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21-122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42658408_1794955403936059_5096121255258488832_n.jpg

 


떠나있어도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 찬바람이 불면 더 사무치게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 오지(奧地)보다도 더 오지 같은 곳,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달려왔어도 쉽게 범접(犯接)할 수 없는 곳이 있다. 탐험심 많은 이조차도 한국인기기 때문에 엄두도 못내는 곳이 있다. 몽환의 세계처럼 지척에 있어도 갈 수 없는 곳, 대를 이어서 그리워지는 곳이 있다. 가보지 않은 곳 그러나 꼭 가야만 하는 곳이 있다. 역사에 많이 등장하는 강이지만 잘 모르는 강 요하를 건너면서 아버지의 고향과 아버지의 타향살이, 아버지의 그리움을 떠올렸다.

 

만날 수 없는 것들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이루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절절한지, 가지 못하는 고향이 얼마나 아름답고 절절한지! 할머니와 아버지는 육신의 탈을 벗어버리고서 기어이 그곳에 가 있을 것이다. 갈대밭에서 잘려나가 피리가 된 갈대 피리의 음색이 구슬픈 것은 갈대밭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한다. 근원(根源)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갈대 피리의 그리움만 못할쏘냐? 자기 근원에서 떨어진 모든 것은 다시 돌아갈 날만 애타게 기다리느니, 갈대피리 소리에도 사람들이 함께 흐느끼는데 내 슬픈 달리기에 어찌 눈물 훔치기 않고 바라만 볼 건가?

 

갈대밭이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져있다. 요하의 소택지다. 내몽골 사막에서 흘러내리는 유사(流砂)로 인해 소택지가 형성된 것이다. 요하를 기준으로 서쪽을 요서, 동쪽을 요동이라 하는데 요동반도는 압록강 하구 단동(丹東)에서 요하 하구에 이르는 축을 북쪽 한계로 하고 황해와 발해를 끼고 있는 반도를 말한다. 당나라 초까지 이 지역은 갈대만 우거진 요택의 진펄로 말과 마차가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당태종이 고구려를 침공했을 때 부교와 다리를 설치하여 요택을 건넜고 19세기 말쯤 요하로 흘러드는 퇴적물이 충적되어 비로소 대륙과 연결되었다고 한다.

 

갈대는 사람을 가장 닮은 자연 속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을 생각하는 갈대라 했던가. 파스칼은 단지 생각하는 갈대라고만 표현했지만 여기 신경림의 ‘갈대’라는 시 한편을 같이 읽어보자.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42823306_1794954717269461_2614282456328568832_n.jpg

 

 

파도가 울 듯이 쑥쑥 자란 큰 키에 무성하고 억센 잎의 갈대도 운다. 서걱서걱 흔들리면서 운다. 이렇게 바다와 같이 끝없이 펼쳐진 수많은 갈대의 울음소리도 흔들리며 달리는 내 울음소리를 덮지는 못했다. 이렇게 먼 길을 달려와서 아버지의 고향, 할아버지의 산소, 내 근원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찾아 왔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머지 반쪽의 나의 조국은 정녕 몽환(夢幻)의 세계처럼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베이징에 거의 다 올 때쯤이면 이미 내 손에는 입북허가서가 들려져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베이징을 지나고 산해관도 지나고 판진(盘锦)에 도착하도록 아무 소식이 없다. 더군다나 출발할 당시와 상황이 바뀌어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이미 우리끼리 종전협정, 평화협정 다 맺은 거와 다름없는 상황에서 나의 입북 문제가 아직 결정이 안 난 것이 마음에 걸렸다. 1만 4천km를 달려왔는데 신의주를 거쳐 평양을 지나 판문점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이제 달리는 것보다 무언가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진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센양(瀋陽)에 있는 북 영사관으로 가기로 맘을 먹었다.

