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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강한 와틀은 겨울을 견뎌내고 봄이 되어 노란색(또는 황금색)의 꽃을 피우는데, 호주인들에게 있어 9월 1일은 와틀이 개화하는 날이며, 이로써 호주의 봄 시즌이 시작된다고 인식되어 있다. 그만큼 호주인들의 사랑을 받는 꽃이며, 1988년 와틀이 호주 국화(National Flower)로 지정되기 훨씬 전인 1910년 호주인들은 각 도시에서 자발적으로 비공식 ‘Wattle Day’ 행사를 열기도 했다. 사진 : The Royal Botanic Gardens Sydney

 

DNA 염기서열 통한 분류법 후 논란... 두 차례 국제식물학회서 결정

 

‘Australia Acacia’로 불리는 와틀(Wattle)은 수많은 품종이 있는 호주의 국화(National Flower)이다. 덩굴처럼 뻗어 자라는 관목부터 키가 큰 나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꽃은 한결같이 노락색 무리로 피어나 호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약 6만 년 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왔던 원주민들은 와틀 씨앗을 불에 볶은 뒤 갈아 입자가 굵은 가루로 만들었으며, 이를 빵처럼 구워 먹었다. 와틀 씨(wattleseed)는 단백질 및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이들에게 중요한 식재료가 되었던 것이다.

호주 남동부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와틀은 오래 전부터 호주의 비공식 국화 역할을 했으며, 이것이 공식 지정된 것은 1988년이다. 호주 국가대표 스포츠 선수들의 유니폼이 노랑과 초록으로 구성된 것은 와틀의 잎과 꽃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와틀은 국가 문장(Coat of Arms)의 배경이 되고 있다. 각 나라의 국가 문장은 국가적 통일성을 상징하면서 그 권위를 표시하기 위해 제정하는데, 호주 국가 문장을 보면, 와틀을 배경으로 맨 위에 7개의 꼭지점을 가진 별, 그 아래 호주의 6개 주(State)를 상징하는 방패, 양쪽에서 방패를 잡고 있는 캥거루와 이뮤(Emu)가 있다.

추위에 강한 와틀은 겨울을 견뎌내고 봄이 되어 노란색(또는 황금색)의 꽃을 피우는데, 호주인들에게 있어 9월 1일은 와틀이 개화하는 날이며, 이로써 호주의 봄 시즌이 시작된다고 인식되어 있다.

111년 전인 1910년 9월 1일, 호주 각 도시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적인 ‘Wattle Day’ 행사가 마련됐다. 물론 국가의 공식 기념일로 제정된 것은 이 와틀이 호주 국화로 지정된 1988년이다. 111년 전의 ‘Wattle Day’는 일부 그룹이 주도한 비공식 기념일인 셈이다. 그런 만큼 와틀은 호주인들에게 국가적 자부심이 되어 왔던 것이다.

사실 ‘호주산 아카시아’인 와틀은 이 대륙과 동의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는 전역에 걸쳐 1천여 이상의 아카시아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이 땅에서 두 번째로 큰 식물군인 유칼립투스(eucalyptus) 종의 두 배 이상이다. 또한 와틀 나무와 수액, 씨앗은 수만 년 동안 이 땅의 첫 거주민들에게 유용한 식량자원이자 생활도구의 재료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호주만이 이 나무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카시아’(Acacia)라고 하는 이 식물은 열대지방과 아프리카 전역에서 발견되며, 이들 각 지역에서도 상당한 문화적, 경제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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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식물학자 칼 린네(Carl Linnaeus). 그는 1753년 출간한 식물도감 <Species Plantarum>에서 각 식물을 ‘속’(generic name)으로 구분하고 이어 ‘종’(pecies)을 포함시키는 이중 학명(double-barrelled scientific names)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이다. 사진 : Wikimedia commons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이 식물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끈 식물학적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아카시아’라는 학명을 누가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식물 이름을 구성하는 것은

 

크건 작건 식물원에 가면 각 식물의 이름에 이중으로 붙어 있는 학명(double-barrelled scientific names)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첫 번째 부분은 식물의 ‘속’(generic name)이며 뒤에 이어진 이름은 ‘종’(pecies)을 뜻한다.

이처럼 속과 종으로 식물군의 이름 체계를 추진한 사람은 스웨덴 과학자 칼 린네(Carl Linnaeus)였다. 서부호주(WA) 공원 및 자연보호부(Department of Parks and Wildlife) 산하 식물 표본실인 ‘Western Australian Herbarium’ 전 관장이자 호주 생물분류학회(Taxonomy Australia) 이사인 케빈 티엘(Kevin Thiele) 박사는 “그는 상당히 오만함을 보인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티엘 박사에 따르면 린네는 자신이 죽기 전 직접 묘비명을 써 놓았는데, 그것은 “하느님이 창조하시고 린네가 정리했다”라는 것이다.

