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80년대 썰렁개그 퀴즈.

 

문 : 김씨를 이씨로 불렀다. 무슨 죄가 될까?

답 : 성희롱

 

문 : 남의집 문패를 발로 밟았다. 무슨 죄가 될까?

답 : 성폭행

 

한자(韓字)를 아는 독자라면 금세 이해했을 것이다. 위에 언급한 ‘성’은 ‘性’이 아니라 ‘姓’이다. 남의 성을 바꿨으니 성을 희롱한 것이요, 남의 이름이 쓰인 문패를 밟았으니 성폭행이라는거다.

 

썰렁 개그이지만 내 기억으로는 1980년 동양방송(TBC) 주최 대학개그제에서 한 참가자가 공개리에 사람들을 웃긴 내용이다. 요즘 이런 농담을 하면 단박에 ‘아재 개그’라고 야유를 받겠지만.

 

개그 말고 진짜 성희롱 이야기를 해보자. 근자에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아주 많이 들린다. 왜일까. 성범죄가 많아서일까. 인구가 많아진만큼 범죄도 물론 늘어났을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일수도 있다. 요즘 성범죄이야기들이 차고 넘치는 까닭은 과거엔 관행적으로, 암묵적으로 대충 넘기던 일들이 심각한 범죄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대중이 전반적인 의식의 상향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말이 나온 김에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성폭력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성희롱은 신체적인 접촉이 전혀 없이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성추행은 신체적으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성폭행의 경우, 물리적인 폭력행사와 함께 성관계를 목적으로 한 행위이다. 성폭력은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물리적이든 아니든 성적인 가해행위가 있다면 모두 해당된다.

 

요즘엔 과도한 성추행도 성폭행의 범주로 들어가는 추세이다. 성관계나 유사 성관계 행위에 이르지 않아도 정도에 따라 성폭행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 단죄(斷罪)에 있어서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남성 중심의 철옹성같은 마초의식이 얼마나 굳건한지는 이번 서지현 검사의 충격적인 성추행 피해 고백으로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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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캡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계기에 대해 서지현 검사는 “가해자가 간증을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검사는 지난해 검찰 간부들에게 현금 봉투를 건넨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검찰에서 면직된 장본인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나름대로 깨끗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오면서…좋은 평가를 받았고…주변 사람들은 너무 억울하겠다며 같이 분해하기도 하고 위로해주셨다..저와 가족들은 극심한 고통에 하루하루 괴로워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지만 시련을 통해 신앙이 더 깊어졌다..죄 많은 저에게 이처럼 큰 은혜를 경험하게 해주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린다”고 간증했다.

 

서지현 검사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 된다는 말을 전해 드리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나에게 관대하면서 남에게 엄격한 ’내로남불‘은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고질적인 병폐이다. 누구보다 사회정의에 앞장서야 할 검사들이 검찰 내 조직에서 시정잡배(市井雜輩)만도 못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데 언감생심, 누가 누구를 응징하는가.

 

아무리 고쳐보려 해도 나와 조직이 모순된 관점과 태도를 갖고 있다면 근본 개혁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나와 조직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면, 얼마든지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이 우리 사회내에 팽배한 마초근성을 뿌리뽑는데 크게 기여(寄與) 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와 남 앞에 당당한 검찰은 여하한 종류의 성범죄들도 성역없이 과감하게 단죄할 수 있을 것이다.

 

먼 훗날 대한민국 검찰이 오늘의 논의를 깃점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고 기술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대관절 주취감경이라니

 

사족(蛇足)이다. 검사의 구형이나 판사의 선고시 범행 당시 술에 취했다거나, 본인이 반성하고 있다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거나 할때 형을 줄여주는 것을 흔히 본다. 그러나 여성이나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범죄는 어떤 이유로든 선처(善處)라는게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술에 취했다고 형량을 줄여주는 관행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술에 취해서 범행을 충동적으로(?) 저질렀다면 되레 미필적고의로 가중처벌을 해야 온당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법부는 술에 취했다고 형을 줄여주는 이른바 ‘주취감경(酒醉減輕)’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온 국민이 분노한 ‘조두순 사건’도 그렇다. 2008년 8살 여아를 성폭행해 장기까지 손상시켜 평생 지울수 없는 멍에를 안긴 조두순은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12년형에 그쳤다. 그 조두순이 2020년 만기출소한다. 이때문에 주취감경을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하자, 조국 민정수석이 “주취감경은 폐지가 어렵다. 해당 조항은 음주로 인한 감경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반적인 감경사항에 관한 규정이라 삭제에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돼 음주 성범죄에는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성범죄를 제외한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일괄적으로 ‘주취감경’을 적용하지 않는 문제는 입법부의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말인즉, 음주 성범죄는 사안에 따라 주취감경을 배제할 수도 있지만 심신미약 감경이 형법상 대원칙중 하나이므로 음주만 제외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법전문가들이 난색(難色)을 표하는 주취감경의 근거는 무엇일까. 형법 10조에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분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심신상실), 미약한(심신미약)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는 규정이다. 음주로 인해 일종의 심신미약이 되므로 형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라고? 대관절 남이 술을 강제로 먹였나? 누가 속여서 마시게 했나? 그런 희귀한 케이스라면 당연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술먹고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음주행위를 미필적(未畢的) 고의(故意)로 판단해 더욱 엄한 벌을 줘야 맞는게 아닌가. 도대체 왜 음주를 주취경감에서 배제하는데 신중해야 하나. 주취감경 없애면 술이 덜 팔려 경제에 악영향이라도 준다는걸까.

 

그토록 주취감경을 싸고 돌면서 음주운전을 가중처벌 하는 것은 도무지 요령부득(要領不得)이다. 음주로 심신미약이 됐으니 사람을 죽여도 선처해야 앞뒤가 맞지 않나? 얼마전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종로여관 방화살인사건도 그렇다. 범인이 술에 취해 불을 질렀다. 심신미약이니 판사가 주취감경을 해줘도 절대 놀라면 안될 것 같다.

 

음주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아래 중앙일보 기사(1월 24일)를 잠깐 보자.

 

<대검찰청이 집계한 2016년 총 948건의 살인 범죄 중 45.3%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음주 방화를 저지른 경우도 2013년 46.7%, 2014년 47.0%, 2015년 45.4%로 매년 전체 방화 사건 절반에 가까웠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영국은 스스로 만취해 저지른 범행은 원칙적으로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로 마신 술이 강력범죄로 이어진 경우 오히려 가중처벌하는 것이 국민 법 감정에도 타당하다”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서지현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이도 언론을 통해 ‘술을 마신 상태라 기억에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죄드린다’고 뻔한 답안(?)을 제출했다.

 

진짜 답은 간단하다. 모든 범죄에 술이 수반(隨伴)되었다면 가중처벌하도록 하도록 법을 개정하라. 주취감경이 아니라 음주범죄는 형을 더 늘려 ‘주취증경(酒醉增更)’을 하라는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범죄에 술 핑계는 대는 악습은 싹 사라질테고 술로 인한 충동 범죄 또한 대폭 감경될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소곤이의 세상뒷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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