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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Brisbane)에 거주하며 ‘Tree change’를 꿈꾸던 다니엘과 킴 크로커(Daniel and Kim Croker)씨 부부. 어느 주말, 등산을 다녀온 이들은 곧바로 ‘계획’을 실천했고, 타스마니아(Tasmania)로 이주해 돼지 방목(free-range)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타스마니아의 농촌에 정착, 농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

 

브리즈번(Brisnabe, Queensland)에 거주하던 킴과 다니엘 크로커(Kim and Daniel Croker)씨 부부는 주말마다 자연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삶이 바뀌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고자 했던 그들은 어느 주말, 산을 다녀온 뒤 ‘왜 우리가 꿈을 이루기 위해 로또 당첨을 기다려야 하나’라는 데 생각이 미쳤고, “그냥 저지르자”고 의견일치를 봤다.

당시 킴은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까지, 출퇴근에만 하루 3시간을 들여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다니엘 또한 치매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중이었다.

도시에서만 살아왔던 이들은 각자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타스마니아(Tasmania) 북부의 한 농장을 구입했다. 거기서 프리레인지(free-range) 돼지를 사육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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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농장을 돌보는 다니엘 크로커씨, 그는 농장 안에 도축시설까지 갖추었고, 지금 그의 돼지고기 수요는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이들이 사육한 돼지고기는 공급량을 뛰어넘을 만큼 수요가 늘었고 농장운영도 안정이 됐다. 돼지 사육만으로 충분한 수입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타스마니아에는 식용 육류를 운송할 차량이 충분하지 않아 크로커씨 부부는 냉동장치가 있는 트럭을 구입해야 했다. 돼지 도축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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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씨 부부의 농장에서 자라는 버크셔(Berkshire) 종의 돼지들.

 

사육한 돼지를 도축할 수 없다면 이들의 농장 운영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것이 크로커씨 부부의 계획을 막지는 못했다.

크로커씨는 농장에 도축장을 만들었고, 모든 부위를 사용할 수 있게 제품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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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에서 일하는 다니엘 크로커씨. 그는 이 시설을 지을 때 창문을 크게 만들어 농장이 잘 보이도록 했다.

 

다니엘은 “우리가 육류 창고를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다시 실내에 갇혀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창문을 크게 만들어 농장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그는 “‘Tree change’를 꿈꾸며 농장 일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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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서둘러 타스마니아의 농장을 구입해 이주했지만 크로커씨 부부는 삶의 변화를 후회하지 않으며,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요리사에서 농장 운영자로

 

크로커씨의 돼지 방목장에서 약 10분 거리에는 그들과 유사한 또 하나의 ‘tree-changing’ 커플이 있다.

마이클 레이필드와 로렌 번(Michael Layfield and Lauren Byrne)씨로, 이들은 자신들의 작업장을 주방에서 야채농원으로 바꾼 케이스다. 이들은 런던(London), 멜번(Melbourne), 호바트(Hobart)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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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커씨 부부의 돼지 방목장 인근에서 야채농장을 운영하는 마이클 레이필드(Michael Layfield)와 로렌 번(Lauren Byrne)씨 또한 ‘Tree change’를 일찍 실행한 커플이다.

 

지금 이들 커플은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는 대신 행복한 마음으로 식재료를 재배하면서 채소 특유의 향과 영양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클이 레스토랑에 있을 때 맡았던 일은,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장주들에게 레스토랑에서 요구하는 식재료의 품질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마이클은 “이제 내가 농부 됐지만 감사하게도 요리사들을 상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작은 규모의 농장을 임대해 여름 시즌, 한 주에 300킬로그램의 과일과 야채를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마이클과 로렌은 제한된 농장에서 수확량을 증대시키고자 재생영농(regenerative agriculture) 원칙과 생물집약적 농업(bio-intensive farming) 방식을 이용한다. 상업용 야채농장을 운영하는 것이 육체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요리사로서의 업무 경험과 비춰보면 크게 힘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로렌은 “요리를 하는 것은 때로 시간이 소요되고 육체적 작업이기에 지금의 농장 일을 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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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농장의 창고에서 고객에게 보낼 야채를 포장하는 로렌 번씨.

 

1세대 귀촌 농민인 마이클과 로렌은 농장 부지를 매입할 재정적 여유가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농장을 임대해 농작물을 재해하고 있다.

마이클은 “농장 부지를 임대할 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내가 임대한 부지에 트럭을 타고 갈 수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농장까지 트럭이 갈 수 없다면 농작물 재배에 여러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경험을 했던 그는 1년 전 다른 부지를 임대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것은 토양”이라고 덧붙였다. “전에 임대했던 농장에서 우리는 3년 동안 계속 흙을 부어 농작물 생산에 좋은 유기질 토양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마이클은 “그 농장을 떠나야 했던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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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세대인 레이필드와 번씨는 농장을 구매할 여력이 안 되어 현재 농장을 임대해 야채를 재배하고 있다.

 

운이 좋게도 이들은 좋은 토양을 가진 농장을 구할 수 있었고, 재정적으로 충분할 만큼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요리사에서 농부로 전업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클과 로렌은 “이제 또 다른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쿠올(quoll. 주머니고양이)이 굼벵이를 잡아먹으려 땅을 파헤치고, 이 때문에 상추들이 훼손되기도 하지만 질 좋은 야채를 재배하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Looking dinner in the eye

 

시드니 기반의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Sydney Morning Herald)의 음식 칼럼니스트로 일했던 매튜 에반스(Matthew Evans)씨는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고 유명 레스토랑의 음식에 대한 예리한 논평으로 잘 알려진 유명인이다. 그는 지금 호바트(Hobart, Tasmania) 남부 시그넛(Cygnet)에 있는 농장 ‘Fat Pig Farm’에서 파트너인 새디 슈레스트먼(Sadie Chrestman)씨와 함께 직접 재배한 식재료를 갖고 요리를 하며 살고 있다. 그의 귀촌은 타스마니아에서 화제가 된 바 있으며 이 때문에 타스마니아 지방 지역으로의 ‘Tree change’ 사례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요리를 맛보고 평가를 하는 일을 해 왔지만 농업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상태에서 그는 이곳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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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기반의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Sydney Morning Herald)의 음식 칼럼니스트로 일했던 매튜 에반스(Matthew Evans)씨. 유명 인사였던 그의 귀농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킴과 다니엘 부부처럼 그도 시그넛의 농장(Fat Pig Farm)에서 안장 모양의 무늬가 있는 웨섹스 돼지(Wessex saddleback pigs)를 방목(free-range)하고 있다. 또한 야채를 재배하기도 하는 그는 “우리가 고기를 얻기 위해 하는 것보다 야채를 심어놓은 정원에서 더 많은 동물을 죽이고 있다”며 농장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느낀 바를 털어놓았다.

“우리는 농장에 심어 놓은 완두콩 씨앗을 먹고자 하는 동물을 죽여야 하고 야생 쥐나 생쥐와 함께 살 수 없기에 또 이들을 죽여야 하는데, 이는 결코 즐거운 게 아니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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