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학생 돕는 자녀 되도록 부모가 힘쓰라

(워싱턴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필자가 전에 아이 학교에서 무숙자 돕기 캠페인으로 걷기 대회를 해서 자원 봉사자로 중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행사를 돕느라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학교 식당 한 켠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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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젤라 김
 
끼리 끼리 모여 점심을 먹는 아이들, 먹는 데는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 깔깔대며 장난치는 아이들, 캠페인 준비에 왔다 갔다 하는 아이들, 그 가운데 눈에 띄게 어두운 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한 동양 여자 아이가 주위에 아무도 앉지 않은 채 혼자서 집에서 싸온 음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한 입 먹고 허공을 처다 보고, 또 한 입 먹고 허공을 처다 보고 그 일을 반복하며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힐끔 힐끔 쳐다보고 있는데 두 세 명의 백인 여학생들이 몰려오더니 뭐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젓고 그 여학생들은 곧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한 시간 동안 목격한 일로 어떤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고 또 상담을 부탁해오는 부모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 주위에 그렇게 혼자인 학생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에 늘 혼자 따로 밥을 먹는 아이들, 교실에서도 한 번도 누구와 말을 한 적이 없는 그런 학생들, 방과 후에도 혼자 학교를 나서는 아이들. 그런 학생들을 누군가 도와야 합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속감을 느끼도록 도와줄 수 있는 자녀를 길러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서로의 사고나 견해를 마음을 열고 듣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우리 자녀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은 자기의 견해나 법칙들을 다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고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할 줄 아는 법을 배우라는 것입니다.

이 때 중요한 부모의 역할은 그런 모범이 되는 것이요 차이점을 받아들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녀들과 자주 대화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이러 저러한 이상한 아이가 있다고 와서 수근 대는 자녀에게 그런 아이도 다 사정이 있을 것이고, 좀 다르다고 멀리할 필요가 없으며, 겉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지 배울 기회를 막는 것이라고 잘 타이르는 부모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친한 사람들, 늘 어울리는 사람들과 만 만나는 데서 좀 벗어나서 주위에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가고 꽃이라도 가져가고 카드 한 장 써 보내거나 먼저 말을 걸고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십대 자녀가 집에 들어오면 오늘 뭐 배웠어, 시험 성적은 얼마 받았어 하는 질문으로만 일관하지 마시고 외로운 십대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언급하며 주위에 늘 혼자인 것 같아 보이는 친구는 없는지, 그런 친구를 도와줄 수 있는 무슨 방법은 없는지 함께 이야기 하며 자녀가 그런 문제를 늘 의식하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보면, 이민으로든 유학으로든 한국에서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학생이 주위에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 학생들은 언어나 미국 문화, 학교 생활 등, 모든 면에서 낯설기 때문에, 그리고 아는 친구도 당장 없기 때문에 외로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학교 생활 잘 하고 있는 자녀들도 있을 것이지만 본인도 몇 년 전에 비슷한 모습으로 힘들어 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제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그런 자녀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그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돕는 것은 참으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일 것입니다.

자녀분들이 쓰는 말 중에서 트윙키(겉 모습은 노란 아시아인이지만 속은 미국 사람이라는 뜻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코리안 어메리칸을 빗대서 겉에는 노랗고 속은 하얀 빵 이름인 트윙키라고 부릅니다)와 FOB(쩟 내지는 팝-Fresh Out of Boat: 방금 배에서 내렸다는 의미로 한국에서 갖 미국에 온 아이들을 부르는 이름) 이 있습니다만, 이런 이름으로 구분 지으며 차별 할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한국인으로서 어려운 부분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학교에 전학 온지 얼마 안 되는 친구는 없는지, 그런 친구한테 먼저 가서 말을 걸고 도와줄 일은 없는지 물을 수 있는 친구가 되도록 늘 자녀와의 대화를 이끌어 가시기 바랍니다. 학교에 있는 장애인 친구는 더 말할 나위도 없겠지요.

장애인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놀아 주는 Buddy Program같은 것도 참여해서 늘 접하는 세계에서 좀 벗어나 장애인인 사람들은 어떻게 우리와 다른지,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태어난 육신을 가지고 그들을 도울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자녀로 키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엔젤라 유학/교육 컨설팅, angelagro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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