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Rock Arts 1).jpg

멜번대학교 암각화 연대 연구팀이 새로운 연대 측정 기술을 이용해 서부호주 킴벌리(Kimberley, Western Australia)의 암각화 보호구역을 조사한 결과 이곳의 암각화가 최대 4만3천년 전에 만들어진 것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은 암각화 조사 작업을 진행하는 동 대학교 연구원 헬렌 그린(Helen Green. 왼쪽) 박사와 이 지역 원주민 이안 와이나(Ian Waina)씨. 사진 : Pauline Heaney, Rock Art Australia

 

멜번대학교 연구원, 새 연대측정 기술로 킴벌리 암각화 제작시기 추정

 

호주 대륙에 인간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은 약 6만5천 년 전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호주 원주민들이다. 이들은 호주 전역에 걸쳐 부족 단위로 생활하면서 자기네 선조들의 이야기나 그들만의 신화를 암벽에 그림으로 남겨놓았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 원주민 예술은 오늘날 이들의 문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이며 또한 관광 자원으로 소중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북부, 킴벌리 지역(Kimberley region)의 암각화(킴벌리 암각화 보호구역)가 최대 4만3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이는 암벽의 코팅 광물층에 사용되는 새 과학적 연대측정 기술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호주의 가장 오래된 암각화 기록은 변경되어야 한다. 또한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벽화 중 하나가 된다.

최근 이 지역 기반의 발랑가라(Balangarra) 원주민 부족과 함께 작업한 팀 일원이자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암각화 연대를 연구하는 헬렌 그린(Helen Green) 박사에 따르면 이 코팅 광물층은 얕은 동굴 암석 표면에 반짝이는 유약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는 이 유약의 연대를 측정할 수 있었고, 내부 층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개별 층의 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

원주민 예술의 이면

 

지금의 호주 원주민이 약 6만5천 년 전 이 땅에 자리잡았다는 증거는 있지만 이들의 암각화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기에 헬렌 그린 박사 연구팀의 조사를 통해 나온 4만 년 넘은 암각화 가능성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현재까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암각화는 북부호주(Northern Territory) 암각화 보호구역에 있는 것으로, 목탄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약 2만8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종합(Rock Arts 2).jpg

암각화 보호구역의 암벽을 뒤덮고 있는 흡반(cupule) 모양의 흔적들. 헬렌 그린 박사는 이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 Damien Finch, Melbourne University

   

킴벌리의 암각화 보호구역에 있는 벽화의 연대 측정 작업은 올해 초 진행됐었다. 그린 박사는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암각화가 킴벌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그림은 1만7,500년 된 실물 크기의 캥거루 그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헬렌 박사 연구팀의 조사가 최종 확인된다면 킴벌리 암각화 보호구역의 그림은 이보다 훨씬 앞서 만들어진 것으로 기록된다.

그린 박사에 따르면 이 연대측정 기술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알아보려면 재료의 일부를 사용해야 한다. 그녀는 “이제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으므로 조각된 암각화에서 얻은 샘플을 이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연대 측정 기술을 이용, 이 샘플 유약이 4만3천년 정도 된 것이라면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 중 하나가 된다.

현재까지 조사된 것 가운데 가장 오랜 연대를 가진 것은 올해 초 인도네시아의 한 동굴조사 작업을 통해 4만5,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돼지 형상의 암각화이다.

 

종합(Rock Arts 3).jpg

킴벌리의 암각화 보호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행선은 종종 유대류나 새의 발자국 형태를 보이며,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사진 : Damien Finch, Melbourne University

 

기후 조건에 대한

인간의 반응

 

킴벌리 암각화 보호구역의 예술작품들은 놀라운 만큼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형태의 제작연대가 추정되면서 기후에 대응하는 문화 예술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는 완디나(Wandjina) 암각화가 오늘날 문화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는 그린 박사는 “1만7,500년 전 실물 크기의 캥거루에 사용된 원주민 예술은 현재 가장 오래된 암벽 예술 형태이며 그 사이에 다른 스타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암각화 보호구역의 내부를 덮고 있는 광물 유약을 이용한 연대측정 기술은 고대 예술 시대의 이야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이후 캠벌리 지역의 기후가 어떠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게 한다.