1753년 린네는 <Species Plantarum>(또는 ‘The Species of Plants’)이라는 식물도감을 출간했다. 이 도록은 당시까지 알려진 모든 식물을 나열한 최초의 출판물은 아니지만 ‘이중 학명’(double-barrelled name) 또는 이명법(binomial nomenclature) 시스템을 사용해 식물의 목록을 작성한 최초의 간행물이었다.

린네가 이 이중 이름 시스템을 추진하게 된 데에는 당시 스웨덴 사회의 변화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가 활동하던 무렵, 스웨덴에서는 사람들이 이름만 갖고 있다가 성(surname)을 붙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티엘 박사는 “당시 사람의 이름에 붙는 성은 대학에 가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이들에게만 주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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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린데(Carl Linnaeus)가 출간한 <Species Plantarum>. 이 도감에는 ‘Acalypha australis’에서 ‘Zygophyllum spinosum’까지 5,940개의 식물 이름이 들어 있다. 사진 : Wikimedia Commons

 

어찌됐건, <Species Plantarum>이 출간되고 이듬해, 영국 식물학자 필립 밀러(Philip Miller)는 공식적으로 ‘Acacia’라는 이름을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에서 발견되는 수십 종의 식물로 구성된 식물 ‘속’에 고정했다.

‘아카시아’라는 단어는 미늘(barb) 또는 가시(thorn)를 뜻하는 그리스어 ‘akis’에서 나온 말이다. 거의 2천 년 전에 살았던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의사였던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는 그 자신이 ‘아카키아’(akakia)라고 불렀던 아프리카 식물의 잎과 꼬투리(pod. 씨앗이 들어 있는 부분)로 약을 만들었다.

디오스코리데스가 약을 위해 사용했던 이 특별한 식물 종은 깃털 같은 잎과 흐릿한 노란색의 꽃에 가시가 있는 아프리카 나무로, 수세기가 지난 후 ‘Acacia nilotica’로 알려지게 됐다.

17세기, 유럽인들이 호주를 발견했을 때, 이들은 짙은 황금색의 아카시아에 매료됐다. 이들은 다른 나라의 아카시아 식물과 매우 흡사한 수백 그루의 관목과 나무를 발견했고 전형적인 솜털 모양의 꽃과 함께 이 나무를 ‘아카시아 속’(Acacia genus)에 포함시켰다.

이후 1754년 필립 밀러가 정리한 첫 번째 ‘속’에서 몇 종을 포함하여 일부 아카시아 ‘종’이 재분류되어 첫 번째 분류인 ‘속’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아카시아 속’에 포함되는 종은 (새로운 발견에 따라) 계속 늘어났고, 20세기 말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아카시아 종만 1,350종 이상이 됐다. 그리고 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카시아의 다른 이름은

 

1980년대 중반, 당시 퀸즐랜드(Queensland) 주 요하네스 벨케 피터센(Johannes Bjelke-Petersen) 주 총리가 퇴임하자 ‘Queensland Herbarium’의 식물학자 레스 페들리(Les Pedley) 연구원은 아카시아 속(Acacia genus)을 보다 세분화하여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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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자생하는 와틀(Wattle)의 하나. 이 품종은 가시 아카시아(thorny acacia)라고 불리며 아프리카와 인도에서도 발견되는 종이다. 사진 : Brisbane City Council

 

그는 잎과 꽃의 구조, 나무와 씨앗을 화학적 성질과 같은 특성에 기초하여 수많은 아카시아를 세 개의 ‘속’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A. nilotica’라는 속은 ‘아카시아’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두 번째 속은 ‘Senegalia’로 하며 거의 모든 호주 아카시아를 포함하는 세 번째 속을 ‘Racosperma’라고 했다.

‘Western Australian Herbarium’에서 50여 년간 일했던 식물학자 브루스 매슬린(Bruce Maslin) 연구원은 호주 아카시아가 분류된 ‘Racosperma’과 관련해 “‘정핵’(Sperma)은 씨앗을, ‘꽃대’(rachis)는 축을 의미하기에 꼬투리의 씨앗이 일직선으로 배열되어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페들리 연구원은 퀸즐랜드 주의 아카시아 종 이름을 ‘Racosperma’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주의 다른 주와 테러토리(State and Territory)에서는 이를 따르지 않았고, ‘Racosperma’는 QLD 외에서 그리 주목을 끌지 못했다.

