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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머신 도박에 관대했던 타스마니아(Tasmania) 주 정부가 도박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도박자들로 하여금 사전 도박 손실액을 약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일, 월, 연간 단위로 정부가 지정한 최대 액수의 손실액을 정한 뒤 해당 기간 안에 이 액수를 잃게 되는 경우 다음 기간까지는 도박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이다. 사진 : Casino.org

 

겜블링 피해 줄이기 일환... 모든 게임자에 의무적 카드 기반 제도 도입 방침

 

호주 각 지역(suburb) 펍이나 클럽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포커머신은 도박중독자를 만들어내며 각 지역사회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특히 소득 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포커머신 게임 지출이 높다는 것은 호주사회 일각의 도박 문제를 말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포커머신 개혁 지지자들이 도박자들의 일일 또는 한 달간의 포커머신 도박 액수(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금액)에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도박 산업에 비교적 관대했던 자유당 집권의 타스마니아(Tasmania) 주 정부가 의무적인 ‘사전 게임 손실액 한도 계획’(pokies pre-commitment limits)을 발표, 다른 주(State)에서의 추후 방침이 주목되고 있다.

포커머신 도박 개혁 지지자들은 이것이 호주의 도박 피해를 줄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무소속의 앤드류 윌키(Andrew Wilkie) 연방 하원의원과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전 총리(노동당)는 호주 전역에서 이와 유사한 계획을 도입하려 했다가 (정치권의) 합의가 무산되어 실행하지 못한 바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각 주 및 테러토리 도박업계는 포커머신 도박과 관련한 ‘변화’를 꺼려 왔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도박 개혁을 정치적으로 추진해 왔던 타스마니아 주가 주도적으로 2024년 말까지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카드 기반의 의무적인 도박 손실액 한도 설정을 도입키로 한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포커머신 플레이어(도박자들)는 일일 손실액 최대 100달러, 월간 최대 500달러 및 연간 최대 5천 달러의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게임자가 설정한 이 손실 한도에 도달하는 경우, 다음 기간에 도박을 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자유당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타스마니아 자유당 정부는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펍과 클럽에서 포커머신을 없애려 계획했던 노동당 정책에 맞서 치열한 선거전을 벌인 바 있다.

타스마니아는 호주의 8개 주 및 테러토리에서 가장 작은 정부관할 구역으로, 전체 95개 장소(펍 또는 클럽, 카지노)에 포커머신 도박 기계도 3,399개에 불과하지만(NSW 주의 Canterbury Bankstown 카운슬에는 5천 대, Fairfield 카운슬에는 3,800대 이상의 포커머신이 있다), 이 결정으로 다른 주의 도박 산업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TAS의 포커머신

도박 관련 개혁 배경은

 

타스마니아는 호주의 게임 산업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지역이다. 주도인 호바트(Hobart)에는 1973년 문을 연 호주 최초의 카지노 ‘레스트 포인트’(Wrest Point)가, 북부 제2의 도시 론세스톤(Launceston)에는 두 번째로 영업을 시작한 카지노 ‘컨트리 클럽 타스마니아’(Country Club Tasmani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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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만 해도 타스마니아 자유당은 포커머신 개혁을 외치는 노동당에 맞서 치열한 선거전을 벌였으며, ‘Tasmanian Hospitality Association’ 또한 ‘Save our jobs, Vote Liberal’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자유당을 지지한 바 있다. 사진은 TAS의 통나무 자르기(woodchopper) 챔피언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씨. 그는 2018년 TAS 선거에서 “그 어떤 정당도 TAS 주민들에게 돈을 쓰는 방법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며 자유당을 옹호한 바 있다. 사진 : Facebook / Love Your Local

   

이들 두 곳의 카지노 모두 NSW 주에 기반을 둔 게임 거물 ‘페더럴 그룹’(Federal Group)이 소유, 운영한다. 이 그룹 소유주인 그렉 파렐(Greg Farrell)과 그의 가족은 2021년 기준으로 약 5억6,4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이 가진 부의 대부분은 타스마니아 도박 수익에서 나온 것이다.

포커머신이 타스마니아 주에서 허용된 것은 1993년이며, 이 도박이 합법화되면서 페더럴 그룹은 펍과 클럽의 모든 포커머신을 운영할 수 있는 독점 라이선스를 부여받았다.

또한 타스마니아 주 피터 거트웨인(Peter Gutwein) 전 주 총리는 페더럴 그룹의 카지노에 있는 포커머신에 대한 세율을 25.8%에서 10.9%로 낮추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보다 광범위한 포커머신 도박 개혁을 불러왔고, 격렬한 정치적 논쟁 끝에 타스마니아 집권 정부의 마이클 퍼거슨(Michael Ferguson) 부 주총리 겸 재무장관은 TAS 도박규제 당국이 도박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제시한 두 가지 방안, 즉 사전 손실액 약정과 도박장 출입자의 안면 인식 방안을 검토하는 데 동의했다.