그린 박사에 따르면 암벽의 유약은 벽화가 만들어진 시기의 기후를 알아볼 수 있다. 즉 급격한 해수면 상승, 변화된 기후, 우기(monsoon)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등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 박사는 “약 1만4,500년 전 암각화가 만들어졌을 때에는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해안선이 다시 형성되었으며 장마 또한 거세졌을 것”이라며 “우리는 당시 기후가 많이 바뀌었고 암각화 예술에도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Rock Arts 4).jpg

킴벌리 암각화 조사 작업은 멜번대학교 연구원 헬렌 그린 박사팀과 이 지역 전통적 소유자인 크위니(Kwini) 부족의 공동 작업이다. 사진은 암각화 보호구역 앞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한 그린 박사와 이안 와이나(Ian Waina)씨. 사진 : Dr Helen Green

 

고대의 암벽 조각들

 

다양한 스타일의 암각화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예술품은 대부분 반복적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구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일부 특징적 그림이 나타난다.

킴벌리 암각화 보호구역 전체를 조사한 그린 박사는 “우리는 종종 작은 캥거루나 새의 발을 모티브로 한 것들을 볼 수 있는데 더 흔한 것은 커다란 평행선들, (동물의) 흡반(cupule)같은 것들이 바위 벽 전체를 뒤덮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 패턴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음식 준비나 무기제조를 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당시 사람들이 이 표면을 (흡반처럼) 긁어낸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합(Rock Arts 5).jpg

킴벌리의 완디나(Wandjina) 암각화 조사 작업을 진행하는 마디안 핀치(Damien Finch), 헬렌 그린(Helen Green), 이안 와이나(Ian Waina. 사진 왼쪽부터)씨. 사진 : Sven Ouzman / Balanggarra Aboriginal Corporation

 

