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내가 호날두를 좋아하는 이유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식솔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가난한 엄마가 자식 중 한 명이 성공해서 어느 날 “엄마, 우리 이제 고생 끝이야!”라고 말한다면 그 엄마는 얼마나 기쁠까. 끼니때마다 많은 자식들의 배를 무엇으로 채워 줄까 고민하였을 것이니 말이다.

한 해 세계 최고 축구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Ballon d'Or)' 상을 지난 12월 8일 크리스티아노 호날두(32. 포르투칼)가 받았다. 호날두에게는 5번째이다. 또다른 유명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30. 아르헨티나)도 이 상을 최근 10년간 5번 받은 적이 있다.

1956년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 풋불>이 만든 발롱도르(프랑스어로 '황금공'이라는 뜻)는 매년 기자단 투표를 통해 세계 최고 축구선수를 선정한 뒤 파리 에펠탑에서 시상식을 갖고 상을 수여한다.

나는 메시보다 호날두 선수를 좋아하여 TV에서 그가 뛰는 경기가 나오면 할멈이 도중에 심부름 안한다고 벼락을 치든 말든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서 본다. 내가 호날두를 이처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호날두는 지도에도 없는 포루투칼 어느 작은 섬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자랐다. 그는 유럽 어느 팀의 축구선수가 된 뒤 집에 와서 "엄마 우리 이제 고생 끝이야!"라고 말했다는데, 이 말은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다. 또 그가 일가 친척까지 30여명을 육지로 데려와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여 주었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크게 감동이 일었다.

호날두는 내가 일손을 놓고 마음 편히 TV를 보기 시작한 때의 그 모습보다는 지금의 모습이 더 멋져 보인다. 특히 그는 골문 앞에서 침착성을 잃지 않고, 골 세레머니도 너무 요란하지 않은 채 그저 싱긋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같다. 자신이나 동료 선수가 실수 하였을 때도 기회는 또 온다는 모습으로 팀 주장답게 항시 덤덤하다.

호날두가 유럽 축구팀의 선수가 되었을 때는 우리 부부가 일손을 막 놓았을 무렵인데, 당시 할멈은 호날두의 성공으로 인해 가족이 끼니 걱정하지 않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도 시어머니가 지금까지 살아 계셨으면 그렇게도 먹고 싶어 하던 쇠고기를 마음껏 잡수시게 할 수 있는 데" 라고 종종 말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두 늙은이는 손자 손녀들, 그리고 그들의 남자 여자 친구들까지 총 8명으로부터 세배를 받고 세배돈을 나눠 주었다.

특히 세배를 받기 전에 다섯 손자 손녀에게 작은 종이와 펜을 각자 나눠주었다. 그리고 나는 "종이에 각자 이름을 적어라. 그리고 할아버지의 질문에 답을 그 종이에 적어라. 잘 맞추면 100달러를 덤으로 주마" 하고 말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네 엄마 아빠 데리고 74년도에 이곳 올랜도에 정착금도 없이 도착하여 주 10시간 오버타임까지 합쳐 얼마의 주급을 집에 가져 왔느냐?”, "너희 아빠 엄마는 학교 무료 급식을 과연 몇 번이나 먹어 본 적 있느냐?" 같은 질문들은 숫자게임을 겸하면서 이민초기 우리 가정의 고생을 되돌아보고 현재를 감사하기 위한 것이었다.

호날두와는 비교할 성질의 것은 아니지만 되돌아보면 우리 가정도 이민생활에서 성공한 셈이다. 손자 손녀들에게 이민 초기의 고생을 알려주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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