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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사태는 직장인들이 현재의 일과 개인적 삶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런 흐름 속에서 직원의 개인적 삶을 보장하고자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사진 : Pexels / Anna Shvets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 우려, ‘고용주-고용자 공동부담’ 고려해볼 수도

 

COVID 팬데믹은 우리네 삶의 여러 부문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전염병이라는 혼란의 시기에 어떤 분야의 지출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됐고 또한 현재의 일(직업)과 삶의 관계를 재고하고 있다.

일부는 전염병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그런 반면 다른 일부는 재택근무에서 해방감을 맛보며 이 새로운 자율성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의료분야 종사자와 같은 또 다른 일부는 지난 2년 넘게 이어지는 전염병의 다양한 변화에 대처하느라 너무 지쳐 있는 상태이다. 이런 피로감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징후는, 필요한 노동력 제공을 조직하는 한 방법으로 유급 고용의 모든 아이디어를 거부하는 ‘반 노동운동’(anti-work movement)의 부상이다.

이런 각계 반응에서 덜 급진적인 변화는 ‘주 4일 근무제’(four-day working week)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대체적으로 기술 기업, 또는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점차 더 많은 회사들이 이를 수용하고 있다.

유급 근로의 종료와는 달리 주 4일 근무는 경제성 영역에서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생산량 손실과 낮은 임금 측면에서 볼 때 그 비용은 얼마나 들까?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경제학부의 존 퀴긴(John Quiggin) 교수는 호주 비영리 학술 전문지 ‘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칼럼에서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근무시간 또는 근무일 단축을 다시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 눈길을 끌었다.

 

‘주 5일 근무’가

호주에 정착되기까지는...

 

호주는 ‘하루 8시간 노동’을 성취한 세계 최초의 국가였다. 1856년의 일이다. 이를 만들어낸 이들이 멜번(Melbourne)의 석공(stonemason)들이었다. 이를 기리는 노동절은 호주 모든 주와 테러토리(State & Territory)에서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다(Tasmania에서는 ‘Eight Hours Day’라 칭하며 다른 주에서는 ‘Labour Day’라 함).

하루 8시간 근무가 노동계의 표준이 되기까지는 거의 100년이 걸렸다. 주 6일간 일하면서 석공들은 근무시간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그러다 마침내 1948년 호주 연방중재법원(Commonwealth Arbitration Court)은 모든 호주인의 ‘주 40시간, 5일 근무’를 승인했다.

이후 주 5일 근무는 호주인들에게 ‘주말’을 가져다 주었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증가시켰고 이로써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주말’을 즐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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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산업별 노동조합과 노조원들은 보다 나은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근무시간 또는 근무일 단축 방안을 강구해 왔다. 사진 : Pixabay / 12019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여가가 늘어났다. 5일 근무가 확정되기 전인 1945년, 호주 노동자들에게 2주의 연차 휴가(annual leave. 유급)가 주어졌다. 1963년에는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연차 휴가가 3주로 늘어났고 1974년에는 4주로 연장됐다. 여기에다 병가(sick leave), 장기근속 휴가(long service leave), 게다가 법정 공휴일이 생겨나면서 연간 근무시간은 더욱 감소했다. 하지만 주 근무일은 5일로 고정됐다.

1988년 분쟁조정 및 중재위원회(Conciliation and Arbitration Commission)는 주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8시간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건설업과 같은 산업별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은 이보다 더 짧은 시간(주 36시간)을 협상할 수 있어 하루 8시간 근무는 계속됐지만 2주에 9일간 일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오랜 시간에 걸친 이 같은 진전은 일명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라는, 1980년대 시작된 미시경제 개혁(microeconomic reform)과 함께 중단됐고, 이후로 표준 근무시간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실질적인 근무시간은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달랐지만 뚜렷한 감소는 없었다. 고용주는 여전히 핵심 정규직 인력의 긴 근무시간을 선호한 반면 고용자와 노동조합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위해 노력해 왔다.

 

혜택과 비용

 

호주의 일부 노동자들 가운데는 2주에 9일을 근무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 자료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의 10% 미만이다.

노동 현장에서 근무시간 단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시간당 생산성을 높여 줄어든 시간의 생산 부문을 상쇄할 수 있다는 많은 증거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슬란드에서 시범적으로 시도했던 대규모 실험에서 주 근무시간을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인 결과 생산성 저하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낙관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에서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 또한 충분하지 않다. 그럴 듯한 추측은, 근무시간을 10% 줄이면 생산량이 5%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비용을 고용주와 고용자가 동등하게 분담한다면 노동자는 2.5%의 임금인상을 포기해야 한다. 이는 최근 수년 사이, 호주의 임금 상황(저조한 임금 상승)을 기준으로 볼 때 2년에서 5년 사이의 실질임금 상승률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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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으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주 4일 근무로의 전환은 ‘전체 근무시간에 변화가 없는 2주에 9일 근무’ 또는 ‘8시간 근로(주 32시간)를 하는 주 4일 근무’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사진 : Unsplash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들의 이익을 감소시키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20~30년 동안 국민소득의 몫이 (임금 또는 급여로서의 노동 대신) 자본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양은 상당히 증가해 왔다. 따라서 이 비용(생산 감소에 따른 고용주 부담)은 이런 이익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근무시간 단축으로의 전환

 

이런 점에서 퀴긴 교수는 “각 산업 현장에서 고용자의 근무시간 단축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7시간이 조금 넘는 근무시간의 정규직으로 일하는 대부분 고용자의 경우 ‘주 4일 근무’로 전환하는 것은 두 단계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나는 매주 총 근무시간에 변화가 없는 2주에 9일 근무로 전환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8시간 근로(주 32시간)를 하는 주 4일 근무를 채택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으로 간단하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퀴긴 교수는 “여기에는 여러 고려사항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가령 ‘주말을 3일로 해야 할까. 아니면 주 5일 근무(시간을 단축하여)를 유지해야 할까’, ‘학교는 계속하여 주 5일을 유지해야 하나’,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불가피하게 공휴일에 업무 관련 요구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이미 있는 것보다 더 커질까’ 등. 이런 문제들은 주 4일 근무로의 전환을 복잡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퀴긴 교수는 “근로자들이 보다 길어진 주말을 갖게 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 진지한 질문은 ‘우리가 늘어난 생산성 중 일부를 가족, 친구 또는 자신을 위해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진 삶으로 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지금처럼 일을 해 개인의 자유시간을 바치는 대신 물질적 풍족에 만족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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