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순리대로 살아가는 칠곡 할매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내가 그동안 돈 주고 사 모은 책 중에 쪽수도 작고 크기도 제일 작은 책이 ‘시가 뭐고?’ 라는 책이다. 그리고 한 달 가까이 작은 책자와 씨름한 것도 처음이다.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면서 ‘세상에 이렇게 순박하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할매들이 있었나’ 생각하며 또 펜을 들었다.

칠곡할매들에게 한글을 가리킨 선생님은 할매들이 “시가 뭐고?”라고 질문 하였을 때 무엇이라고 답했을까 상상을 해 보았다. 아마도 젊은 여자 선생은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느낀 것을 간단 간단하게 우리가 배운 한글로 종이위에 써 내려가면 돼요.’ 그리고 모든 사물에 대하여 일어나는 정서, 감흥, 상상, 사상들을 운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하였을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시에 관심이 없었다. 우리 조상님들 중 권력 있고 재력 있는 분들의 자제들이 기름진 음식과 술을 머슴에게 등짐 지우고 젊은 기생들 데리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다니며 한시나 짓고 읊었던 모습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시가 뭐고?’에서 ‘고마운 한글 공부’라는 제목의 시 하나를 소개해 본다

택배 주소도 쓸 줄 몰라 / 우체국 여직원 손 빌렸다. / 용기 내어 내 손으로 / 주소를 써 갔더니 / 여직원 둘이서 의아한 표정

나도 한글 공부와 관련해 진한 추억이 있다. 어린 시절에 일본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온 후 어깨 너머로 배운 한글 실력으로 부평 서초등학교에 4학년으로 편입했다. 1학기에는 반에서 꼴등을 했다. 그렇지만 한글 실력이 늘면서 2학기에는 반 2등을 했다.

89명의 칠곡 할매들의 시는 내 짧은 식견으로 보아도 조금도 꾸밈이 없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마음 속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던 자신만의 생각을 짧은 글 실력으로 표한하려 했다.

그들의 시가 순수해 보이는 것은 오직 한 평생 순리대로 살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할매들이 순리대로 살았다는 말은 그녀들이 모든 도리에 순종하고 살았다는 뜻일 게다. 못 배웠으면 못 배운대로 누구 원망 않고 평생을 자신들에게 주어진 땅만 일구고 살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들의 용기가 감탄스럽다.

그들 촌노는 처참한 보리고개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하였을 것이다. 지금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그들의 노고를 잊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시가 뭐고?’를 읽으며 떠오르는 말이 있다. 새마을 운동의 살아있는 전설 하사옹 농부가 하신 말씀이다. 그는 고 정주영 회장에게 ‘빚 없는 내가 최고의 부자다’라고 당당히 말한 분이다.

칠곡할매들도 땅과 호흡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살았을 것이니 다들 부자일 것이다. 이들의 시를 읽으면 나의 땀어린 이민생활도 값진 것으로 여겨져 덩달아 삶의 보람이 느껴진다.

나는 법정 스님의 작은 책자 ‘무소유’를 항시 내 침대 머리 맡에 두고 있지만, 아마도 ‘시가 뭐고?’도 함께 두게 될 것 같다. 칠곡할매들 감사하오.

  • |
  1. song.jpg (File Size:17.2KB/Download:15)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민족사 최고의 부강번영이 보인다 file

    오인동의 ‘밖에서 그려보는 통일조국’ (3)       Newsroh=오인동 칼럼니스트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는 독일 통일의 경우는 우리 조국과는 전혀 다르다. 동서독 경제 차이가 1 대 3-4배 정도였는데 서독은 17년 동안 동독과 경제교류/지원 하던 중 단번에 통일했다.   ...

    민족사 최고의 부강번영이 보인다
  • 내 손끝을 떨리게 한 그사람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오늘 새벽 스쿨버스 운행을 마치고 항소심(抗訴審) 재판을 맡아주기로 한 민변에 제출 할 ‘변호인 선임서’ 영사 인증을 위해 보스턴 총영사관에 다녀왔습니다.   영사관에 들어서는 순간 알 수 없는 두근거림에 잠시 손끝이 떨렸습...

    내 손끝을 떨리게 한 그사람
  • 창백한 도시 아슈하바트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8-6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고르간은 엘부르즈 산맥 북동쪽 기슭에 고르간 평야를 끼고 있다. 그러나 이 평야는 곧 황량한 사막(沙漠)으로 바뀐다. 구름 한 점 없는 사막의 지평선 끝은 황사먼지로 뿌옇게 지워...

    창백한 도시 아슈하바트
  • 미국트럭 vs 유럽트럭 vs 한국트럭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왜 미국 트럭은 유럽 트럭과 모양이 다를까?   현재 대부분 미국 트럭은 엔진이 앞으로 나온 일명 긴코 (Long Nose) 스타일이다. 반면 유럽 트럭은 엔진이 운전석 밑으로 들어간 캡오버 (Cabover) 스타일이다. 후드(hood)가 있고 없고의...

    미국트럭 vs 유럽트럭 vs 한국트럭
  • 대리석 사람

    <시선> 호월(온랜도 거주 금관시인) 돌 속에서 백만 년의 깊은 잠에서 깨어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이불과 옷은 벗고 망토만 걸친 채 몇백 년을 버티고 있다 세상은 춥다    

    대리석 사람
  • 중국 장가계의 잊지 못할 장관

    장가계와 천문산 잇는 케이블카 길이만 7.8km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중국의 여러 관광지를 둘러본 저는 장가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체류기간이 길다 보니 한국에서 체류 기간을 연장하던지 아...