멜번대학교 연구팀 조사에는 이 지역 전통적 소유 원주민인 크위니(Kwini) 부족의 이안 와이나(Ian Waina)씨도 참여했다. 그는 “이곳의 암각화들이 얼마나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두가 알고 싶어한다”며 “이곳을 여행하는 이들이 항상 묻곤 하지만 우리 지역 주민들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주의 고고학적 연대가 점차 더 과거로 거슬러 가는 가운데 원주민 미술에 대한 연구가 뒤쳐진 이유는 모두의 궁금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그린 박사는 “이제 광물 유약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로 킴벌리 암각화 보호구역의 원주민 예술이 인도네시아 동굴에서 발견된 것만큼 오래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업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 |
  1. 종합(Rock Arts 1).jpg (File Size:105.6KB/Download:17)
  2. 종합(Rock Arts 2).jpg (File Size:131.5KB/Download:11)
  3. 종합(Rock Arts 3).jpg (File Size:128.1KB/Download:14)
  4. 종합(Rock Arts 4).jpg (File Size:88.3KB/Download:19)
  5. 종합(Rock Arts 5).jpg (File Size:68.3KB/Download:13)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501 호주 기후변화와 관련된 극한의 날씨, “세계유산 위협하는 공통의 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500 호주 시드니 주택 시장의 ‘FOMO’ 심리, 3개월 사이 7만 달러 가격 폭등으로...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9 호주 Year 12 학생들, 대학 입학시 원격 수업보다는 ‘캠퍼스 활기’ 원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8 호주 ‘주거 스트레스’, 지방 지역으로 확산... 민간단체들, “정부 행동 필요”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8.03.
6497 호주 연방정부 최초의 ‘Wellbeing budget’, 호주인들 ‘더 부유하고 장수’하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6 호주 정부 예산, 200달러 흑자 전망되지만... “올해 ‘생활비 경감’ 추가 조치 없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5 호주 ‘School zones’ 속도위반 적발 가장 많은 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4 호주 12년 만에 가장 무더웠던 북반구의 7월, 올 여름 호주의 예상되는 기후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3 호주 스리랑카와 호주의 국가정체성 탐구 소설, 올해 ‘마일즈 프랭클린 문학상’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2 호주 Auction theory... 경매 통한 거래방식이 부동산 시장에 암시하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1 호주 ‘파워풀 여권’ 순위... 호주 186개국-한국 189개국 무비자 방문 가능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90 호주 심화되는 이상기후... 시드니 다수 교외지역, 더 많은 ‘tree canopy’ 필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9 호주 시드니 지역에서의 ‘은밀한’ 코카인 사용량,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8 호주 호주와 뉴질랜드 모두 인플레이션 수치 하락 중... 일부 주요 국가들 비교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7 호주 호주 실업률 다시 하락... RBA, 8월 통화정책 회의서 금리인상 가능성 ↑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7.
6486 호주 대다수 호주인들, “이민자 유입 너무 많다”... ‘적다’는 이들은 극히 일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5 호주 중앙은행 미셸 블록 부총재, 차기 총재 선임... 금리 인하 시작될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4 호주 세금신고 정보- 새 회계연도의 세무 관련 변화... 환급액, 더 낮아질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3 호주 FIFA 주관의 첫 여자축구 국제대회, 그리고 1세대 ‘Matidas’의 도전과 투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2 호주 Mind the price gap... 기차라인 상의 각 교외지역 주택가격, 큰 차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1 호주 치솟은 기준금리와 높은 인플레이션... 호주인 절반, ‘재정적 위기’ 봉착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80 호주 ‘재택근무’는 ‘획기적’이지만 CBD 지역 스몰비즈니스에는 ‘death knell’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9 호주 NSW 정부, 주택계획 ‘Pilot program’으로 5개 교외지역 ‘신속 처리’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8 호주 “아직은 모기지 고통 적지만 젊은 임차인들, 높은 임대료로 가장 큰 압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7 호주 HSC 시험 스트레스 가중... 불안-집중력 문제로 도움 받는 학생들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6 호주 NSW 보건부, 급성 vaping 질병 경고... 일단의 젊은이들, 병원 입원 사례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20.
6475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3번째 키위사망자 발생 보고 일요시사 23.07.19.
6474 호주 2022-23년도 세금 신고... 업무 관련 비용처리가 가능한 항목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3 호주 잘못 알고 있는 도로교통 규정으로 NSW 운전자들, 수억 달러 ‘범칙금’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2 호주 차일드케어 비용, 임금-인플레이션 증가 수치보다 높은 수준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1 호주 2023 FIFA 여자 월드컵... 축구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변모시켰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70 호주 시드니 주택임대료, 캔버라 ‘추월’... 임대인 요구 가격, ‘사상 최고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9 호주 입사지원시 기업 측의 관심을 받으려면... “영어권 이름 명시하는 게 좋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8 호주 세계 최초 AI 기자회견... “인간의 일자리를 훔치거나 반항하지 않을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7 호주 개인소득세 의존 높은 정부 예산... 고령 인구 위한 젊은층 부담 커져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6 호주 일선 교육자, “계산기 없는 아이들의 산술 능력,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5 호주 SA 주 8개 하이스쿨서 ChatGPT 스타일 AI 앱, 시범적 사용 예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4 호주 NSW, ‘세입자 임대료 고통’ 해결 위해 Rental Commissioner 임명했지만...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3 호주 캔터베리 뱅스타운 카운슬, ‘Dodgeball Sydney’와 함께 ‘피구’ 리그 마련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2 호주 CB 카운슬, 어린이-고령층 위한 대화형 게임 ‘Tovertafel’ 선보여 file 호주한국신문 23.07.13.
6461 호주 Millennials-Gen Z에 의한 정치지형 재편, 보수정당 의석 손실 커질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60 호주 고령연금 수혜 연령 상승-최저임금 인상... 7월 1일부터 달라지는 것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9 호주 다릴 매과이어 전 MP의 부패, NSW 전 주 총리와의 비밀관계보다 ‘심각’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8 호주 호주 대학생들, ‘취업 과정’ 우선한 전공 선택... 인문학 기피 경향 ‘뚜렷’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7 호주 보다 편리한 여행에 비용절감까지... 15 must-have travel apps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6 호주 각 대도시 주택시장 ‘회복세’, “내년 6월까지 사상 최고가 도달할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5 호주 주 4일 근무 ‘시험’ 실시한 기업들, 압도적 성과... “후회하지 않는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4 호주 연방 노동당, QLD에서 입지 잃었지만 전국적으로는 확고한 우위 ‘유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3 호주 호주 RBA, 7월 기준금리 ‘유지’했지만... 향후 더 많은 상승 배제 못해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
6452 호주 NSW 정부, 각 지방의회 ‘구역’ 설정 개입 검토... 각 카운슬과 ‘충돌’ 위험 file 호주한국신문 23.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