베이징에 있을 때 북한식당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꼭 가서 무언가 조금을 다를 것 같은 우리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 한 핏줄이지만 또 무언가 다를 것 같은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과 말을 섞어보고 싶었다. 식당 앞에는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이 나와서 손님을 맞고 있었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식당은 텅 비어 있었다. 홀 한쪽에 무대가 설치되어 드럼과 악기가 을씨년스럽게 놓여있었다. 정면의 대형 TV에서는 북한방송이 나왔는데 생산현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같았다. 주문을 받으러 여종업원이 메뉴를 가지고 와서 “남쪽에서 오셨습네까?” “비지니스로 오셨습네까? 여행으로 오셨습네까?” 싹싹하게 물으며 관심을 표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 북 영사관에 들고 가려고 가져온 내 홍보책자를 보여주며 나는 “남북통일을 위하여 작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출발하여 달려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북한을 통과하여 판문점을 통하여 남으로 내려가려고요.”하고 답하니 주위의 종업원들 네댓 명이 눈이 땡그래지더니 내 주위로 몰려든다.

 

“아가씨는 고향이 어디에요?” “우리들은 다 고향이 평양입네다. 평양에서 상업 대학교에 다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은 이렇게 외국에 나와서 실습을 합네다.” “보통 몇 년 정도 있어요?” “5년 정도 있습네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문을 했다. 주문을 받고도 이야기가 흥미가 있는지 바로 움직이지 않으니 연장자나 매니저쯤 돼 보이는 종업원이 “날래날래 주문 올리라!”하고 말하니 그때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날래날래’라는 말은 어렸을 때 집안에서 자주 듣던 단어이다. 밖에서는 들을 수 없는 우리 집에서만 사용하는 단어였다. 나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단어이다.

 

갈비 1인분, 모듬회, 그리고 운전기사는 냉면을 시켰다. 내일은 달리기를 안 해도 되니 거기에 평양소주를 더했다. 상을 차리면서 “대부분의 재료는 조국에서 직접 가져다 요리합네다” 하고 설명한다. 김을 가리키며 김도 북조선에서 가져오냐고 물었더니 김은 현지 것이라고 한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김은 중국에서 안 만든다. 일단 김치 맛이 우리네 일상의 밥상에서 늘 먹던 그 맛이다.

 

아버지의 고향 송림시에 대하여 물어보니 아무도 모른다. 평양에 바로 인접한 도시인데도 모른다. “평양시 안에는 손바닥 보듯이 다 알아도 외곽은 잘모릅네다.” 평양소주는 희석식 소주라 맛이 개운했지만 가격이 우리 돈으로 5만 5천원이나 하니 소주 값으로 큰돈을 쓴 셈이 되었다. 중국에 들어와서 넉 달이 넘는 동안 말 통하는 사람이 없어서 답답하고 외로웠는데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정겹게 가까이 와서 말동무를 해주니 기분이 들떴다. 거기다 나는 오랜만에 소주까지 한잔 했다. 1년 넘게 유지해오던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기분 좋게 많은 말을 했다. 두 아가씨가 나올 때 문 앞까지 배웅 나와 인사를 하는데 내일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42809494_1794954843936115_2370575364729602048_n.jpg

 

 

다음날 아침 일찍 북영사관으로 갔다. 인공기(人共旗)가 휘날리는 철조망이 쳐진 건물이 보였는데 중국 경비병이 구석마다 한 명씩 경비를 서고 있을 뿐 썰렁했다. 다가가서 입북허가서를 받으러 왔다고 하니 초청장을 보자고 한다. 초청장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선족 운전기사가 나의 홍보책자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니 10시 반에 다시 오면 안의 사람을 나오라고 해서 만나게는 해준다고 한다. 반은 성공이었다. 초청장이 없으면 십중팔구 문전박대(門前薄待) 받는다는 것을 알고 왔다. 알지만 뭐라도 해보겠다는 심정으로 왔다.

 

발걸음을 옮겨 우리 영사관으로 갔다. 같은 골목에 있었다. 그 골목에 6개국 영사관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은 아침부터 한국비자를 받겠다고 온 사람들로 북적였고 지나가는 동안 여러 명의 비자 브로커가 잡는다. 한국의 영사가 반갑게 나와 맞는다. 심양에서 있을 내 환영행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나 입북문제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북영사관 앞은 계속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인다. 다행히 아까 그 경비병이다. 안으로 인터폰으로 통화를 하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조금 있더니 여자가 굳은 얼굴로 나와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꼭 북한을 통과해서 판문점으로 넘어가야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무뚝뚝한 말투로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들어간다. 이번엔 중년의 남성이 역시 굳은 얼굴로 나와 다시 설명을 하니 초청장을 가져왔냐고 묻는다. 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 통일부장관도 북측에 내 이야기를 전달하였고 민화협에서도 내 이야기를 전달했는데 이제 단둥(丹東)에 다와 가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서 답답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철문을 열더니 잠시 들어오라고 한다.