 

DNA에 대한 논쟁

 

아카시아 속(Acacia genus)의 분류 문제는 밀레니엄 전환기, DNA 염기서열(DNA sequencing) 시대를 맞아 국제 식물학계가 무시할 수 없는 명칭 변경의 증거를 제공하면서 다시금 논쟁이 되기 시작했다.

수세기 동안 식물의 모양에 따라 ‘속’으로 묶었던 식물학자들은 이제 유전학을 통해 이를 분류하게 되었다. 진화론적 연결고리는 더 이상 교육받은 추측에 근거하지 않았다. 계통(lineage)은 DNA 끈에 의해 확립될 수 있었다

2000년 들어 이 식물에 대한 DNA 연구는, 아카시아 속(Acacia genus)에 실제로 최소 5개의 분리된 ‘속’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나는 주로 호주의 대규모 아카시아 군이며 두 그룹은 아프리카, 아시아 및 아메리카에서 발견되고 이외 3개 속은 보다 작은 그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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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담은 선형의 꼬투리(linear seed pods)를 맺는 이 와틀은 호주의 전형적인 아카시아이다. 호주 원주민들은 이 씨앗을 거칠게 빻은 뒤 빵을 만들어 먹는가 하면 이 꼬투리는 약용으로 사용해 왔다. 사진 : Flickr / Russell Cumming

 

이는 ‘아프리카 아카시아’ 및 ‘오스트레일리아 아카시아’(우리가 지금 ‘와틀’이라고 부르는)와 관련이 있지만 두 개의 ‘속’이 단지 멀리 떨어져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두 속에 속한 아카시아의 마지막 공통 조상은 수백만 년 전 호주와 아프리카가 하나의 대륙으로 붙어 있던 초대륙 곤드와나(supercontinent Gondwana) 당시 함께 자랐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결국 DNA 서열을 통해 하나의 속(genus)이 5개로 되는 이유는 분명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분류되었을 때 과연 어떤 ‘속’이 ‘아카시아’라는 이름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두 개의 선택,

‘Australia’ 또는 ‘Africa’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호주와 아프리카 두 대륙은 모두 ‘아카시아’라는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언급했듯이 약 6만 년 전부터 이 땅에 거주했던 호주 원주민들은 호주 아카시아(Australia Acacia), 즉 와틀 나무의 씨앗, 수액, 뿌리와 나무를 음식물, 무기, 악기 및 여러 기구로 활용했으며 이 나무에서 약을 만들기도 했다.

20세기 후반, 호주는 이 나무와 꽃에서 국가 문장(Coat of Arms)의 이미지를 구상했고 호주 모든 스포츠 국가대표 선수의 유니폼 색깔(금색과 녹색)이 됐다.

이는 비단 호주만이 아니다. 인도양 건너편 아프리카 또한 아카시아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모잠비크(Mozambique)의 ‘Mezimbite Forest Centre’ 설립자 앨런 슈워즈(Allan Schwarz)씨는 “아카시아는 거의 아프리카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석양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밀림 지역을 촬영한 고전적 이미지에 아카시아 나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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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틀의 황금색 꽃과 푸른 잎은 호주 국가를 상징하는 색상이 되어 왔다. 사진은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호주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들의 공식 단복. 사진 : Australian Olympic Committee

 

슈워즈씨는 “또한 이 대륙의 많은 사람들이 아카시아 나무와 강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아프리카에는 ‘아카시아’라는 이름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 하나의 ‘닻’과 같은 역할을 한 나무(the plant that acts like the anchor for the name Acacia)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2천 년 전 디오스코리데스가 약을 만들었던 그 아카시아 종이다.

이 ‘닻’ 역할을 한 종(anchor species)은 식물 학명에서 ‘유형’(type)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A. nilotica’를 포함하는 ‘속’이 ‘아카시아’라는 이름을 유지해야 하고 다른 그룹이 새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맺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2003년 발표한 논문에서 호주 식물학자 브루스 매슬린 연구원과 토니 오차드(Tony Orchard) 박사는 ‘아카시아’라는 학명 문제와 관련해 덜 논란이 될 수 있는 해결책으로 호주 동부 해안에 자생하는 작은 나무 ‘A. penninervis’를 새 ‘유형’(type)으로 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 제안이 국제 식물학계에서 승인된다면 960개 종의 호주 와틀은 모두 ‘아카시아’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고, 반면 아프리카와 아시아 및 아메리카의 400여 종 아카시아들은 새로운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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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아카시아는 우산 모양의 가시 아카시아 모습이며, 이는 이 대륙 전역에서 거의 유사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African Safari Consultants

