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jpg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니며 성장한 아리엘라 니사(Ariella Nyssa)씨. 그녀는 혼전 순결을 강조한 교회의 가르침으로 파트너와의 성 관계에서 문제를 겪었고 한동안 교회를 나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평온함을 얻었다고 말했다. 사진 : Ariella Nyssa 제공

 

헌신-의미 있는 결혼관계에서 바람직... 지나친 강조는 수치심 유발할 수도

개인의 성적 욕구 수용에 악영향, 결혼 후 파트너와의 친밀감 해칠 우려도

 

스물 세 살의 아리엘라 니사(Ariella Nyssa)씨는 남자 친구와 성 관계를 가질 때, 종종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그녀는 “교회는 ‘길 잃은 양’ 또는 ‘잘못된 길에 들어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조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니사씨는 “그 때문인지 파트너와 성 관계를 가질 때에도 교회에서 한 그 말이 생각나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시드니 남부에 자리한 도시 울릉공(Wollongong) 태생인 그녀는 기독교인으로 성장했다. 혼전 성 관계를 피하고 미래의 남편을 위해 ‘순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가 어려서부터 교회로부터 배운 것이었고 그녀와 동료 신도들은 그렇게 생각해 왔다.

니사씨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결혼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면서 그녀의 세계관은 바뀌었고 남편과 함께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게 됐다. 하지만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교회로부터 들어온, ‘순결’에 대한 보수적인 메시지는 오랜 시간 그녀를 괴롭혔다.

멜번신학대학(University of Divinity in Melbourne) 로빈 휘태커(Robyn J Whitaker) 박사는 “주류 기독교를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종교는 처녀성(virginity)에 가치를 두거나 적어도 의미 있고 헌신적인 관계를 위해 순결을 유지하는 데 의미를 둔다”면서 “개인적인 견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휘태커 박사는 이어 “순결을 유지한 가운데 결혼을 기다리는 것은 ‘도덕적 선이며 여전히 긍정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교회는 처녀성과 성적인 문제 모두를 중시하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성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메시지가 잘못된 맥락에서 해로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휘태커 박사는 “극단적인 예로 프로테스탄트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순결문화’(purity culture)는 성에 대한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그녀는 “성 관계의 위험과 사악함에 대한 메시지는 결혼 행위에서 풀릴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최근 ABC 방송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ABC Life’는 관련 전문가를 통해 젊은층 일부가 직면한 성에 대한 혼란과 올바른 성교육 문제를 진단, 눈길을 끌었다.

 

‘순결’에 대한 신념이 수치심 유발할 수도

 

타냐 코엔스(Tanya Koens)씨는 시드니를 기반으로 하는 성 학자(sexologist)로, 그녀가 상담하는 고객 가운데는 아리엘라와 유사한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있다. 코엔스씨에 따르면 이들(상담고객들)은 문화 및 종교적 신념이 성 관계를 즐기거나 개인의 성욕을 받아들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고백한다.

코엔스씨는 “섹스를 부끄러운 것으로 취급하게 되면 사람들은 성 관계나 성 행위, 그리고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더러움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 경우 성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휘태커 박사에 따르면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에서 ‘순결문화’ 운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그녀는 “좋은 방향으로 보면 이는 젊은 기독교 신도들로 하여금 도덕적 생각과 행동을 통해 신성하고 순수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며 “반대로,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여성으로 하여금 처녀성을 보호하게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스스로를 수치스럽게 여기게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의 인구조사인 2016년 센서스를 보면 호주인 60%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다.

휘태커 박사는 “대부분의 종교에서 결혼 이외의 섹스를 가르치는 신앙은 죄로 취급된다”고 말한다. 이어 그녀는 “결혼식 후 첫날밤에 환상적 섹스를 기대하는 성적 욕망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아리엘라는 결혼 첫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파트너와의 성 관계를 두려워했다고 털어놓으며 “그날 밤, 화장실에 숨어 있었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코엔스씨는 “섹스 자체를 더럽거나 죄악이라고 보는 것이 모든 즐거움을 앗아간다”고 말했다. “그것은 사람들을 뻣뻣하고 어색하게 만들며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4-2.jpg

아리엘라 니사와 파트너인 크리스(Chris)씨. 열여덟 살에 결혼한 니사씨는 크리스와의 성 관계시 교회의 메시지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평온함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사진 : Ariella Nyssa 제공