 

앞마당에는 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천지에서 손을 맞잡은 사진이 크게 붙어있었다. 그는 위로부터 전달받은 게 없고 초청장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한다. 초청장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 알고 왔는데 나는 평양을 거쳐 판문점으로 남북통일을 위해서 뛰어가려고 작년 9월부터 무려 13달이나 달려왔는데 여기서 내 조국을 달리지 못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냐고 호소했다. 지시 받은 사항이 없지만 여기서 역으로 외무성에 보고할 수는 있지 않느냐고 반문을 했다.

 

이제 그가 조금 얼굴표정이 부드러워지더니 내 신분증을 보자고 하며 인적사항을 메모한다. “알갔습니다. 위에 보고는 해보겠습니다.” “이 야호!” 대성공이다. 일단 내가 하루 달리기를 멈추고 온 보람은 있었다. 나는 들고 간 내 홍보 책자와 재외동포 회장이 써준 추천서를 놓고 왔다. 여러 사람들이 내 입북 문제로 여러 방면으로 애를 쓰지만 지금 남북문제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서 제대로 전달이 안 됐거나 전달이 됐더라도 그쪽의 손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다음날 평마사 상임대표 이장희 교수님에게 베이징의 북측 민화협에서 내 인적사항 조회 의뢰가 왔다고 한다. 아주 좋은 징조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퍼스트 펭귄(First Penguin)이 되련다

 

43345236_1804174263014173_1048536400401530880_n.jpg

 


펭귄은 휴식을 취할 때 바다 밖으로 나온다. 얼음 위에서 한참 휴식을 취하고 놀다가 보면 다시 배가 고파진다. 펭귄의 무리들은 뒤뚱뒤뚱 줄을 서서 바다로 걸어간다. 바다가 바로 코앞에 펼쳐지는 순간 펭귄들은 멈칫한다. 바다 속에는 물고기가 많아 금방 배를 채울 수 있지만 자신들을 노리는 범고래, 상어, 바다표범, 물개 등 천적(天敵)들도 많기 때문이다. 바다는 먹이를 구하기 위한 멋진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는 공포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럴 때 한 마리 펭귄이 먼저 바다에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도 두려움을 이기고 잇따라 뛰어든다. 처음으로 물속으로 뛰어든 펭귄은 누구보다도 배가 고팠다. 누구보다도 간절해서 용기를 갖고 먼저 물속으로 뛰어든 펭귄은 누구보다도 더 많은 물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때 가장 먼저 바다에 뛰어들어 다른 펭귄들도 뒤따라 뛰어들도록 이끄는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한다.

 

긴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그 바닷속과 같은 불확실성을 우유성(偶有性)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감한 퍼스트 펭귄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일에 처음으로 뛰어드는 일은 생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항상 위험이 없는 것을 확인한 다음 재빨리 2등으로 출발해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침내 1등까지 앞지른 2등 전략이 언제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사회였다. 언제나 눈치 보기와 비굴한 처신을 하며 오로지 시험을 잘 보는 머리 좋은 영악한 인간이 두각을 나타냈다.

 

과감하게 시도하는 스타트업을 선택하면 생존율이 3-5%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탈락하여 낙오자가 되면 취업을 하거나 경력을 쌓는데 치명적인 결격사유로 작용한다. 다시 역전의 기회를 잡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자본주의 무한 경쟁체재에서 젊어서 실패하는 것은 재기가 거의 불가능한 낙오자를 만들어버렸다.

 

 

43357858_1804174403014159_7741399189187198976_n.jpg

 

 

기러기 떼 지어 날고 서풍은 계절을 재촉하는 듯하지만, 백두산 호랑이 한 번 울어대면 곧 동녘 하늘이 밝아올 것이다. 지금 달리는 여기가 바로 영웅들이 수없이 싸웠던 전쟁터 만주 벌판이다. 천하가 편안한지 위태로운 지는 언제나 만주 벌판에 달려 있었다. 만주 벌판이 편안하면 나라 안이 잠잠하다. 만주의 서북방향 따싱안링(大興安嶺) 산맥과 남동방향에 백두산이 있는 장백산맥에 둘리어져 있는 곳이 '東北평야'로 발해가 있던 지역이다.

