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오늘 아침 일찌기 나는 큰 자식과 함께 대서양 어느 해변에서 낚시를 했다. 그곳에는 우리 부자 밖에 없었다.

우리가 각각 잡은 레드 피시는 크기 제한이 있고, 갯수도 한 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레드 피시는 마쳤으니 다른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낚싯대를 바다에 던지고 기다리려니 지난 이민생활 45년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러다가 몇 해전에 미국 노인들의 마지막 생을 그린 영화 두 편을 TV에서 본 것이 생각난다.

나도 나이가 80이 훌쩍 넘어 남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묘비까지 만들어 놓은 터라 노인의 마지막을 그린 영화가 마음에 와 닿는다.

한 사람은 사나이 다운 총잡이로, 다른 한 사람은 고지식한 인간으로 등장한다. 두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는 내가 좋아하는 존 웨인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이다. 나는 이 배우들을 좋아한 나머지 TV에서 이들의 영화를 많이 보았다.

바닷가에 던진 낚싯대는 아직 미동이다. 편안한 비치 의자에 앉아 영화 생각을 하며 던킨 도너츠의 향기로운 커피와 맛있는 도너츠를 먹었다. 커피와 도너츠를 부담 없이 마시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나같은 노인에게는 큰 행복이다.

그때 큰 낚시대가 크게 휘청거린다. 아들놈은 물고기를 건져 올리더니 5파운드가 넘는 드럼이라고 고함을 친다.

다시 영화 생각으로 돌아간다. 존 웨인은 영화에서 구질구질하게 생을 연장하려 않고 4명의 총잡이와 동시에 마지막 대결로 생을 마감하면서도 하숙집 주인 과부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죽는다. 이 영화는 1800년대 말의 이야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오는 ‘그랜드 토리노’는 영화 제목이 포드 회사에서 1940년대 부터 만들기 시작한 아주 평범한 대중 생활용 자동차 이름이었던지라 더욱 끌렸다. 평생을 자동차 정비공 노릇 했으니 영화 제목에 끌려 관심있게 볼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아시안들의 이민생활의 애환을 담은 영화였다. 월남 전쟁때 캄보디아와 월남 국경 산악지대에 살던 소수 민족 중에 미군을 돕던 소수의 산악인들이 미군 철수와 함께 미군을 따라 함께 미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미국땅에 정착하면서 옆집 사람과 문화 차이로 생길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는 재미있게 그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에서 한국전에도 1951년도에 참전하였고, 50년을 포드회사에서 일하고 외롭게 혼자서 조용히 살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런데 갑자기 집단생활을 하는 아시안들이 옆집으로 이사와서 처음에는 문화적 마찰을 겪는다. 그러나 주인공은 옆집 사람들에게서 미국사람에게는 없는 인간의 정을 느끼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이후 아시안 갱단이 이웃집 아시안을 괴롭히는 것을 보게 되고, 자신이 늙고 병들어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아시안 갱단들이 일망타진 되도록 자신의 한 몸을 희생시킨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주인공을 한 번도 찾아 보지 않던 자식과 며느리 손녀딸이 온다. 이때 영화 제목의 자동차가 의미있게 등장한다. 손녀딸은 할아버지가 그렇게도 애지중지하던 그랜드 토리노를 자신에게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주인공은 유언장을 통해 그 차를 훔치려던 아시안 젊은이에게 남겼고, 남은 모든 재산은 사회사업에 기증한다는 말을 남겼다. 변호사의 유언장 낭독 후 놀라는 자식 며느리 손녀의 모습을 막 떠올리고 있을 때 3개의 낚싯대가 동시에 요동을 친다.

남들에게도 나눠 줄 수 있는 고기를 잡고 돌아오면서 큰 자식놈이 이민오길 잘 했다고 말한다. 이 말 한마디로 왠지 나의 45년간의 노동 이민의 애환이 달래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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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공 최영태선생의 강의     Newsroh=이계선 칼럼니스트         일공 최영태선생이 지난해 12월 1일 후러싱에서 목요강좌 ‘오딧세이’를 열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여 밤길이 어려운 우리부부는 컴퓨터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인터넷 구글에 ‘최영태’라 쓰고 살짝 누르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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