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문 대통령, 한국 식민지 취급한 트럼프에 '노!' 해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때 유일한 수행 기자 카일리 앳우드는 10월 11일 CBS 인터넷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폼페이오의 깍듯한 예우에 관한 목격담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10월 7일 저녁 오찬장인 백화원에 먼저 나온 폼페이오는 김정은을 맞으려고 현관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서서" 그가 도착할 때까지 정중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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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세계 어느 나라의 국가원수에게도 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이런 모습에 놀란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에게 "당신은 마치 제단 앞에 서 있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으나 폼페이오는 무표정한 채 말이 없었다.

이는 두어 시간 전 폼페이오가 김정은과의 비핵화 문제 협상 마무리 과정에서 많이 기가 꺾였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으로, 북한 측의 인원 제한으로 현장에 참석 못한 앳우드 기자와 나워트 대변인은 폼페이오의 이러한 몸짓이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북한의 엄청난 핵무력을 의식한 나머지 푸틴, 시진핑, 아베에게도 하지 않은 깍듯한 예우를 김정은에게 해서 세상을 놀라게 한 장면이 연상된다.

일이 잘 풀리고 있는 조짐은 다른 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 10월 10일치를 보면, 백화원에서 김정은이 폼페이오에게 핵리스트 제출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고, 그 이후 '핵리스트'니 '비핵화시간표' 같은 단어는 세계 언론에서 사라졌다. 이는 북한의 계획대로 풍계리 지하핵시험장→ 서해위성발사장→ 영변핵시설 등이 단계적으로 폐기된다는 뜻이다.

북한은 '미국이 6.12 조미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 조치가 계속 취해질 것'임을 밝혔는데 영변핵시설 전체를 폐기하면, 미국은 그에 따른 상응조치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10월 12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훌륭하다. '정말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는 핵•미사일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 핵에서 오는 두려움은 온데간데 없는 안도감의 표현이다. 이제 북미 간의 핵협상은 대등한 힘의 균형 속에서 오히려 북이 이니셔티브를 취하고 있는 형국이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북미 간 종전선언, 평화협정, 평양-워싱턴 연락사무소 설치 등 여러 문제도 2차 북미정상회담 때 잘 풀릴 것으로 낙관한다.



"미국 승인 없이 아무것도 못한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설화' 사고가 다시 터져 한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까지도 문재인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간 최고의 중재자로 전 세계에 한껏 추켜올리며 그간의 수고에 "감사하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트럼프가 며칠 전 기자들 앞에서 문재인과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망발을 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5.24 조치 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자, 경박한 트럼프는 "그들(한국정부)은 우리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나 되는 듯 경망스런 태도를 보였다.

5.24 조치는 남북한 당사자들의 문제이지 유엔제재의 범위에서 벗어난 것임을 감안할 때 '미국 승인 없이는 한국은 아무 것도 못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대한민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며 월권행위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천안함 사건으로 촉발된 5.24 조치란, 2010년 5월 24일 미국과는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남북 교역 전면 중단' 조치를 말하는 것으로, 트럼프는 문재인 정부가 이를 해제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그런데 이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고도 항의는커녕 변호나 해주려는 듯한 청와대의 대응은 트럼프의 망발이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하긴 트럼프의 발언이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더 네이션>의 팀 셔록 기자가 해제된 미 국무부 기밀문서를 샅샅이 훑어 본 결과 "1945년 8월 미군이 한국 점령 후 현재까지 한국 내의 큰 사건치고 미국의 입김이 서리지 않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광복 후 한국정부가 미국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아 왔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셔록은 그 예로, 38선 국토 분단에 따른 6.25 전쟁과 600만 남북 동포 희생, 제주민중항쟁과 6만 동포 희생, 김구 선생 암살, 악질 친일파 재기용, 5.16 쿠데타와 장면 민주정권 퇴출, 전두환의 반란과 집권, 광주민중항쟁 유도 및 무자비한 진압 등 광복 후 지금까지 있었던 헤아릴 수 없는 큰 사건 등을 꼽고 있다.


문재인, 미국에 '노!'라고 하겠다던 공약 지키라



그러나 오늘의 미국은 친미국가 카타르, 사우디, 인도, 이집트 그리고 나토 회원국인 터키까지 미국의 패트리엇보다 우월한 러시아의 최첨단 대공요격체계인 S-400(북한이 6년 전 개발한 번개-6호와 비슷한 성능)을 구입하기로 계약 또는 계획하고 있어도 달리 손을 쓸 힘이 없는 나라로 약화됐다. 반면, 남북한이 한데 뭉쳐있는 오늘의 한국은 이미 미국이 예처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님을 세계가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그간 비굴하리만큼 겸손한 외교로 미국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해왔음은 세계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9월 평양 남북정상 공동선언으로 11월 1일부터 남북 간 적대행위가 없어지는 마당에 이제 문재인 대통령은 8천만 겨레에 눈을 돌려, 후보시절 "미국에 노(NO!)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겠다"했던 공약을 당차게 이행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독립국가 원수다운 분명하고 다부진 대미 외교를 펴,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가 아님을 전 세계에 명명백백하게 알려야 한다. 그때 남북 8천만 겨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환호와 함께 경의를 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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