 분열로 지난 8월24일(금)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가 사퇴하고, 스콧 모리슨(Scote Morrison) 재무장관이 집권 여당 대표로 새 총리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총리(노동당)가 턴불을 밀어낸 ‘자유당 내전’의 배후 인물로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총리와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 회장을 지목하면서 비난을 쏟아냈다.

금주 월요일(27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러드 전 총리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에 직접 의견서를 전달해 “호주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정치폭력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들을 비난했다.

이번 자유당 당권 경쟁은 지난 8월21일(화), 턴불 총리와 피터 더튼(Peter Dutton) 내무장관의 1차 대결(48대35로 턴불이 앞섰음)에 이어 24일(금)다시 자유당 의원 전체 투표가 진행되면서 턴불이 사퇴한 가운데 최종적으로 스콧 모리슨 전 재무장관과 더튼의 대결로 압축, 모리슨이 45대40으로 더튼을 꺾고 새 대표로 선출됐다.

러드 전 총리는 “호주 정치가 여론조사에 대한 집착과 어린 정치인들 주도의 ‘젊은 노동당/젊은 자유당’ 문화에 중독됐다”고 표현했다.

2007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노동당 대표로 26대 총리를 역임했던 러드 전 총리는 같은 당 줄리안 길라드(Juliia Gillard) 의원의 도전으로 당 대표 자리를 빼앗겼다가 2013년 6월 다시 총리직을 ‘재탈환’했다. 그러나 그 해 9월 총선에서 자유당에 패했으며 얼마 뒤 정계에서 사퇴했다.

러드 전 총리는 의견서에서 “호주 정치를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은 호주 민주주의의 최대 암(cancer)적 존재로 불리는 토니 애보트 전 총리와 머독 회장에 대한 부정, 중독성, 혐오”라고 주장했다.

러드 전 총리의 집권 시기는 여야 간에 전례 없는 정치적 유혈사태가 있던 시기로, 25대 총리직을 역임했던 존 하워드(John Howard. 1996-2007) 전 총리 이후 지난 10년 간 호주에는 7차례나 총리가 교체됐다. 이에 따라 이번 자유당 내 턴불 총리 축출 사건은 호주 정치계에서 보수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러드 전 총리는 의견서에서 “애보트 전 총리는 오로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치계에서 이기겠다는 생각 뿐, 정책에는 신경을 쓴 적이 없다”며 “그의 주도로 실행된 긍정적인 정책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러드 전 총리는 집권 당시 뉴스 코퍼레이션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뉴스 코퍼레이션에서 발행하는 전국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The Australian) 전 편집국장 크리스 키첼(Chris Mitchell) 아들의 대부(godfather) 급으로 여겨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페어팩스 미디어에 전달한 의견서에는 뉴스 코퍼레이션에 대한 신랄한 비난이 포함되어 있다.

러드 전 총리는 “머독은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극우 이념적 견해를 드러내는 하나의 정치적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머독은 호주 출신이며 영국 일간지 ‘더 선’(The Sun)과 미국의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 ‘폭스뉴스’(Fox News) 등을 소유한 미국 언론재벌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 탈퇴)를 뒤에서 주도한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가 ‘더 선’을 통해 브렉시트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탓이다. 미국에서 폭스 뉴스는 2009년 공화당(The Republican Party) 주도로 시작된 극우 민족주의 운동 ‘티파티’(Tea Party)를 홍보하고, 트럼프(Donald Trump)의 승리를 도운 일등공신 언론사로 여겨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수십 년간 부유층의 세금인하 정책 지지, 기후변화 대응 탄소배출 규제 내용을 담은 ‘파리기후협약’(Paris Agreement)에 따른 정책 반대 및 다문화주의 정책을 반대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턴불 전 총리 지지측은 이번 ‘자유당 내전’을 놓고 뉴스 코퍼레이션과 동 기업이 소유한 영국기반 뉴스전문 채널인 스카이 뉴스(Sky News)의 적극적 지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채널나인(Channel 9) 방송인 레이 하들리(Ray Hadley)와 페어팩스 미디어가 소유한 라디오 방송국 2GB.com의 진행자 앨런 존스(Alan Jones) 등 호주의 유명 방송인들도 턴불 총리의 사퇴를 지지한 인물들로 꼽히고 있다.