    중국 장가계의 잊지 못할 장관
  • 공부 외에 꼭 필요한 기술(4)

    직업 윤리는 학점 못지 않게 중요한 능력 (워싱턴=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대학생들이 학교에서 전공 과목 외에 과외로 습득해두어야 할 기술들 중에 오늘은 직업을 구할 때 필요하게 될 기술에 대하여 언급하려고 한다. 대학에 가게 되면 거의 모...

    공부 외에 꼭 필요한 기술(4)
  • "시가 뭐고?" file

    [이민생활이야기] 순리대로 살아가는 칠곡 할매들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내가 그동안 돈 주고 사 모은 책 중에 쪽수도 작고 크기도 제일 작은 책이 ‘시가 뭐고?’ 라는 책이다. 그리고 한 달 가까이 작은 책자와 씨름한 것도 처음이다. 읽고 또 읽고를 반...

    "시가 뭐고?"
  • 제 각각 이민법 용어, 알고나 사용하자 file

    [이민법] 노동허가증, 노동증명서, 취업승인서, 취업허가증...뭐가 맞지?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최정희 기자 = 이민법을 이해할 때 혼란을 던져주는 것 중 하나가 다양한 이민 용어이다. 영어로 된 이민법 용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여러가지로 해석되어 질 수 있기 ...

    제 각각 이민법 용어, 알고나 사용하자
  • 마침내 합격..대망의 트럭커 file

    빗속의 연습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후 6시인줄 알았던 연습시간이 오전 6시였다. 씻지도 않고 달려가 연습을 했다. 직선 후진, 평행 주차, 오프셋 후진을 간간이 복습하며 연습을 거의 못 했던 Alley Dock 위주로 했다. 이제 조금 감이 잡히지만 완벽하지...

    마침내 합격..대망의 트럭커
  • 외계의 결혼 file

    별나라 형제들 이야기 (41-42)     Newsroh=박종택 칼럼니스트     사람: 그렇다면 결혼이란 개념, 혹은 결혼 제도는 당신네 행성에는 없는가?   바샤: 당신들과 같은 의식화된 결혼은 없다. 우리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고, 그런 행위를 보증할 어떤 것이 필요하다...

    외계의 결혼
  • 북미회담 성사는 김정은의 승리, 트럼프의 양보

    [시류청론] 북미관계 정상화 시간문제…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있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면담 후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하면서 ‘종전선언’도 미리 ...

    북미회담 성사는 김정은의 승리, 트럼프의 양보
  • 이란에서 즐긴 ‘강남스타일’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6-67 테헤란 나이트(Teheran night)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이제 길 떠나온 지도 6개월이 지났다. 이때쯤이면 고향과 가족, 친구들을 향한 지독한 향수(鄕愁)가 묵은지처럼 곰삭아간다. 카스피 해의 파도는 이렇게 ...

    이란에서 즐긴 ‘강남스타일’
  • 중국 뷔페와 Nathan의 과거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긴 하루였다. 아침에 치른 프리트립 연습은 98점이 나왔다. 10시간 휴식 제한이 풀리는 아침 8시를 기해 출발했다. 길이 눈에 익다 싶었는데 지난 번에 갔던 길이다. 꼬불꼬불 마을길을 지나가며 좁고 긴 다리까지 건너는 켄터키와 미주...

    중국 뷔페와 Nathan의 과거
  • ‘비핵화하면 북한의 번영을 약속한다고?’ file

    미국의 오만과 위선     Newsroh=소곤이 칼럼니스트     장면 1   5월 1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은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북한은 평화와 번영으로 가득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하면 북한의 번영을 약속한다고?’
  • 이란인의 자존 ‘거벨 나더레’ file

    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64-65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멋지지 않아, 친구야! 파도소리 웅성거리는 카스피 해 연안을 따라 야자수 나무, 오렌지 나무 가로수 거리를 달리며 낯선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에 도취(陶醉)해보는 것이! 낯설고, 신비...

    이란인의 자존 ‘거벨 나더레’
  • 노련한 트럭커들은 시간관리를 잘한다 file

    모의고사 합격과 페이스북 자동번역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아침에 일어나 Pre-trip inspection 실전 테스트를 했다. 교재를 보지 않고, Nathan이 실제 시험관처럼 채점을 하며 전체 인스펙션을 진행했다. 3개를 놓치고 지나갔다. Nathan 말로는 엑설런트한 ...

    노련한 트럭커들은 시간관리를 잘한다
  • ‘조국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아버지 장준하 file

    ‘통일은 피눈물나는 청산과정부터’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아버지께서는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박정희가 발표한 <6.23 평화통일에 대한 외교전략>에 대하여 <민족외교의 나아 갈 길>을 ‘씨알의 소리’ 1973년 11월호에 발표하시면서 민족활로를 개척...

    ‘조국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아버지 장준하
  • [특별기고] 풀뿌리 운동, 한인 정치력 신장의 지름길

    [특별기고] 풀뿌리 운동, 한인 정치력 신장의 지름길 오원성_달라스 한인회 부회장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나를 놀라게 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학교 등교길에 남녀 초등학생 5, 6명이 그룹지어 가끔 빵을 사러 들리곤 했는데, 그 중에 흑인 여학생이 끼어 있...

    [특별기고] 풀뿌리 운동, 한인 정치력 신장의 지름길
  • 타인을 향한 기도 file

    [호산나 칼럼] 서 로벨또 신부의 기도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주여, 나날이 내 자신을 잊으면서 살도록 하여 주소서, 당신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할 때에도 나의 기도는 "타인"이 되도록 도와주소서. 주여, 내가 모든 일에서 진지하고 진실 되...

    타인을 향한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