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 강연서 바이든 행정부에 '포용, 글로벌 리더십' 요청

 

 

▲ 지난해 6월 이후로 미국에 체류중인 이낙연 전 총리가 탬파 소재 사우스플로리다대학(USF) 정치학과 초청으로 지난 17일 오후 3시 강연하고 있다.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미국에 체류하며 순회강연 중인 이낙연 전 총리가 지난 17일 오후 플로리다 탬파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미국이 북한과 악화된 관계를 풀고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수교와 평화협정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3시 USF 학생회관 2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강연회는 정치학과 학생 및 한인동포를 포함 약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의 꿈은 끝나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다시 간여할 때(America’s dream never ends: it is the time to engage again towards peace in East Asia) 주제로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사우스플로리다대학(USF) 정치학과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 전 총리는 미리 준비해온 영어 원고를 중심으로 북핵문제를 비롯한 북미관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한반도의 지정학적 처지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강연을 엮어 나갔다.

북미관계와 관련하여 “미국이 북한에 대해 고립과 압박 정책을 계속하면 북한이 문을 열고 투항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 결과는 반대였다”라면서 “북한은 2017년 핵무력 완성을 발표한 후 미사일도 더 고도화되고 작년 한 해만 해도 ICBM을 포함해 탄도미사일만 69회 발사했다”라고 지적하고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작이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서도 "한쪽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다른 쪽은 공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북한이 가질 수 있는 위협감과 압박감을 설명했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된 사실을 들며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제환경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0년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쓸 때 북한이 무역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의 비중이 각각 20%씩 차지했고, 2007년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과의 교류가 끊어지면서 중국 의존도가 40%, 그리고 2017년에는 90%까지 올라갔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의 핵무장 강화와 더불어 중국 의존도의 심화는 한국에도 미국에도, 북한 자체에도 좋은 일은 아니고, 세계질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정책을 바꿀 때가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북 핵무장 강화, 중국 의존도 심화, 한미 국익에 도움 안 돼

이 전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자기 보호주의를 펼치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신뢰도 저하를 가져온 사실을 언급하고 '바이든 행정부가 포용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아무런 제의나 행동이 없는 점을 안타까워 하고 "북한과 수교와 평화협정, 그리고 비핵화를 맞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88올림픽 직후인1990년대초 한국이 소련과 중국,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32개국과 수교하고, 북한이 미국 일본과 수교할 기회가 있었으나, 한국의 견제와 미국의 미온적 태도로 교차 수교가 무산된 점을 아쉬워 하기도 했다.

앞서 LA에서 가진 강연에서 이 전 총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경쟁 무대인 한반도에서 북한과 손을 잡으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고, 평화까지는 몰라도 판을 한번 흔드는 것이 될 수 있다면서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수교하고, 정 어렵다면 연락사무소라도 먼저 (설치)하라"고 제안했다.

이 전 총리는 현 정부가 펼치고 있는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실용적인 면에서 손익계산을 잘못한 미숙하고 모험적인 정책으로 보았다. '88올림픽 이후 수십년 동안 이뤄온 외교.경제적인 성과를 살펴보면, 미.중.일.러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잘 했을 때 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실리 외교를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동포들과 따로 가진 2부 간담회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4가지 숙명'을 꼽았다. '평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분단국가, 동맹국 미국의 존재, 거대 주변국들에 둘러싸인 반도국가, 무역으로 먹고 사는 통상국가라는 현실은 피할 수 없는 한국의 숙명이라는 것이다.

이 전 총리는 이어 한인 1.5세와 2세들을 활용한 공공외교를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에 더 신경을 많이 쓰고 3년 있으면 돌아가는 외교관 보다는 현지에서 더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가진 차세대로 하여금 한국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부터 조지워싱턴 대학 방문연구원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총리는 미주 전역에서 순회강연 중으로, 6월초 독일의 튀빙겐 대학과 베를린 자유대학 강연을 마지막으로 6월 말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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