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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ppy Day
지루했던 홍콩의 여름도 기세를 잃었다. 11월에 접어들자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졌고 거리에는 슬슬 긴바지와 긴팔옷을 꺼내입은 행인들이 많아졌다. 홍콩에도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과 함께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대전에서 대학 후배가 나를 보러 홍콩에 왔다. 

후배를 만난 11월 11일은 한국에서는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할 시기이자 기다란 초콜릿 과자를 주고받는 기념일이었지만 홍콩에서는 가벼운 외투 위에 양귀비꽃 핀을 꽂은 시민들을 볼 수 있는 Poppy Day였다.

*Poppy Day(영령기념일)
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918년 11월 11일을 회상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영국 연방 국가들과 프랑스, 벨기에를 포함한 유럽 여러 국가에서 현충일로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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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Victoria Harbour
토요일 저녁, 퇴근 후에 후배를 데리고 완차이 페리 피어에 갔다. 페리에 몸을 싣고 침사추이 시계탑에 도착해 홍콩섬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야경을 바라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홍콩의 광경이자, 후배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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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emple Street
조던에 있는 템플스트리트 야시장에서 홍콩 현지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굴을 넣어 만든 전과 홍콩식 소시지가 들어간 돌솥밥, 그리고 광둥식 조개 요리와 맥주가 훌륭한 조화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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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ong Kok

식사 후에 이층버스를 타고 몽콕으로 갔다. 토요일 밤, 몽콕 거리에는 '우산혁명'을 기념하는 시위대의 행진이 있었다. 시위대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일국양제를 수호하자'라는 그들의 목소리는 큰 울림을 만들어 냈다. 

몽콕 야시장에는 신기한 물건이 많았다. 저렴한 가격의 액세서리부터 고가에 이르는 수공예 작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파는 수많은 가게가 있었다. 후배는 야시장에서 치파오를 샀다. 그리고 치파오를 입었다. 크나큰 시장에, 그 많은 사람 중에 치파오를 입은 사람은 이 녀석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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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Victoria Peak
일요일 오후, 한참 동안 비가 내렸다. 비가 차츰 그치기 시작하던 저녁에 빅토리아 피크에 갔다. 트램을 타고 피크에 오르던 길에 후배에게 빅토리아 피크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키웠다. 트램에서 내려 피크타워에 올라 야경을 보기 위해 전망대를 찾았다. 산 중턱에는 바람이 심했다.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힘겹게 문을 열었다.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후 내 내렸던 비가 몰고 온 안개가 시야 가렸다. 가까운 곳에 있는 가로등만이 간신히 빛을 내고 있었다. 실망한 마음으로 내려오는 트램에 올랐다. 트램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관광객들이 "와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뒤늦게 안개가 걷혀 트램 창문 사이로 홍콩의 야경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후배는 "원래 내가 재수가 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첫 번째 사진은 그날 본 안개가 낀 피크의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은 날씨가 좋던 날 피크에서 담은 홍콩의 야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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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Lan Kwai Fong

피크에서 야경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란콰이퐁에서 달래기로 했다. 마침, 주말 내, 란콰이퐁에서는 재팬 페스티벌이 있었다. 란콰이퐁을 가득 메운 다국적 인파가 일본의 전통의상과 축제 행렬에 열광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칵테일을 시켰다. 후배는 홍콩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며 홍콩에 며칠 더 있고 싶다고 했다. 홍콩에 사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에서는 나는 너가 부러워. 내일 집에 가잖아. 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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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auseway Bay
3박 4일간 홍콩을 여행했던 후배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나도 짧은 여행을 마치고 코즈웨이 베이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 위의 풍경은 여느 때와 같았다. 늦은 시간임에도 거리는 수많은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코즈웨이 베이에 온 지도 어느덧 5개월이란 시간이 지났다. 처음 이곳에 와서, 저 많은 관광객 중 하나처럼 카메라를 들고 신기한 풍경을 담아냈던 것도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하는 장소이자 매일 같이 출퇴근하는 거리를 언제까지나 관광객 모드로 거닐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후배와의 여행 덕분일까, 오랜만에 관광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해진 코즈웨이 베이 거리가 괜스레 멋스럽게 느껴졌다. 집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꺼내 이런저런 풍경을 담아봤다. 5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뱅글뱅글, 그렇게 한참을 돌다가 자정을 넘겨서야 집에 들어갔다.

[홍콩타임스 한병철 기자]

 

http://bit.ly/2A29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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