채널 나인의 크리스 울만(Chris Uhlmann) 수석 정치부 특파원은 “존스, 하들리, 애보트 전 총리의 수석 보좌관이었던 페타 크레들린(Peta Credlin) 등 ‘Sky after dark’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이 턴불 전 총리의 사퇴를 이끈 주요 인물들”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페어팩스 미디어에 따르면 턴불 총리와 가까운 원로 자유당 의원들은 크레들린 및 존스와 함께 전 자유당 의원이었던 로스 캐머론(Ross Cameron)과 스카이 뉴스 진행자들이 몇몇 자유당 의원들에게 연락해 턴불 총리를 비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크레들린은 “정치와는 상관없이 방송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며, 존스에 대한 질문에도 답변을 피했다.

턴불 총리는 사퇴를 결정하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당내 소수집단이 자신들의 지도력 강화를 위해 의회 밖의 힘을 이용, 다른 의원들을 왕따시키고 또 위협하고 있다”며 자신의 총리직 사퇴에 압력을 가하는 외부적 힘이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턴불 전 총리와 가까운 몇몇 측근들은 당시 그의 발언을 두고 2GB 진행자들과 뉴스 코퍼레이션을 겨냥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자유당의 원로 의원들은 페어팩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뉴스 코퍼레이션은 턴불 전 총리가 집권한 이래로 그의 리더십에 관한 편파적 보도를 지속해왔다”며 특히 루퍼트 머독이 자신의 첫째 아들 라클란 머독(Lachlan Murdoch)과 함께 호주를 방문했을 때가 특히 심해 머독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 코퍼레이션 관계자들은 “머독은 뉴스의 방향에 대해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부는 “머독이 호주를 방문하면 통례적으로 뉴스 코퍼레이션의 정치 파트가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페어팩스 미디어에 따르면, 정치 일각에서 그리고 뉴스 코퍼레이션 관계자들은 뉴스 코퍼레이션의 공동회장인 라클란 머독이 턴불 전 총리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부친(루퍼트)보다 훨씬 더 보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또한 라클란이 크레들린과 애보트 전 총리 모두와 상당히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루퍼트 머독은 자신이 소유한 미디어를 통해 정치계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보해왔다. 영국에서 그의 타블로이드 신문은 과거 노동당의 지지를 받아왔으나, 최근에는 보수당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머독은 예비선거 당시 트럼프에 반대했다가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자 적극적인 후원자로 발 빠르게 갈아타 현재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폭스 뉴스 프로그램의 아침 및 저녁 방송 진행자들에 대한 견해를 언급, 폭스뉴스의 팬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머독).jpg (File Size:49.6KB/Download:20)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01 호주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한의 날씨, “세계유산 위협하는 공통의 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0 호주 시드니 주택 시장의 ‘FOMO’ 심리, 3개월 사이 7만 달러 가격 폭등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9 호주 Year 12 학생들, 대학 입학시 원격 수업보다는 ‘캠퍼스 활기’ 원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8 호주 ‘주거 스트레스’, 지방 지역으로 확산... 민간단체들, “정부 행동 필요”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7 호주 연방정부 최초의 ‘Wellbeing budget’, 호주인들 ‘더 부유하고 장수’하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6 호주 정부 예산, 200달러 흑자 전망되지만... “올해 ‘생활비 경감’ 추가 조치 없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5 호주 ‘School zones’ 속도위반 적발 가장 많은 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4 호주 12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북반구의 7월, 올 여름 호주의 예상되는 기후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3 호주 스리랑카와 호주의 국가정체성 탐구 소설, 올해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2 호주 Auction theory... 경매 통한 거래방식이 부동산 시장에 암시하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1 호주 ‘파워풀 여권’ 순위... 호주 186개국-한국 189개국 무비자 방문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0 호주 심화되는 이상기후... 시드니 다수 교외지역, 더 많은 ‘tree canopy’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9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의 ‘은밀한’ 코카인 사용량,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8 호주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인플레이션 수치 하락 중... 