 

남부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 South Australia) 출신의 브루크(Brooke. 29)씨는 자신이 재적해 있던 기독교 교회의 가르침을 언급하면서 “교회의 성 관련 메지시는 "Sex is bad, sex is bad, sex is bad’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결혼 외에서의 섹스는 죄악이고 처녀성을 포기하면 망가지는 것이라고 들었지만 성적 트라우마를 가진 이들에게는 그다지 포괄적이지 않다”며 “교회에서의 이 같은 메시지와 성교육 부재로 성기를 다루는 것은 물론 새 파트너와의 친밀감이 어렵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문제는 성교육 부재

 

코엔스씨는 브루크씨의 문제와 관련,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는 것뿐 아니라 순결가치는 ‘성적인 무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성과 관련해 많은 정보들이 있지만 사람들에게 있어 성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라는 게 그녀의 지적이다.

코엔스씨는 “따라서 만약 누군가 자신의 몸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면 그 무지는 고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실제로 음경을 배꼽에 대고 성 관계를 시도했던 커플을 만난 적도 있다”면서 “이들은 성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반면, 음란물과 같이 연령에 맞지 않는 성적 콘텐츠에 노출되는 경우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코엔스씨는 “한편으로 우리는 성교육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직면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늘날 너무 많은 성 관련 정보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불안, 공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성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합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한다”고 조언했다.

 

섹스를 둘러싼 변화된 이야기

 

코엔스씨는 “(성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 이후 섹스를 받아들이고 이를 즐기는 첫 번째 단계는 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바꾸는 것”임을 제시했다. “우리는 수치심이 다른 이들에 의해 우리에게 자행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좋은 것, 나쁜 것, 옳은 것을 말하는 그들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한 그녀는 자신의 고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말했다. “당신의 하느님은 사랑의 하느님인가?”(Is your God a loving God?)라고. 그러면서 “사랑의 하느님은 헌신적 관계를 위하여 성을 창조했고, 그것은 즐거울 수 있도록 의도되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코엔스씨는 성교육과 자위행위를 찾는 것은 자신의 몸을 알아가고 즐거움을 배우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성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고 육체적 반응과 함께 흥분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배우고 탐구하는 것은 결혼생활에서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는 중요한 일부”라는 것이다.

애들레이드의 브루크씨는 산부인과 의사의 도움으로 남편과의 어색한 친밀감 문제를 극복했다. 그녀와 남편은 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됐고, 이전에 다니던 교회에 다시 나가고 있다.

아리엘라씨는 성과 관련한 문제의 치유 과정에서 교회를 떠나 있었지만 지금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평온함을 얻었다고 말했다.

