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합동 총회장이었고 한기총 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는 한기총 회장이 개신교 대통령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은 길자연 목사만이 아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런 이들을 사람들은 ‘정치목사’라 부르며 경멸한다. 그러나 총회는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결과적으로 ‘정치목사’라 불리는 사람들이 교단을 지배한다. 그리고 이번에 소강석 목사가 부총회장이 되었다.

길자연 목사가 유명해진 이유는 그가 총회장 선거에서 금권선거를 했기 때문이다. 교회 돈 3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했다. 총대들은 그 돈을 아주 당연하게 받았다. 그래서 부총회장이 차기 총회장이 되는 것으로 법을 바꾸었지만 그런 관행이 정말 사라졌을까. 글쎄다. 솔직히 나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돈과 권력은 어느 곳이든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가 아닐까.

이재서 총장은 총회에서 총신대의 주인인 총회의 결정에 절대 순종하고 정치적 목적에 좌우지되지 않도록 학교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총대들의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하는데 총신대의 주인이 정말 총회인가. 총회의 결정에 절대 순종하는 것이 가장 정치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분이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리가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주님은 제자들에게 앉아야 할 자리를 정확하게 정해주셨다.

“네가 초대를 받거든, 가서 맨 끝자리에 앉아라.”

사실 세상은 자리가 정해져 있다. 애초부터 자리를 선택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전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조금 늦게 들어가서 가장 마지막 자리에 앉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물론 앞으로 가시라고 권유하겠지만 얼마든지 그것을 거절할 수는 있다. 맨 끝자리는 자발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그러나 높은 자리에 앉지 않겠다는 결심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좋은 것들이 그곳에 놓이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중심 토대는 이미 그 사회의 구조, 규범, 정책, 이데올로기 등의 전체적 패러다임 속에서 정해져 있다. 그러니 모두가 그 중심을 향할 수밖에 없다. 누구라도 밀쳐내고 무조건 그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 이것이 지배담론이 아닌가.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는 이 지배담론에 따라 자연스럽게 세계관이 형성된다. 그래서 그것이 상징하는 바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그곳을 향해 가는 일에 목숨을 걸게 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결코 함께 공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그런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인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작금의 조국 장관사태를 통해 우리가 보는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다. 조국 장관을 비난하는 나경원 대표와 장제원 의원도 조국 장관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중심을 차지해야 한다는 지배담론에 지배당하는 세상의 노예들이다. 그들에게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들을 너무 힘들게 하는 일이다.

예수님이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가라고 하신 맨 끝자리는 자신을 낮출 수 있는 자, 세상의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자기 인식을 가질 수 있는 자가 차지할 수 있는 자리이다. 맨 끝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만이 높낮이에 상관없이 섬김을 행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맨 끝자리에 앉을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을 초대한 분이 누구인지, 또 자신이 누구를 어떻게 초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네가 점심이나 만찬을 베풀 때에, 네 친구나 네 형제나 네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 사람들을 부르지 말아라. 그렇게 하면 그들도 너를 도로 초대하여 네게 되갚아, 네 은공이 없어질 것이다. 잔치를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지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다리 저는 사람들과 눈먼 사람들을 불러라. 그리하면 네가 복될 것이다. 그들이 네게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하나님께서 네게 갚아 주실 것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는 히브리서의 말씀이 생각나지 않는가. 신앙은 결코 현재의 이득을 계산하거나 고난을 문제 삼지 않는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그것을 확신하고 그것은 다른 모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가 된다. 이런 믿음은 맨 끝자리에 앉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사실 소외의 대상은 맨 끝자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다. 소외의 첫 번째 대상은 중심을 차지하려는 자들, 타자를 제거해야만 살 수 있는 자들, 소외시키면서 소외당하는 그들 자신이다. 자신들이 그어놓은 선에 먼저 그들 자신이 갇히는 것이다. 중국의 제일 부호 마윈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자신의 인생 최고의 실수를 “알리바바를 설립한 것”이라 말한 적도 있다. 2016년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그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마윈은 “알리바바를 시작할 때 이렇게 큰 비즈니스가 될 거라 예상하지 못 했다. 매일매일이 바쁘고, 사생활도 없다”고 말하며, “만약에 내게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할 기회가 생긴다면 결코 현재와 같은 일은 하지 않을 거다. 두 번째 기회가 생긴다면 스스로의 인생을 즐길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알고 보면 한 사회의 중심에 이른다는 것이 이렇게 허접하고 별 볼 일 없다. 소외는 소외일 뿐이다. 소외는 높낮이를 떠나서 일어나게 해서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소외가 없는 유일한 나라인 하나님 나라의 비결은 주님의 말씀대로 그리스도인들이 맨 끝자리에 앉는 것이다.

예수님은 초대받은 모든 이들에게 초대의 의미를 재규정하신다. 자기의 유익을 위해 초대하지 말고, 아무것도 보상받을 수 없는 자들을 초대하라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복음의 반전이 일어난다. 나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 이것이 혁명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상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가치관에 안주할 때 우리는 복음이 함의하는 진정한 의미들을 발견할 수 없다. 그 의미는 우리가 맨 끝자리에 앉을 때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총회는 하나님 나라의 중심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이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맨 끝자리를 끝까지 거부하는 사람들이 앉는 자리이다. 그곳을 바라보며 하나님 나라를 상상하지 말라. 구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스도인들이 맨 끝자리에 앉을 때, 새로운 사유방식, 새로운 대안, 새로운 세상의 건설이 가능해진다. 맨 끝자리에 앉은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하고 열리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주님의 명령이다.

“네가 초대를 받거든, 가서 맨 끝자리에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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