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VIC 부동산 1).jpg

멜번(Melbourne)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인근 도시로 이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빅토리아(Victoria) 주의 임대주택 공실률이 1.2%를 보인 가운데 특히 멜번 서쪽 발라랏(Ballarat)은 사상 최저인 0.7% 공실률을 보였다. 사진은 발라랏에서 간신히 임대주택을 구했다는 케이틀린 코스텔로씨. 그녀에 따르면 임대주택 인스펙션에 200명이 몰리기도 한다.

 

VIC 주 임대주택 공실률 1.2%... 인근 도시 일자리 증가도 한 요인

 

멜번(Melbourne)에 거주하던 임대주택 거주자들이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인근 도시로 이주함에 따라 지방 지역 세입자들도 높은 임대료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빅토리아 부동산연구소’(Real Estate Institute of Victoria. REIV)에 따르면 빅토리아 주의 임대주택 공실률(임대 가능한 부동산 비율)은 지난 2월 1.2%로 떨어졌다. 보통 공실률 3%를 균형 잡힌 시장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임대주택 구하기가 크게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배경은 멜번 인구 성장에 따른 것으로, 멜번 인구는 매년 12만5천 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방 및 빅토리아 주 정부는 멜번 인근 도시 거주를 유도하고자 다양한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정책은 민간 투자, 특히 임대주택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멜번 서부 발라랏(Ballarat)에 거주하는 두 살의 자녀를 둔 케이틀린 코스텔로(Caitlin Costello)씨는 새 임대주택을 구하기 위해 매주 12곳 이상의 부동산 중개회사에 신청서를 넣고 있다.

그녀는 “나는 싱글맘(single mum)으로 양육을 위해 일을 하지 않으며 센터링크에서 보조금을 받고 있기에 정상적인 임대주택을 구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케이스”라고 말했다.

코스텔로씨는 임대주택을 인스펙션 한 뒤 이를 임대하고자 신청하지만 전문 직업을 가진 젊은 커플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임대주택 인스펙션을 하면 한 차례에 보통 30여 그룹이 방문하며 하루 종일 200명 이상의 예비 세입자들이 몰려든다”고 말한 그녀는 “2개 침실을 가진 주택의 최저 임대료는 현재 250달러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에게 유리하고

세입자는 불리한 임대시장

 

REIV의 전임 대표이자 부동산 에이전트로 일하는 트레버 부스(Trevor Booth)씨에 따르면, 발라랏의 임대주택 공실율은 지난 1월 0.7%였다. 이는 이 지역 역사상 가장 낮은 공실 비율이다.

부스씨는 “지난 2년 연속 임대주택 공실률이 낮은 수치를 보였으며, 이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입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발라랏에 투자용 주택을 구입했던 이들은 기대 이상의 수익률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부스씨는 “발라랏의 낮은 임대주택 공실률은 멜번에서 이주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는 지방 도시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빅토리아 주 정부의 임대료 보고서에 따르면 멜번의 평균 임대료는 근래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년 사이 빅토리아 주 지방 도시에서는 5.3%가 올랐다.

 

빅토리아 주 경제 성장의 이면

 

부스씨는 발라랏의 임대주택 공실률이 크게 낮아진 또 다른 요인으로 이 지역에서의 고용 기회가 늘어난 점을 꼽았다.

빅토리아 주 정부는 발라랏 베이스 공립병원(Ballarat Base Hospital) 재개발에 4억6,16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멜번에 자리하던 600여 공공기관을 이전한다는 계획 하에 이 기관들의 업무를 위한 ‘GovHub’ 건설에 4천780만 달러, 멜번-발라랏 구간의 기차노선 업그레이드를 위해 1억 달러를 책정한 상태이다.

또한 발라랏 시는 도시 서쪽의 산업단지를 개발하고 있으며 여기에 3억 달러의 재생에너지 시설을 포함한 상업시설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 같은 개발 계획으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으며, 이 지역에서의 고용기회를 얻은 이들, 그 가족들을 감안하면 상당한 주택이 필요한 셈이다.

부스씨는 주택공급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지만 지난해 왕실위원회(Royal Commission)의 조사 이후 엄격해진 주택담보 대출 규정에 따라 부동산 투자의 불확실성으로 공급이 이어지지 않아 임대주택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불행하게도 임대주택 공급은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을 다시금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종합(VIC 부동산 2).jpg

멜번 인근의 발라랏(사진)은 대학교가 있을 뿐 아니라 근래 빅토리아 주 정부의 인프라 사업 일자리가 늘면서 임대주택 수요도 크게 증가했다.

 

“시장의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는 여러워...”

 

스윈번 공과대학교(Swinburne University of Technology) 주택학부의 케이스 헐스(Kath Hulse) 교수는 “지난 오랜 기간, 멜번에 나타났던 저렴한 주택 공급 문제가 지방 도시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헐스 교수는 “각 의회, 특히 주 정부가 할 수 있는 핵심 역할은 규제와 입법이지만 변화에 합의하고 의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녀는 정부가 대규모 공공주택 사업에 더 이상 정부 예산을 할애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현 부동산 시장에 맞추어 임대주택을 얻은 이들은 높은 임대료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니면 더 저렴한 캐러밴 파크 등 도시 가장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게 헐스 교수의 지적이다.