이어 이달 셋째 주 공개된 검토 결과, ‘게임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사전 손실액을 설정토록 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결론이었다.

검토 자료에 따르면 이를 실행하는 데에는 약 1,200만 달러(포커머신 한 대 당 3,20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 머신은 이미 기계에 들어 있는 로열티 카드 판독기(loyalty card reader) 사용이 포함된다.

페더럴 그룹의 파렐 소유주는 정부의 이 같은 권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부관할 구역과

비교한다면...

 

타스마니아 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각 주( 및 테러토리) 전역에 걸친 도박 산업 수익 조사, 특히 시드니의 ‘The Star’ 카지노, 멜번 및 퍼스에 있는 ‘Crown’ 카지노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공개 조사가 진행되는 시기에 나온 것이다.

전체 도박 산업을 감안할 때 포커머신 도박 개혁은 뒷전으로 밀렸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문제는 늘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 NSW 주류 및 도박산업부(Liquor and Gaming) 빅터 도미넬로(Victor Dominello) 장관은 지하세계의 검은돈 세탁 문제 해결을 위해 포커머신 도박시 현금 대신 직불카드 사용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NSW 주에서 포커머신 도박자는 한 번에 5,000달러의 현금을 도박 기계에 넣은 다음 즉시 ‘현금으로 인출’(cash out), 그 전표를 받은 뒤 계산대에서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검은 돈이 ‘문제없는 현금’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도미넬로 장관의 이 계획은 도미닉 페로테트(Dominic Perrottet) 주 총리의 강력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실행되지 못했으며, 장관은 이후 해당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주 정부가 도박업계의 강력한 로비에 굴복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는 ‘YourPlay’라는 ‘자발적인’ 손실액 사전 액정 계획이 지난 2015년부터 운영되었지만,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게임기 회전율의 0.01%에 불과하다.

퀸즐랜드(Queensland) 주의 경우 빅토리아 주에 비해 훨씬 많은 포커머신을 보유하고 있지만 빅토리아 주의 손실 한도가 1,000달러인 반면 QLD는 100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QLD 정부가 불법 자금세탁을 제한하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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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 주도 호바트, 샌디베이(Sandy Bay, Hobart)에 있는 ‘Federal Group’ 소유의 ‘Wrest Point Casino’. 이는 1973년 호주에서 최초로 문을 연 카지노이다. 사진 : Federal Group

   

남부호주(South Australia)는 포커머신 도박 기계가 적고 타스마니아와 마찬가지로 동전으로만 작동되어 돈 세탁이 어렵다. 다만 포커머신 도박 중독자 가족이 도박 중독자의 도박장 출입 제한을 요구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다.

이밖에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주는 카지노에만 포커머신이 있으며, 이용자에게 스스로 손실액을 약정하도록 ‘권장’하는 수준이다.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 또한 도박 피해를 감소시키려는 최소한의 방침만 있으며 ACT는 포커머신에 대한 개혁 조치 계획을 갖고 있되 아직은 실행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노동당이 포커머신 도박 개혁에 지지를 보내는 가운데 캔버라(Canberra) 소재 노동당 소유의 ‘Labor Club’에 있는 포커머신들이 노동당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 준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 강한 반발

 

현재 TAS 주 정부가 손실액 사전 약정 방침을 결정한 단계이지만 게임 업계는 이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TAS의 관련 단체인 ‘Tasmanian Hospitality Association’은 주 정부 결정이 “(포커머신 플레이어의) 선택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TAS 소재 두 개의 대형 카지노를 소유하고 있는 페더럴 그룹은 주 정부 결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올해 초 성명에서 “고객의 선택(patron choice)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사전 도박 손실액 약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대신 페더럴 그룹은 도박장의 직원이 플레이어의 ‘위험한’ 행동을 주시한 뒤 ‘시기적절한 도박장 대응’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기반 마련을 제안했다. 또한 도박자의 안면 인식(위험 도박자의 얼굴을 저장하여 도박장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을 지원했다.

한편 모나시대학교 자료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21-22년), WA를 제외한 5개 주(State)에서 포커머신 도박에 지출된 액수는 거의 113억8,000만 달러에 달했다. 동 대학교 도박 산업 전문가 찰스 리빙스턴(Charles Livingstone) 부교수는 “‘의무적인 사전 손실액 약정’이 도박 플레이어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게이밍 업계에 일침을 가했다.

 

■ 포커머신 도박 지출

(State : 2019-20년 / 2021-22년 / 증감률)

NSW : $6,531,403,000 / $5,435,998,559 / -16.8%

VIC : $2,698,707,000 / $2,237,203,905 / -17.1%

Qld : $2,427,182,000 / $2,765,184,215 / 13.9%

SA : $681,649,000 / $831,117,528 / 21.9%

TAS : $104,497,000 / $108,632,080 / 4.0%

Source: Monash University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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