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전 국민의 90%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면 이 나라는 지상천국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 속을 들여다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선교사님이 일 년간 선교지(에스와티니)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쓴 글의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목사들의 경우도 일부다처인 경우가 많고 전 국민의 30%정도가 에이즈 감염자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나라는 지지리도 못사는 나라입니다.

이 선교사님의 말대로 전 국민의 90%가 기독교인이라면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다른 것이 없습니다. 이분의 표현대로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생각납니다. 그나마 그리스도인의 비율이 20% 정도인 것이 다행입니다. 만일 이 나라처럼 그리스도인의 비율이 90%가 되었다면 과연 어떤 나라가 되었을지 상상이 어렵습니다.

부탄이 생각납니다. '용의 나라'라고 불리는 부탄은 조그만 나라입니다. 인구는 63만4982명 밖에 안되고, 평균 수명은 남녀가 66세로 비슷합니다. 수도는 팀푸(Thimphu)이지만 파로(Paro)에 부탄 유일의 국제공항이 있어서 모든 부탄의 일정은 파로에서 시작됩니다. 병원은 29곳 밖에 없고 의사는 145명, 공립학교 221개교, 사립학교 19개교, 자동차는 2만9914대, 전화는 3만3709대 밖에 없습니다. 정말 보잘것없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행복 만족도 조사가 이루어지기 훨씬 전부터 부탄은 세계에서 국민총행복, 즉 GNH(Gross National Happiness)의 나라로 유명했습니다. GNP나 GDP를 거부한 '국민총행복'의 개념은 당시의 국제 상식으로는 너무도 파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1972년, 당시 17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직메 싱게 왕축 4대 국왕이 발안한 GNH 개념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1976년에 그는 "나는 GDP가 아닌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왕의 그러한 생각이 구체적인 국가 정책으로 실행되었다는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막연한 개념을 어떻게 국가 정책에 반영하고, 입법화할 수 있었을까요?

'무리한 개발은 하지 않는다.'
'산업발전보다 자연환경을 우선시한다.'
'생활 속 전통문화를 지킨다.'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는다.'와 같은 것들이 그들의 세운 정책의 원칙이었습니다.

이런 철학의 바탕이 되는 것은 부탄의 국교로 전 국민의 의식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정책들은 그들의 신앙의 표출이었고, 그것은 모두가 이미 생활화하고 있는 것이기에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삼은 행복이라는 막연한 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그들이 위에 언급한 철학에서 시작하여 구체적으로 목표로 삼은 내용들입니다.

1. 강대국을 지향하지 않는다.

@ GDP 보다 GNH 가 중요하다
@ 근대화를 서두르지 않는다.
@ 사람들은 전통의상, 건물도 전통건축
@ 외국의 원조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 미국 같은 초강국과는 관계를 맺지 않는다.
@ 인도와는 백년 넘게 사이좋게 지낸다.
@ 부탄 공무원은 절대 뇌물을 받지 않는다.
@ 부탄에서는 누구나 국왕을 만날 수 있다.
@ 국왕 스스로 민주주의를 추진했다.

2. 부자를 꿈꾸지 않는다.

@ 거대한 댐을 만들지 않는다.
@ 지하자원을 발굴하지 않는다.
@ 삼림 비율은 국토의 60%를 유지한다.
@ 특산물은 수력발전이다.
@ 외화를 가져오는 사람보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
@ 부탄 국민은 기근으로 굶주린 적이 없다.
@ 수력발전을 해도 송전선이 눈에 띄지 않는다.

3. 자연보호가 가장 중요하다.

@ 부탄 국민 97%가 행복하다고 느끼다.
@ 교육비는 무료다.
@ 병원비도 무료다.
@ 부탄은 세계 최초의 금연 국가다.
@ 외국인은 사원 안까지 들어갈 수 없다.
@ 노숙자가 없다.
@ 야생동물을 죽이지 않는다.
@ 땅이 없는 사람에게 국왕이 땅을 선물하다.
@ 불교 이외의 종교도 인정한다.
@ 첫눈이 내리는 날은 휴일이다.
@ 금욕의 달이 정해져 있다.
@ 살생은 하지 않는다.

4. 행복해지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 여성이 집안을 잇는다.
@ 3대, 4대가 함께 산다.
@ 의외로 이혼률이 높다.
@ 집안의 장례식 때는 21일간 쉰다.
@ 부탄에는 고아가 없다.
@ 오락은 부탄 영화 감상이다.
@ 이름만으로는 성별을 알 수 없다.
@ 신혼부부는 오두막에서 밤을 보낸다.
@ 장식을 위해서 꽃을 꺾지 않는다.

제가 부탄에서 하나님 나라를 보게 되는 것은 신성모독일까요. 만일 에스와티니의 국민들이 예수의 제자가 되어 하나님 나라를 알고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에스와티니의 목표로 삼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 결과가 부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이 제대로 하나님 나라에 대해 알고 하나님 나라 건설에 매진했다면 부탄보다 더 놓은 국민총행복지수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장 강조하신 한 가지는 바로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행하는)는 것입니다.

부탄은 불제자들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불제자로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에스와티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명목상의 그리스도인들이 아니라 예수의 제자로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살기 시작한다면 그래서 그들 가운데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면 에스와니티 역시 부탄과 마찬가지로(최소한 그 이상의) 최고의 국민총행복지수를 자랑하는 아프리카의 자랑이 되었을(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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