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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을 위한 무대 마련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EU극단의 여섯 남자들. 사진 왼쪽부터 무대장치 조영덕, 기획팀장 손수용, 조연출 신보현, 스테이지매니저 손채환, 음향 남호현, 총괄매니저 장진우씨.


‘오직 여성들을 위한 콘서트’ 준비한 EU극단 남자들



“어느 날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의 한 카페에 앉아 있는데, 세련된 여성 몇이 테이블에 앉아 아이들 학교 이야기, 한국에서 나오는 드라마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웃는 장면이 눈에 보이더군요. 그 장면을 보면서 3D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저 장면을 극장으로 옮겨 놓고 음악을 하는 이들의 공연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며 여성들로 하여금 바람직한 수다를 떨게 만든다면...? 아, 괜찮은 문화예술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겁니다.”


한인 문화예술 극단인 ‘EU Production & EU Theatre’(이하 ‘EU 극단’으로 약칭)가 다음 주(5월1일-3일 3회) 마련하는 ‘FFM Concert’는 이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FFM Concert는 오직 여자들을 위한 콘서트(For Female Concert)라는 콘셉트. ‘금기를 깨자! 행복한 날을 정하여 쉬자! 시드니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법을 제대로 보여주자!’는 게 이 콘서트의 기본 취지이다.


이유 극단은 기획, 마케팅, 무대디자인, 기술팀 및 감독을 포함한 연출부, 배우들이 모여 체계적으로 문화상품을 생산하겠다는 각오로 출범한 예술단체로 ‘아줌마 시대’ 등 이미 몇 편의 연극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에 여성을 위한 콘서트를 마련한 이들은 EU극단 내의 여섯 사내들. 주위사람을 다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장진우(총괄 매니저), 여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아는 손수용(기획팀장), 말 보다 행동이 앞서는 손채환(스테이지 매니저), 현실보다 무대가 잘 어울리는 신보현(조연출),주위 환경을 Art로 만드는 기막힌 재주를 가진 조영덕(대디자인), 사람보다 기계랑 더 친한 남호현(기술팀장)씨 등이 바로 이들이다.


“나를 위한, 오직 나를 위한 공연이라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이들은 여성들을 위한 공연을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만든다는 점, 즉 여성에 대한 이해도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무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간단하게 말한다. 그야말로 리미트(limit)가 없다는 얘기인데, “여성들을 위한 허구의 공간이야말로 여성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김민호와 김창환은 누구보다도 여성들을 이해한다고 자부하는 남성들. 여성들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질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한 마디로 말해 ‘여성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라고.


이민자 사회에서 이 같은 공연의 필요성에 대해 이들 여섯 남자는 “공연은 다양하고 다채롭기에 어떤 공연이든 우후죽순처럼 있어야만 한다”면서 “프로덕션과 극단 입장에서 무대를 만드는 일은 늘 갈증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돈과 실력, 시간이 있는 대형 엔터테이먼트 회사나 프로덕션 제작팀들은 이런 고민을 안 할 것이라 보지만 저희는 교민사회 예술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예술인들을 위한, 문화인들을 위한 무대나 행사들이 수없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쌓여 시드니 출신 예술문화인들이 한국으로 공연을 가고 세계 무대로 진출하며, 또 좋은 작품의 연극, 영화가 시드니에서 만들어진다면 이민자 사회의 큰 위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겠냐는 얘기다.


이번 공연을 통해 이들은 작음 문화예술 활동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이번 5월 공연은 여성을 위한 장으로 마련하지만 다음 달 행사는 남성을 위한 자리를 만들고 또 시니어를 위한 무대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계획을 세울 만큼 좋은, 그야말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는 무대를 만들 자신도 있다고. “이번 공연을 관람한 이들이 다음에 EU극단에서 올린 무대라면 다시 관람하는데 주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


이들은 무대 배우 관객이라는 연극의 3대 요소를 언급하면서 “EU극단에는 무대와 배우가 확실하게 있지만 관객이 없다”고 호소했다. 공연 때마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관객이라는 것. “호주인들은 자기 주급에 문화예술비를 별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문화예술을 즐기며 자기들이 구입한 티켓 비용을 문화예술 후원금으로 생각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한국에서 발생한 여객선 침몰과 안타까운 학생들의 죽음과 관련, “공연을 연기하거나 취소할까 고민도 했었다”면서 “해외 동포로서 한국의 일을 같이 아파한다는 의미에서 ‘위로의 콘서트’로 진행키로 했다”고 전했다. 관람객 모두가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슬픔을 함께 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U’라는 이름에 대해 “말 그대로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은 “공연무대를 만드는 스태프나 배우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공연과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나 결과물이 온전히 그들 삶의 ‘이유’가 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굳이 ‘이유’를 EU로 표기한 것은 이런 배경 외에 ‘Entertainment Unique’라는 뜻도 포함하고 싶어서라고.


문화예술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장기적 안목에서 동포사회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는 이들은 시드니 한인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무대에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그 일의 시작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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