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 vs. 디즈니의 전쟁…갈 때까지 간다?

by 옥자 posted Jul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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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사활 건 한판 승부, 내년 대선 경선일까지 계속될 듯
 
▲ 지난 5월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디즈니 월드 간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 사진은 올랜도 월트 디즈니월드 입구 모습. ⓒ 코리아위클리
 
(올랜도=코리아위클리) 김명곤 기자 = 론 디샌티스 플로리디 주지사와 디즈니 간의 싸움이 식지 않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양자 간의 싸움이 내년 7월 공화당 경선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싸움은 디샌티스가 지난 5월말 대선 출마을 선언한 이후 더욱 격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디샌티스는 거의 매일 유세장에서 디즈니를 공격하고 있다.

디샌티스는 가장 최근 뉴햄프셔의 타운홀에서 "우리는 이 회사(디즈니)를 최고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디즈니는 마치 '올 아메리칸 회사' 처럼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어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성적인 내용을 담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이제 (디즈니는) 나뿐 아니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성역이 되고 말았다"라고 공격했다.

디샌티스가 매섭게 공격한대로 디즈니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중 하나가 되어 있다. 하지만 대중의 평판에 금이 가고 있다. 적어도 공화당 예비선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는 디샌티스에게 계혹 공격을 받을 처지에 놓이면서 내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디샌티스와 디즈니 간의 싸움은 이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이 싸움은 디샌티스가 지난해 연설과 북 투어에서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라는 별칭의 새 플로리다 교육법안을 내놓자 디즈니가 비판하고 나서면서 비롯됐다.

디즈니는 지난 100여 년 동안 '행복한 미키 이미지'에 흠집을 내지 않으려고 논쟁적인 정치.사회적인 이슈에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디즈니는 기본적으로 가족 친화적인 영화, TV 쇼, 테마 파크를 모든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는데 비즈니스의 초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현재 디즈니의 사회적 평판은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악시오스 해리스 폴이 지난 5월 1만631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업으로서의 디즈니에 대한 평판은 2017년 7위에서 77위로 하락했다. 이 같은 평판의 하락은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전례없는 ‘혈투’가 한몫을 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 지난해 4월 론 디샌티스 주지사가 어린이들에 둘러싸여 이른바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 법안(1557호) 에 서명한 후 서류룰 들어 보이고 있다. ⓒ The Florida Channel 화면 캡쳐
 
“‘뜨거운 감자’ 디샌티스 어떻게 다룰까”… 고심 중인 디즈니

현재 디즈니의 경영진들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선동적인 주장을 대처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지난 4월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디샌티스의 맹렬한 공격을 '반기업적고 반플로리다적 행동’이라고 반격했지만, 5월 10일 이후로는 공개 석상에서 입을 다물고 있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분석가들은 일단 디즈니 테마 파크의 관람객 수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그런 징후가 보이지 않는 한, 사업적인 면에서 디즈니가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적 싸움을 벌인 것이 디즈니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악시오스 해리스 폴은 디즈니를 미국에서 5번째로 정치적 편향성이 심한 브랜드로 순위를 매겼다. 디즈니는 2021년 여론조사에서 중립적인 위치의 브랜드로 평가를 받았다.

제르제마 해리스폴 대표는 최근 주요 미디어에 공개한 이메일에서 "디즈니의 무형의 가치, 신뢰, 시민정신, 윤리 및 성장은 가장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디즈니 경영진은 브랜드 침식을 보여주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기 시작, 회사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지난 4월 디즈니 CEO 아이거는 아사드 아야즈를 브랜드 제고 책임자로 임명했다.

하지만 디즈니는 미묘한 방식으로 디샌티스에게 압력을 가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걸맞는 사회적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이거는 6월 13일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서 디샌티스와 숙적 관계인 개빈 뉴섬 주지사와 사진을 찍어 눈길을 끌었다. 뉴섬이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자리였는데, 이는 디즈니가 2천개의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을 예고한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개발 계획의 중단을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예사롭지 않게 비쳐졌다.

더구나 뉴섬 주지사는 디즈니랜드에서 최초로 열린 프라이드 나이트(Pride Nite)에 참석하여 무지개 미키 마우스 귀를 장착한 방문객들과 보란 듯이 사진을 찍었다. 이는 동성애 그룹을 인정하지 않는 디샌티스를 겨냥한 듯한 행동이었다.