 

압록강을 건너 광활한 만주 벌판을 처음 대면하고 감격한 연암 박지원이 이곳이야말로 "통곡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외쳤다. 저 만주 벌판과 같이 한없이 드넓은 세계로 나선 해방의 기쁨은 통곡으로 밖에는 표현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당시 조선의 선비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좁은 국토를 벗어날 수 없었으며 이를 숙명(宿命)으로 알고 살았다. 그러니 휴전선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온 우리들이 얼마나 답답증에 걸려 병이 됐을까? 누구보다도 갑갑증을 느꼈던 내가 먼저 바다 속 같이 멋진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유라시아 대륙으로 뛰어들었다.

 

만주벌판을 달리면서 지나온 생을 반추(反芻)해보니 특별히 앞으로 나서서 한 일도 없었으면서 늘 경쟁에서 지는 못난이였었다. 그 못난이가 뒤뚱뒤뚱 퍼스트 펭귄이 되어 유라시아대륙을 다 달려서 이제 며칠이면 단둥에 도착한다. 압록강은 내게 빙하의 끝자락 같은 곳이다. 이제 평화와 통일의 물고기가 가득한 압록강 너머로 뛰어올라야 한다. 내가 퍼스트 펭귄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강 압록강과 임진강을 건너는 일은 가슴 벅찬 일이다.

 

 

43390242_1804174073014192_8845738918549651456_n.jpg

 

 

처음 시작할 때 나는 내가 단둥까지 무사히 도착할지 의문이었지만 압록강을 건너는 일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때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을 때가 있다. 단둥까지만 무사히 오면 압록강을 건너 뒤뚱뒤뚱 한반도를 남북으로 달리는 평화의 퍼스트 펭귄이 될 거라 확신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과 시련 속에서 달려 무수한 고난을 뚫고 여기까지 왔다. 난 훗날 젊은이들과 맥주 한잔 하며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두려워서 아무 일도 하지 못했노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일을 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이제 단둥 도착 며칠을 앞두고 서울에서 응원단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평화통일 마라톤을 함께 달리는 사람들의 모임을 줄여서 ‘평마사’라 한다. 평마사 사무총장으로 수고하는 김창준과 나와 같은 마라톤클럽의 백형식형과 전주에서 김안수씨와 경기도에서 김종익씨가 와서 동강까지 함께 달렸다. 이제부터는 조중 국경지역이라 중국공안이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달리지도 말고 구호도 외치지 말며, 더욱이 현수막은 들지 마라는 엄중한 경고가 떨어진 상태에서 눈치껏 조심하며 달렸다.

 

동강까지 달리고 마지막 단둥 철교까지 한 구간을 남겨놓고 심양, 푸순 환영문화제에 참가하려 심양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송인엽, 박민서, 연상흠씨 등을 만나서 다음날 일찍 푸순의 교포가 운영하는 신안 민속촌으로 이동하였다. 벌써 교포들로 구성된 풍물패와 동포들로 꽉 차 있었고 입구에는 ‘환영 강명구 마라토너의 유라시아 평화의 길’이라는 현수막이 나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이곳에서 동포들의 뜨거운 환영이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였다.

 

 

 

43368946_1804174326347500_2206662413233684480_n.jpg

 

 

250여 명이 함께 김봉준 화백의 평화의 띠그림을 이어 들고 풍물패의 길맞이 행사가 이어지고 이장희 상임대표의 경과보고와 김성곤 전 의원의 축사 조선족 대표의 환영사를 해주었다. 황량한 벌판에서 뜨거운 생명력과 근면함으로 일어선 이곳의 동포들의 통일 열기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조국의 화해와 통일을 목말라 했던 동포들, 지금 조국은 둘로 갈라졌지만 이들 기억 속에서 조국은 언제나 하나였다, 조중 접경지역이라서 더 뜨겁고 간절할 지도 모른다.

 

조국의 통일은 정상들끼리 백두산 천지에서 두 손을 마주잡는다고 오지 않는다. 우리 같은 민간인들이 뜨거운 가슴으로 부둥켜 안아야 오는 것이다. 나는 다시 한 번 간절히 북녘 땅 대동강변 버드나무 아래서 세계적인 평화의 축제가 신명나게 펼쳐지기를 제안한다.

