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과 시간을 쌓은 '유네스코의 도시' 고창을 가다

by 옥자 posted Nov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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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자랑 거리 7가지 보물 보유... 계절별 축제도 다양
 
고창 고인돌
 
(서울=세계한인언론인협회) 조연숙 기자(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 수천년을 이어온 고인돌, 수백년을 이어온 모양성, 30년 만에 계단식 논이 자연의 모습을 회복한 운곡람사르습지... 그 모든 것을 내려보고 있는 높고 푸른 하늘을 가진 고창.

고창은 다채로운 문화와 창연한 고풍이 스며있는 유네스코의 도시이다. 고창에는 유네스코가 자연과 문화 부문에서 인증한 7가지 보물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고창 '고인돌, 세계자연유산 '고창갯벌', 인류무형문화유산 '고창 판소리'와 '농악', 세계기록유산 동학농민혁명 '무장포고문', 운곡람사르습지, 세계지질공원 선운산과 병바위 등이 부문별 보물들이고, 이들을 모두 품고 있는 고창 전지역이 생물권보전구역으로 일곱번째 보물이다. 고창 전체가 세계적 보호구역으로 인정 받은 셈이다.
 
고창판소리박물관 입구
 

고창은 전라북도의 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서북쪽은 황해와 접하고 동남쪽으로는 노령산맥이 이어져 전라남도와 도계를 이루고 있다.

고창의 무수한 역사문화 유적지를 짦게 묘사하면, 우선 고창 고인돌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죽은이를 기리기 위해 쌓은 돌이다. 천오백년 고찰 선운사에는 돌에도 나무에도 시간의 흔적이 들어있지만, 도솔천 가에 심어진 단풍나무는 현재의 계절을 보여준다. 고창읍성(모양성)은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선 단종 원년에 세운 자연석 성곽이다. 당시 살던 이와 후대가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크기도 모양도 다른 돌을 쌓아올린 성벽 안에는 1970년대부터 복원한 옛 건물들과 소나무 숲이 아늑하고, 성벽에 올라 바라보는 성밖 풍경도 시원하다.

 

고인돌 운반 광경을 그린 조형물
 
고창에는 자연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자연의 회복력을 상징하는 운곡람사르습지,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청보리밭, 여름의 해바라기, 가을철 메밀꽃을 즐길 수 있는 학원관광농장, 겨울철 철새 도래지로 부상한 동림저수지, 와인 글라스 형태의 구시포항 등이 그들이다.

특히 운곡람사르습지는 과거 주민들이 습지를 개간하여 계단식 논으로 사용되던 곳이었으나, 1980년대 초부터 운곡저수지의 물이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공급되면서 30년 넘게 폐경지로 유지됐다. 그 후 자연 스스로 현재의 원시 습지 상태로 복원되어 수량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는 깨끗한 습지가 되었다.

'구름의 계곡'이라는 뜻의 '운곡'이라는 지명을 앞에 붙인 운곡람사르습지는 2011년 4월 국립환경과학원 조사결과 습지에 86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생물종다양성을 인정받아 '람사르습지는(Ramsar濕地)'로 등록됐다. 람사르습지는 생물 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1971년 ‘람사르협약’에 의해 지정된 습지를 말한다.
 
운곡람사르습지
 
책 발간한 생태마을 할머니들

고창 운곡습지 주변에는 6개의 생태마을이 있다. 독곡, 호암, 용계, 매산, 부귀, 송암 등 생태마을은 각각의 역사와 산업에 기반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생태밥상과 생태도시락도 판매한다. 생태밥상과 생태도시락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들로 주민들이 직접 조리한다.

고창문화관광재단의 한지혜 씨는 지난 여름 세계잼보리대회 당시 할랄 기준에 맞춘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할랄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며, 할랄음식 또는 일부 식재료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 생태마을 식당에 주문할 때 미리 말하면 거기에 맞춰서 조리해준다고 설명했다.
 
독곡 생태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독곡마을 할머니들은 나무와 풀 등 자생식물을 세밀화로 그리고 나물로 조리하거나 약초로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거기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서 <엄니들의 그림책>과 <도곡마을 세밀화북> 등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할머니들이 애기똥풀은 부스럼의 특효약이었고, 제비꽃은 염증을 치료하는데 쓰였다거나, 곰밤뿌리는 된장 양념에 무쳐서 먹는 '효자 나물'이라고 묘사한 글을 읽으면서 약도 음식도 귀하던 시절을 돌아볼 수 있다.

고창은 도자기의 고장이다. 자기의 재료인 석회석이 곳곳에서 산출되어 예로부터 자기소로서 입지조건이 잘 갖추어졌고, 덕분에 고창자기는 고려시대 번성했던 고려청자를 비롯해 조선후기 술병, 사발에 이르기까지 천여 년간 도자기 기술을 전승했다고 한다. 독곡마을도 본래 도자기를 구어 생업을 하던 사람들이 살았고 도자기를 만든 마을이라하여 ‘도굴안’으로 부르다 지금은 독곡이라 부른다.