 

매슬린 연구원은 “품종별로 보면 호주는 확실하게 훨씬 많은 종을 갖고 있다”면서 “뿐 아니라 임업 및 기타 이 나무의 활용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호주 종(Australian species)”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제안이 거부된다면 수백 종의 호주 아카시아 속은 1980년대 레스 페들리가 제안한 것처럼 ‘Racosperma’라고 불리게 된다. 하지만 호주 식물학자들은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다른 제안이 던져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틴어 명사에는 성별이 있다. ‘아카시아’는 라틴어에서 여성적이며 ‘Racosperma’는 중립적이다. 때문에 ‘아카시아’를 ‘Racosperma’로 바꾸는 것은 컴퓨터 키보드의 바로가기 키를 누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1천 종의 이름 끝부분은 성별 변경을 반영하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호주 국가 문장에 새겨진 ‘Acacia pycnantha’는 ‘Racosperma pycnanthum’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매슬린 연구원은 “이는 앞으로 오랫 동안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식물학자 매슬린 연구원과 오차드 박사의 제안은 2페이지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식물학자와 분류학자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여기에는 두 부류가 있었다. 호주 종에 ‘아카시아’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오차드-매슬린의 제안을 지지한 ‘호주 사이드’, 아프리카 종에 아카시아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아프리카 사이드’였다.

물론 모든 호주 식물학자가 호주 사이드는 아니었고, 또 일부 아프리카 학자들 중에는 호주 식물학자를 지지한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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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1천 종이 넘는 와틀이 서식하고 있다. 이 사진의 와틀은 Mountain hickory wattle(A. penninervis)로 퀸즐랜드(Queensland) 주 남동부에서 빅토리아(Victoria) 주에 이르는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진 : Flickr / Donald Hobern

 

투표에서

이기는 것이 손해일 때

 

수백 종에 이르는 규모의 식물 이름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국제식물분류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Plant Taxonomy)의 몇 개 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두 위원회는 오차드-매슬린의 제안에 찬성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이후 수백 명의 식물학자가 모인 비엔나에서의 ‘2005 International Botanical Congress’에서 보다 광범위한 투표가 진행됐다.

이 회의에서 호주의 이 나무들이 아카시아 유형(Acacia type)을 갖고 있기에 ‘아카시아’ 이름이 붙여야 한다는 권고에 찬성하는 비율은 45%였다. 이 권고가 거부되려면 비엔나 회의의 최소 60%가 반대를 표해야 한다. 결국 이 결과는 호주 사이드(Australian side)가 소수의 투표로 승리했음을 의미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투표가 진행된 강당은 침묵이 흘렀다. 네덜란드의 식물 명명 전문가인 폴 반 리케보르셀(Paul van Rijckevorsel)은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품위를 유지하려 애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비엔나에서의 투표가 ‘아카시아’라는 이름에 관한 논쟁의 끝이 아니라는 것은 금세 명백해졌다.

 

6년 후에 열린

국제 식물회의

 

비엔나 회의 후 아카시아 이름 논쟁을 다시 거론할 기회는 6년 후인 2011년 7월, 멜번(Melbourne)에서 열린 ‘International Botanical Congress’ 때였다.

‘아카시아’라는 이름 논쟁은 양측(호주 및 아프리카)이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기를 원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멜번 소재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정치생태학자(political ecologist)인 프리야 랑간(Priya Rangan) 박사도 참석했다.

랑간 박사는 “그 특정 주제가 논의 대상이 되자 회의장에 감도는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 호주 측은 다시 한 번 승리한다. 이번에는 명백한 과반수였다. 거의 70%가 비엔나 회의에서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데 표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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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rican knobthorn’이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아카시아의 꽃. ‘Acacia type’이 호주 종(Australian species)으로 변경되면서 이제 ‘African knobthorn’은 국제식물학계의 결정에 따라 ‘Senegalia nigrescens’로 학명이 바뀌었다. 사진 : ingwelala.co.za

 

랑간 박사는 2005년, 비엔나에서의 결정을 논의하기 위해 멜번에서 열린 식물회의에 참석했던 ‘호주 사이드’의 반대편 식물학자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들의 표정에 드러난 패배감과 위축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티엘 박사 또한 “일부는 화를 내기도 했다”며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떤 면에서는 분류학자들이 식물을 재분류할 때 일어나는 일이며 때로는 재분류를 위해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티엘 박사는 “사람들은 그 이름(아카시아)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것을 깊이 기억했고 자신들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 이름이 바뀐다면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일부에서 패배감을 느끼거나 화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명은 왜 중요한가