앞서 디샌티스를 지원하는 정치단체인 ‘슈퍼 PAC’은 아이오와와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방송한 TV 광고에서 디즈니가 아이들을 세뇌하기 위해 비밀리에 일하고 있다고 암시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었다. 그 광고에 등장한 사람은 "옛날에 디즈니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지,. 비밀스러운 성적인 내용이 아니었다"라고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트럼프와 디샌티스, 누가 디즈니를 더 싫어하나”?

디즈니 임원들은 디샌티스의 공격이 확산되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올랜도센티널>은 지난 5월 30일 기사에서 "디샌티스와 트럼프는 누가 디즈니를 더 싫어하는지를 놓고 경쟁한다"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대선 후보들이 디즈니를 정치전략에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짚었다.

디즈니는 다른 형태의 정치 이데올로기 싸움에 휘말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7월초 일부 디샌티스 지지자들이 디즈니 정문 앞에서 나치 상징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다른 일부는 디샌티스 캠페인 표지판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디샌티스가 지난해 10월 올랜도 중심가의 신나치 시위를 방치하며 은근히 나치를 옹호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디샌티스 자신은 신나치 그룹을 좋아하지 않고 있으며, 반 유대주의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디즈니 역시 미키 마우스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앞마당에서 일반 미국민들이 혐오하는 나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그다지 반길 수 없는 입장이다.
 
▲ 지난 6월 11일 올랜도 디즈니월드 입구에서 신나치 운동가들과 디샌티스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튜브
 
이같은 상황에서 디즈니 측의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은 흥행 부진, 시나리오 작가들의 파업, 디즈니 최고 재무 책임자의 사임 등 달갑지 않은 사업 전개로 고충을 겪고 있다.

디즈니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디즈니 주식은 1년 전보다 7%, 2021년 3월 최고치보다 55% 하락한 약 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0년간 디즈니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ESPN을 포함한 전통적인 텔레비전은 코드 커팅, 광고 수익의 약화, 스포츠 프로그램 비용 상승의 결과로 고전하고 있다. 스트리밍 사업인 '디즈니+'도 갈수록 가입자가 줄어들고 있다. 전체 스트리밍 분야는 회계 연도 시작 이후 거의 20억 달러의 손실을 입으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회사 전체에서 55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는 전 세계 디즈니의 일자리의 약 4%인 7000개의 일자리를 없애는 것을 포함한다.

올해 72세의 아이거 디즈니 회장은 지난 2021년 디즈니의 운영 책임을 전 테마 파크 임원인 밥 차펙에게 넘기고 요트를 즐기며 은퇴자의 행복을 맛볼 꿈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지난해 11월 차펙을 해고하고 다시 운영 전면에 나섰다.

은퇴 미룬 아이거, 디샌티스와 자존심 싸움 나섰다

사실상 차펙은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었지만 일부 중대 실수에 의해 가려졌다. 디샌티스가 추진해온 보수적인 플로리다 교육법에 대한 대응이 그중 하나다. 새 플로리다 교육법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까지 교실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한 토론을 금지하고 있다. 플로리다는 그 이후 모든 학년으로 금지를 확대했다.

처음에 차펙은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으나,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서자 플로리다의 새 교육법을 비난하는 쪽으로 선회, 디샌티스의 화를 돋구었다. 이후 양측 간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디샌티스는 먼저 디즈니 월드가 수십년 동안 누려온 리디 크릭 리조트 지역의 통제권을 제한하는 조치에 나섰다. 디즈니는 암암리에 디샌티스에게 역공을 가하면서 그의 공격에서 벗어나려 했다.

지난 4월부터 디샌티스가 대중 연설을 통해 연일 전방위적 공격을 가하자 디즈니도 지지 않았다. 디즈니는 ‘올랜도의 새희망’으로 널리 선전되어온 10억 달러 규모의 레이크 노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디즈니 월드 확장을 위한 170억 달러의 추가 투자에 대한 철회를 선언했다. 이에 더하여 디샌티스가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디즈니의 소송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어떤 결말이 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디즈니는 디샌티스에 대한 재판 개시일을 공화당 전당대회가 시작되는 내년 7월 15일로 잡아달라는 제안서를 연방 법원에 제출했다. 정공법으로 디샌티스의 대선행보에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인사이더>는 최근호에서 워싱턴 정치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디샌티스가 이득을 볼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라고 했으나, 디샌티스 측은 디즈니와의 싸움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히는데 일단 성공하고 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 반면 디즈니 측은 디샌티스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침체된 내부 분위기를 일신하고 투자자들의 사기를 높여 ‘왕국’의 위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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