고창에는 건강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책마을해리에서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것에서 나아가 책을 만드는 출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게르마늄 온천이 있는 석장리에는 놀이와 휴식을 위한 대형 워터파크 '석정휴스파'와 노약자와 환자들이 휴양을 할 수 있는 '고창 웰파크시티'가 있다. 방장산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고, 상하농원에서는 농사를 체험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람사르고창갯벌센터에는 놀이시설, 체육시설, 산책길, 자전거 도로 등 레저 시설과 함께 조개잡이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연중 '축제'로 넘실대는 고창... 명물 먹거리도 풍성

고창은 축제의 고장이다. 2월 오거리 당산제, 4월 청보리밭 축제, 5월 무장읍성 축제, 바지락 오감체험 페스티벌, 고창 갯벌축제, 6월 고창 복분자와 수박축제, 8월 해풍고추축제, 그리고 10월 고창 모양성제에 인파로 북적인다. 축제가 없는 겨울에는 철새를 볼 수 있다.
 
모양성제 축제 광경
 
모양성제 축제 현장
 

고창에는 명물 음식이 많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선운산 입구 주변 강에서 잡히는 풍천장어는 물론이고, 당도가 높으면서 과즙이 풍부한 고창수박, 지주식으로 양식해 국내 1%에 드는 명품 김은 이미 상품화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복분자,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 현지에서 생산하는 과일은 과일로도 즐기지만, 게르마늄 온천수로 대표되는 건강한 물과 발효에 적당한 온화한 기온을 만나면 품질 좋은 복분자주와 발효식초로 변신한다.

그밖에도 선운산도립공원, 무장현 관아와 읍성, 백제 시대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수사, 미당 서정주 시인을 기념하는 미당시문학관, 동학농민혁명의 선봉장이었던 전봉준의 생가터와 무장포고문을 선포했던 무장기포지, 고창농악전수관과 판소리박물관, 판소리 대가 신재효 고택 등 역사와 문화 유적지가 널려 있다.

소나무를 가로수로 심고, 도로 주변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는 유채꽃들, 습지와 생태공원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관은 고창의 하늘을 더 높아 보이게 한다. 부디 고창하기를!(Do Gochang!)



<고창 방문사>

(서울=세계한인언론인협회) 김명곤 기자(회장, 코리아위클리 발행인)

약 50여년 전 어느 토요일, 녹슨 자전거를 타고 친구와 함께 고창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 추억을 잊지 못합니다.

비오는 늦가을의 수채화로 아련하게 기억될 정도로 이름 모를 길가의 꽃들, 막 새 지붕을 엮어 올린 초가집들, 식당 평상에 앉아 비벼 먹었던 산채 비빔밤, 그리고 안채에서 들려오던 호남가 한자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창은 7가지 보물을 가지고 있습니다. 약 1750여기의 고인돌, 생물 다양성을 간직한 고창갯벌, 운곡습지, 병바위, 낙안초당, 선운사, 마애여래좌상 등을 아우른세계지질공원, 판소리, 농악, 그리고 동학농민혁명 무장포고문입니다.

특히 선운산과 병바위 갯벌 등이 ‘유네스코 지질공원’에 선정됐고, 동학농민혁명 무장포고문, 농민군토벌기록(취의록) 등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SMS와 인공지능시대에 동학농민혁명 포고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포함된 것이 심상치 않습니다. 

<동학농민혁명 포고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귀히 여기는 이유는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인륜이 있다는 것이 동물이나 짐승과는 크게 다르더는 것이고, 인류가 가져야할 정신 유산이라는 선포입니다.

예로부터 고창은 지위와, 토지와, 자본으로 인간과 세상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인간됨, 인간됨의 도리로 이웃과 세상을 보고자 했습니다.

고창은 고전과 자연과 인간됨의 도리를 면면하게 간직해온 곳입니다,

이런 고창을 고향으로 두고 고향과 군민을 위해 봉사하시는 심덕섭 군수님은 남다른 행운을 소유한 분이십니다.

민선 8기 심 군수님은 행자부 행정개혁본부 조직기획과장, 대통령 비서실 선임행정관 등을 필두로 9개 주요 행정분야 요직을 거쳐 가보훈처 차장(차관급), 국무총리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지내다 고향으로 내려와 민선 8기 군수직을 맡으셨습니다.

모두가 오르막을 꿈꾸는 세상에서 심 군수님은 저 아래로 내려간 특이한 전력의 행정가이십니다. 왜 그러셨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예를 들자면, 모든 것을 팔아 귀한 보물이 묻혀있는 밭을 산 농부의 심정으로 고창의 보물들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서 낙향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의 할 일을 하고자 합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마다하지 않겠다던 김구 선생님처럼, 일개 극장의 수위로 생을 마감한 홍범도 장군님처럼.

고창의 보물들은 심덕섭 군수님과 고창군민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창의 보물들은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 자산이고 인류 모두의 자산입니다. 유네스코가 고창의 유형 무형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전세계에 180여개 회원사를 두고 우리문화의 소개와 확산을 위해 힘써온 세계한인언론인협회가 고창의 보물들을 지키고 가꾸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창군은 올해를 '세계유산도시 고창 방문의해'로 삼아 큰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3월 제1회 고창벚꽃축제에 3만명이 다녀갔고, 4월 열린음악회에 1만명, 5월 바지락 페스티벌에2만명), 특히 젋은 청춘 남녀를 설레게 하는 고창 보리밭 측제에는 약 35만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복분자 수박축제, 갯벌축제가 열렸습니다.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50주년 모양성제에 구름떼처럼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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