 

티엘 박사에 따르면 2011년 멜번 회의 이후 현재까지 국제 식물학계는 이름 변경을 받아들였다. 전 세계 식물학계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Mezimbite Forest Center’ 설립자인 앨런 슈워즈씨는 식물학계 외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자연, 목재, 종묘장 등 이 나무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우리는 여전히 옛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며 “그 이름을 사용하는 사람들. 숲에 사는 사람들, 목재 기지에 있는 사람들이 옛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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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 무렵부터 꽃망울을 터드리기 시작하는 와틀은, 부시(bush) 지역은 물론 대도시 각 서버브(suburb)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사진은 8월 말부터 꽃을 피워내기 시작한 로즈(Rhodes) 거리의 한 와틀 나무. 사진 : 김지환 / The Korean Herald

 

티엘 박사는 “과학 문헌에서만 학명이 사용되고 있으며 정확한 이름은 그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관계에 대한 지식을 번영하는 학명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명은 엄청난 양의 중요한 작업, 보존, 생태연구를 수행하는 기초이며, 학명이 정확할 때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아카시아’ 품종들

-Acacia 속 : Australia & Pacific 1,077종, 아시아 12종

-Acaciella 속 : Americas 12종

-Mariosousa 속 : Americas 13종

-Parasenegalia 속 : Americas 11종

-Pseudosenegalia 속 : Americas 2종

-Senegalia 속 : Americas 96종, Africa 62종, Asia 56종, Australia & Pacific 2종

-Vachellia 속 : Africa 72종, Americas 61종, Asia 33종, Australia & Pacific 9종

Source: WorldWideWattle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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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8 호주 “시드니의 주택부족, 도시 외곽 개발보다 고층 주거지 개발로 해결해야...”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7 호주 QLD 목화산지 ‘서던 다운스 지역’, 또 하나의 농장관광 상품으로 부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6 호주 “만성 스트레스 및 우울증 증상, ‘high cortisol’ 탓으로 설명될 수 없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5 호주 크랜베리 주스, ‘반복적 요로감염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설 ‘확인’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4 호주 “국가, 지역사회의 변화 만들어내는 봉사자들에게 감사한다”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8.
6373 호주 호주 실업률 3.5% 유지…급격 금리인상에도 일자리 '풍부' 라이프프라자 23.05.16.
6372 호주 Federal budget 2023- 생활비 부담 대책 강화... 일부 복지수당 증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71 호주 Federal budget 2023- 노동당의 두 번째 예산안 Winners and Losers는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70 호주 연방정부, ‘Defence Strategic Review’ 승인... 새로운 전쟁시대 대비 착수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9 호주 세계보건기구, COVID의 ‘글로벌 공공보건 비상사태’ 종식 선언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8 호주 “생활비 압박 겪는 이들, 포키 도박으로 한방 노렸다”... NSW 도박 지출 급증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7 호주 29세의 시드니 기반 예술가 거트만씨, 올해 ‘Archibald Prize’ 수상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6 호주 호주 최대 빛의 축제 ‘Vivid Sydney’, 올해부터 ‘보타닉 가든’은 유료 입장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5 호주 물가상승률 수치 완화되고 있다지만... 필수 상품가격은 여전히 ‘고공 행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4 호주 The Salvation Army, 연례 ‘Red Shield Appeal’ 모금 행사 시무식 개최 file 호주한국신문 23.05.11.
6363 호주 연방정부, 모든 비자카테고리 변경 등 현 이민 시스템 전면 재설계 방침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62 호주 올 회계연도 순이민으로 인한 호주 이민 40만 명 증가... 사상 최고치 기록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61 호주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광역시드니 교외지역은 어디?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60 호주 연방정부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개편 계획... 혜택 대상은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9 호주 호주 부동산 시장 침체 끝?... 3월 분기 시드니 주택 중간가격 ‘상승’ 집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8 호주 유학생 노동력 의존했던 Aged care 시설, ‘비자 변경’으로 어려움 가중될 듯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7 호주 기준금리 다시 인상... 인플레이션 대책 강화? 경기침체 ‘룰렛’일 수도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6 호주 ‘Voice to Parliament’의 헌법 명시를 위한 국민투표, 유권자 여론은 ‘긍정적’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5 호주 호주 어린이들 독서시간 감소... ‘스크린’에 집중하는 시간은 크게 늘어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
6354 호주 COVID-19 새 변이 바이러스 ‘XBB.1.16’, 호주에서도 빠르게 확산 file 호주한국신문 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