 

지방도시 세입자, 더 이상

학생들만이 아니다

 

헐스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발라랏 등 지방도시 주택임대 시장에 인구 통계학적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멜번 인근 도시의 경우 학생이나 청년들이 들어와 일정 기간 머물거나 일을 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주택을 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코스텔로씨는 친구로부터 한 임대주택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집 주인에게 직접 연락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주택을 구할 수 있었다. 그녀는 12개월의 임대계약을 했지만 “두 살 된 딸의 장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며 ‘내집 마련’은 ‘멀고 먼 꿈’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 |
  1. 종합(VIC 부동산 1).jpg (File Size:75.5KB/Download:26)
  2. 종합(VIC 부동산 2).jpg (File Size:85.9KB/Download:17)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01 호주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한의 날씨, “세계유산 위협하는 공통의 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0 호주 시드니 주택 시장의 ‘FOMO’ 심리, 3개월 사이 7만 달러 가격 폭등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9 호주 Year 12 학생들, 대학 입학시 원격 수업보다는 ‘캠퍼스 활기’ 원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8 호주 ‘주거 스트레스’, 지방 지역으로 확산... 민간단체들, “정부 행동 필요”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7 호주 연방정부 최초의 ‘Wellbeing budget’, 호주인들 ‘더 부유하고 장수’하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6 호주 정부 예산, 200달러 흑자 전망되지만... “올해 ‘생활비 경감’ 추가 조치 없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5 호주 ‘School zones’ 속도위반 적발 가장 많은 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4 호주 12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북반구의 7월, 올 여름 호주의 예상되는 기후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3 호주 스리랑카와 호주의 국가정체성 탐구 소설, 올해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2 호주 Auction theory... 경매 통한 거래방식이 부동산 시장에 암시하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1 호주 ‘파워풀 여권’ 순위... 호주 186개국-한국 189개국 무비자 방문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0 호주 심화되는 이상기후... 시드니 다수 교외지역, 더 많은 ‘tree canopy’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9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의 ‘은밀한’ 코카인 사용량,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8 호주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인플레이션 수치 하락 중... 일부 주요 국가들 비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7 호주 호주 실업률 다시 하락... RBA, 8월 통화정책 회의서 금리인상 가능성 ↑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6 호주 대다수 호주인들, “이민자 유입 너무 많다”... ‘적다’는 이들은 극히 일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5 호주 중앙은행 미셸 블록 부총재, 차기 총재 선임... 금리 인하 시작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4 호주 세금신고 정보- 새 회계연도의 세무 관련 변화... 환급액, 더 낮아질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3 호주 FIFA 주관의 첫 여자축구 국제대회, 그리고 1세대 ‘Matidas’의 도전과 투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2 호주 Mind the price gap... 기차라인 상의 각 교외지역 주택가격, 큰 차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1 호주 치솟은 기준금리와 높은 인플레이션... 호주인 절반, ‘재정적 위기’ 봉착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0 호주 ‘재택근무’는 ‘획기적’이지만 CBD 지역 스몰비즈니스에는 ‘death knell’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9 호주 NSW 정부, 주택계획 ‘Pilot program’으로 5개 교외지역 ‘신속 처리’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8 호주 “아직은 모기지 고통 적지만 젊은 임차인들, 높은 임대료로 가장 큰 압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7 호주 HSC 시험 스트레스 가중... 불안-집중력 문제로 도움 받는 학생들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6 호주 NSW 보건부, 급성 vaping 질병 경고... 일단의 젊은이들, 병원 입원 사례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5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3번째 키위사망자 발생 보고 일요시사 23.07.19.
6474 호주 2022-23년도 세금 신고... 업무 관련 비용처리가 가능한 항목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3 호주 잘못 알고 있는 도로교통 규정으로 NSW 운전자들, 수억 달러 ‘범칙금’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2 호주 차일드케어 비용, 임금-인플레이션 증가 수치보다 높은 수준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1 호주 2023 FIFA 여자 월드컵... 축구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변모시켰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0 호주 시드니 주택임대료, 캔버라 ‘추월’... 임대인 요구 가격, ‘사상 최고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9 호주 입사지원시 기업 측의 관심을 받으려면... “영어권 이름 명시하는 게 좋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8 호주 세계 최초 AI 기자회견...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거나 반항하지 않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7 호주 개인소득세 의존 높은 정부 예산... 고령 인구 위한 젊은층 부담 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6 호주 일선 교육자, “계산기 없는 아이들의 산술 능력,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5 호주 SA 주 8개 하이스쿨서 ChatGPT 스타일 AI 앱, 시범적 사용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4 호주 NSW, ‘세입자 임대료 고통’ 해결 위해 Rental Commissioner 임명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3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Dodgeball Sydney’와 함께 ‘피구’ 리그 마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2 호주 CB 카운슬, 어린이-고령층 위한 대화형 게임 ‘Tovertafel’ 선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1 호주 Millennials-Gen Z에 의한 정치지형 재편, 보수정당 의석 손실 커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60 호주 고령연금 수혜 연령 상승-최저임금 인상... 7월 1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9 호주 다릴 매과이어 전 MP의 부패, NSW 전 주 총리와의 비밀관계보다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8 호주 호주 대학생들, ‘취업 과정’ 우선한 전공 선택... 인문학 기피 경향 ‘뚜렷’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7 호주 보다 편리한 여행에 비용절감까지... 15 must-have travel apps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6 호주 각 대도시 주택시장 ‘회복세’, “내년 6월까지 사상 최고가 도달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5 호주 주 4일 근무 ‘시험’ 실시한 기업들, 압도적 성과... “후회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4 호주 연방 노동당, QLD에서 입지 잃었지만 전국적으로는 확고한 우위 ‘유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3 호주 호주 RBA, 7월 기준금리 ‘유지’했지만... 향후 더 많은 상승 배제 못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2 호주 NSW 정부, 각 지방의회 ‘구역’ 설정 개입 검토... 각 카운슬과 ‘충돌’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