(기사에 언급된 Ariella Nyssa, Brooke는 가명임).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 |
  1. 4-1.jpg (File Size:65.6KB/Download:17)
  2. 4-2.jpg (File Size:115.5KB/Download:18)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6401 호주 블루마운틴의 Zig Zag Railway 기관차, ‘관광 상품’으로 운행 재개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400 호주 “WA 주, 대마초 합법화하면 연간 2억5천만 달러의 세금수익 가능 예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399 호주 NSW-VIC-SA 및 QLD 남동부 지역 전기사용 소비자 부담, 불가피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398 호주 SA ‘Riddoch Wines’ 사의 카베르네 소비뇽 제품, ‘세계 최고 와인’ 선정 file 호주한국신문 23.06.01.
6397 호주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 속, 호주인의 소비 방식에 ‘극단적 차이’ 나타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96 호주 학생들의 ‘읽기 능력’... 국제 평가에서 영국이 호주를 능가한 배경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95 호주 “향후 호주 일자리, 에너지-방위산업-의약품 부문에서 크게 늘어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94 호주 호주 겨울 시즌, 최대 규모 빛의 축제... Your A-Z guide to ‘Vivid Sydney’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93 호주 종교재단 학교 선호 힘입어 지난 10년 사이, 사립학교 등록 35%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92 호주 시드니 이너웨스트 주택 10채 중 1채는 ‘빈집’... 지방의회, 세금부과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91 호주 원주민 작가 데브라 단크, 논픽션 회고록으로 총 8만5천 달러 문학상금 차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90 호주 NSW 인지세 개혁... ‘선택적 토지세’ 대신 ‘인지세 면제범위 확대 추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89 호주 “시드니 밤 문화, 거꾸로 가고 있다”... 이유는 ‘너무 높은 비용과 접근성’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88 호주 한 달 사이 암울해진 고용 수치... 4월 호주 실업률 3.7%로 0.2%포인트 상승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87 호주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실험적 약물, 인지기능 저하 35% 차단 판명 file 호주한국신문 23.05.25.
6386 호주 높은 주택가격-낮은 임금 상승으로... NSW 거주민들, 이주비율 높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85 호주 연방정부 예산계획 상의 에너지 비용 경감 방안... 500달러 혜택, 누가 받나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84 호주 낮아지는 광역시드니 출산율... 35세 미만 여성 출산 비율, 갈수록 감소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83 호주 “주택 계획 관련, 시드니 ‘NIMBY 지역’ 지방정부에 더 많은 권한 필요하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82 호주 심각해지는 임대 위기... 더 많은 민간-공공주택 임차인, ‘가난한 삶’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81 호주 NSW 건축승인 건수, 10년 만에 최저 수준... “임대 위기 지속될 것”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80 호주 최악의 부동산 시장 침체 끝? 주택가격 상승 높은 시드니 교외지역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9 호주 RBA의 미공개 내부 분석, “물가 통제하려면 80%의 경기침체 위험 감수...”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8 호주 “시드니의 주택부족, 도시 외곽 개발보다 고층 주거지 개발로 해결해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7 호주 QLD 목화산지 ‘서던 다운스 지역’, 또 하나의 농장관광 상품으로 부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6 호주 “만성 스트레스 및 우울증 증상, ‘high cortisol’ 탓으로 설명될 수 없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5 호주 크랜베리 주스, ‘반복적 요로감염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설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4 호주 “국가, 지역사회의 변화 만들어내는 봉사자들에게 감사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3 호주 호주 실업률 3.5% 유지…급격 금리인상에도 일자리 '풍부' 라이프프라자 23.05.16.
6372 호주 Federal budget 2023- 생활비 부담 대책 강화... 일부 복지수당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71 호주 Federal budget 2023- 노동당의 두 번째 예산안 Winners and Losers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70 호주 연방정부, ‘Defence Strategic Review’ 승인... 새로운 전쟁시대 대비 착수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9 호주 세계보건기구, COVID의 ‘글로벌 공공보건 비상사태’ 종식 선언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8 호주 “생활비 압박 겪는 이들, 포키 도박으로 한방 노렸다”... NSW 도박 지출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7 호주 29세의 시드니 기반 예술가 거트만씨, 올해 ‘Archibald Prize’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6 호주 호주 최대 빛의 축제 ‘Vivid Sydney’, 올해부터 ‘보타닉 가든’은 유료 입장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5 호주 물가상승률 수치 완화되고 있다지만... 필수 상품가격은 여전히 ‘고공 행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4 호주 The Salvation Army, 연례 ‘Red Shield Appeal’ 모금 행사 시무식 개최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3 호주 연방정부, 모든 비자카테고리 변경 등 현 이민 시스템 전면 재설계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62 호주 올 회계연도 순이민으로 인한 호주 이민 40만 명 증가... 사상 최고치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61 호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광역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60 호주 연방정부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개편 계획... 혜택 대상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9 호주 호주 부동산 시장 침체 끝?... 3월 분기 시드니 주택 중간가격 ‘상승’ 집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8 호주 유학생 노동력 의존했던 Aged care 시설, ‘비자 변경’으로 어려움 가중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7 호주 기준금리 다시 인상... 인플레이션 대책 강화? 경기침체 ‘룰렛’일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6 호주 ‘Voice to Parliament’의 헌법 명시를 위한 국민투표, 유권자 여론은 ‘긍정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5 호주 호주 어린이들 독서시간 감소... ‘스크린’에 집중하는 시간은 크게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4 호주 COVID-19 새 변이 바이러스 ‘XBB.1.16’, 호주에서도 빠르게 확산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3 호주 연방 복지수당 조사위원회, ‘JobSeeker-Youth Allowance’ 지원금 인상 촉구 file 호주한국신문 23.04.27.
6352 호주 연방 자유당 더튼 대표 지지율, ‘Voice 반대’ 이후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 file 호주한국신문 23.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