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30살 먹은 자식을 내 보낸 미국 부모의 심정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 = 미국에는 어머니날, 아버지날 그리고 어버이날(Parents Day, 올해는 7월 22일)이 있다. 물론 지정 공휴일이나 준공휴일이 아니고 언제나 일요일이다.

나의 많은 미국 친구들 중에는 이 땅에 부모날이 있는 지도 모르고 사는 이들도 있다. 사실 나도 미국에 어버이날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일손을 놓고 나서다. 더구나 어버이날은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기에 제정되어 역사가 길지 않으니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달은 한국이나 미국에서 부모에게 감사를 표하는 마음들이 넘쳤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하는 이들은 여전히 있었다.

최근 이곳 지방 TV방송에 30살 먹은 자식을 부모의 집에서 강제 퇴거시키려 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부모는 전형적인 백인 중산층 노부부였다. 30살 먹은 남자는 긴 머리에 긴 수염을 기른 모습이 마치 우리가 이민 초기 많이 보았던 히피족 같은 모습이었다. 자식은 결국 형편없는 중고차에 자기 짐을 싣고 떠났다. 부모는 부끄러웠던지 취재차 찾아간 기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 어버이날에 어느 방송국에서 무료 급식소에서 점심 한끼를 해결하고 나오는 한 늙은이를 붙잡고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인터뷰에 응한 늙은 남자는 자식들에게 사업자금으로 다 나눠주고 빈 털털이가 됐으나 자식들은 전화도 받지 않고 얼굴 한 번 보러 오지도 않는다고 탄식을 한다. 그는 자식들이 잘 살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이렇게 죽을 날을 기다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떠나온 조국보다 이곳에서 살아온 날이 더 많고 이웃의 삶이 바로 나의 삶이란 생각이 들다보니 자식을 강제로 퇴거시킨 미국 부모에 마음이 더 간다. 성인이 되고도 10년 넘게 사지 멀쩡한 몸으로 부모 덕을 보고 사는 자식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하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특히 부모가 만석꾼도 아니고 겨우 은퇴연금으로 생활하는 늙은 부모라면 말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조용할 날 없더라' 라는 노래 가사 같이, 나도 나무가지가 좀 많은 편이니 조용한 날이 없을 때도 있었다. 이민 초기에 자식 때문에 어렵던 고비도 잘 넘기고 견디어 냈다.

방송국 기자가 노크를 하여도 응답을 하지않는 부모의 심정을 나같이 자식들이 많은 사람은 그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나는 자식을 법으로 쫓아낸 부모가 현명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어느 책에서 짐승들이 새끼가 자라 스스로 먹이 사냥을 할 수 있으면 애미는 냉정하게 새끼들을 둥지에서 쫓아 낸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 조상님들은 농사중에 가장 힘들고 중요한 농사는 자식 농사라고 하였다. 그런가 하면 자식이 원수다. 혹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다.

이곳 백인 노부부는 우리 조상님의 말씀을 입 속에서 중얼 거리지 않았을까. '농사중에 제일 힘든 게 자식 농사여!'

근래 읽은 칠곡 할매들의 시에는 자식농사 잘못 지었다는 탄식소리가 단 한줄도 등장하지 않았다. 나는 이럴때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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