일부 주요 국가들 비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7 호주 호주 실업률 다시 하락... RBA, 8월 통화정책 회의서 금리인상 가능성 ↑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6 호주 대다수 호주인들, “이민자 유입 너무 많다”... ‘적다’는 이들은 극히 일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5 호주 중앙은행 미셸 블록 부총재, 차기 총재 선임... 금리 인하 시작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4 호주 세금신고 정보- 새 회계연도의 세무 관련 변화... 환급액, 더 낮아질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3 호주 FIFA 주관의 첫 여자축구 국제대회, 그리고 1세대 ‘Matidas’의 도전과 투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2 호주 Mind the price gap... 기차라인 상의 각 교외지역 주택가격, 큰 차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1 호주 치솟은 기준금리와 높은 인플레이션... 호주인 절반, ‘재정적 위기’ 봉착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0 호주 ‘재택근무’는 ‘획기적’이지만 CBD 지역 스몰비즈니스에는 ‘death knell’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9 호주 NSW 정부, 주택계획 ‘Pilot program’으로 5개 교외지역 ‘신속 처리’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8 호주 “아직은 모기지 고통 적지만 젊은 임차인들, 높은 임대료로 가장 큰 압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7 호주 HSC 시험 스트레스 가중... 불안-집중력 문제로 도움 받는 학생들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6 호주 NSW 보건부, 급성 vaping 질병 경고... 일단의 젊은이들, 병원 입원 사례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5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3번째 키위사망자 발생 보고 일요시사 23.07.19.
6474 호주 2022-23년도 세금 신고... 업무 관련 비용처리가 가능한 항목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3 호주 잘못 알고 있는 도로교통 규정으로 NSW 운전자들, 수억 달러 ‘범칙금’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2 호주 차일드케어 비용, 임금-인플레이션 증가 수치보다 높은 수준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1 호주 2023 FIFA 여자 월드컵... 축구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변모시켰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0 호주 시드니 주택임대료, 캔버라 ‘추월’... 임대인 요구 가격, ‘사상 최고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9 호주 입사지원시 기업 측의 관심을 받으려면... “영어권 이름 명시하는 게 좋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8 호주 세계 최초 AI 기자회견...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거나 반항하지 않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7 호주 개인소득세 의존 높은 정부 예산... 고령 인구 위한 젊은층 부담 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6 호주 일선 교육자, “계산기 없는 아이들의 산술 능력,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5 호주 SA 주 8개 하이스쿨서 ChatGPT 스타일 AI 앱, 시범적 사용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4 호주 NSW, ‘세입자 임대료 고통’ 해결 위해 Rental Commissioner 임명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3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Dodgeball Sydney’와 함께 ‘피구’ 리그 마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2 호주 CB 카운슬, 어린이-고령층 위한 대화형 게임 ‘Tovertafel’ 선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1 호주 Millennials-Gen Z에 의한 정치지형 재편, 보수정당 의석 손실 커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60 호주 고령연금 수혜 연령 상승-최저임금 인상... 7월 1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9 호주 다릴 매과이어 전 MP의 부패, NSW 전 주 총리와의 비밀관계보다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8 호주 호주 대학생들, ‘취업 과정’ 우선한 전공 선택... 인문학 기피 경향 ‘뚜렷’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7 호주 보다 편리한 여행에 비용절감까지... 15 must-have travel apps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6 호주 각 대도시 주택시장 ‘회복세’, “내년 6월까지 사상 최고가 도달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5 호주 주 4일 근무 ‘시험’ 실시한 기업들, 압도적 성과... “후회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4 호주 연방 노동당, QLD에서 입지 잃었지만 전국적으로는 확고한 우위 ‘유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3 호주 호주 RBA, 7월 기준금리 ‘유지’했지만... 향후 더 많은 상승 배제 못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2 호주 NSW 정부, 각 지방의회 ‘구역’ 설정 개입 검토... 각 카운슬과 ‘충돌’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