 

“남한, 북한 시민 5만 씩 재외동포와 세계시민 포함하는 약 15만이 대동강맥주와 남한 막걸리를 마시며 서로 손을 마주잡고 축제를 벌이자. 이념을 뛰어넘는 어울림 속에 마음의 분단선을 지워버리자!”

 

누구보다도 갑갑증을 느꼈던 내가 먼저 바다 속 같이 멋진 공간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할 유라시아 대륙으로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내 발걸음에 수많은 남북한 시민들, 해외동포들 세계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얹어졌기에 나는 기꺼이 퍼스트 펭귄이 되어 압록강을 뛰어 넘어 이 슬픈 강을 기쁨의 강으로 영원토록 흐르게 하고 싶다.

 

 

43531084_1804174006347532_6127983359961333760_n.jpg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gmg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북.중 두 군사강국의 공세, 미국은 당해낼 수 있을까 file

      [시류청론] SLBM 보유한 북한, 사이버전 능력도 미국 추월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4개월 전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는 등 미국이 불안과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실제행동으로 닥치고 넘어갈 것’...

    북.중 두 군사강국의 공세, 미국은 당해낼 수 있을까
  • "부모님 생존하실 때 산 제사 드려라" file

      부담없는 관광, 가족 사진찍기, 방문 등은 부모에게 큰 기쁨     (로스엔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몇 해 전에 저는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시는 한 여자분이 전화를 해주셨는데 한 모임에 참석을 해달라는 부탁을 전...

    "부모님 생존하실 때 산 제사 드려라"
  • 대학 강의 노트를 잘 활용하면 공부 수월 file

      [교육칼럼] 예습, 본수업, 복습의 도구로 삼아야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대학 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12학년들이 어떻게 마지막 학기를 보낼 것인지 그동안 여러번 칼럼에서 다루어왔지만 오늘은 이 기간을 대학에 가서 좋은 성적을 받기...

    대학 강의 노트를 잘 활용하면 공부 수월
  • ‘남북협력’ 강조한 문재인, 결심한대로 행하라! file

      [시류청론]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재선 불투명한 트럼프, 아직 길은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유튜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남북협력’ 강조한 문재인, 결심한대로 행하라!
  • 샌드위치의 처음 모습 file

      Newsroh=장호준 칼럼니스트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만들고 나니 뒤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가지런히 접시에 담겨져 있는 샌드위치 조각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잘려져 나가는 아픔이 뒤에 남아 있기에 보기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

    샌드위치의 처음 모습
  • ‘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열두 번째 편지 file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벗님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미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두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차츰 ‘창살 없는 감옥생활’에 짜증이 날만도 합니다. 많은 부작용도 생기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은 14.7%로 200...

    ‘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벗님들께 보내는 열두 번째 편지
  • 진정한 모성애는 어떤 예술보다 더 아름답다 file

      어머니는 인류가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영예를 받아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수 많은 해외동포들이 고국을 방문했지만 은퇴한 피츠버그의 미식 축구 선수였던 하인즈 워즈 만큼 감동을 남긴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진정한 모성애는 어떤 예술보다 더 아름답다
  • 합의는 섣불리 하지 마세요 file

      매매계약 합의 후 법정가는 일 없어야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뉴욕시에서 성업중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던 변호사 한 사람이 남부의 시골에 오리 사냥을 나갔습니다. 조용한 시골이라서 뉴욕 같은 대도시와는 좋은 대조를 ...

    합의는 섣불리 하지 마세요
  • 시간 관리는 모든 일의 성공에 관련 file

      시간의 주인이 되어 효율적 방법 찾아야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지난 주에는 대학 생활에 성공하기 위한 방법을 몇 가지 말씀드리는 중에 시간 관리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시간 관리에 대하여 조금 더 부연할까 합니다...

    시간 관리는 모든 일의 성공에 관련
  • 영주권 발급 일시 중단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file

      [이민법 상담] 외국 거주 및 가족 초청 이민 신청 등 60일간 적용... 비 이민비자 등은 예외   ▲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백악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영주권 발급 등 이민 프로그램을 60일간 잠정 중단한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USA Today 영상 화면 ...

    영주권 발급 일시 중단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 여름방학에도 공부 모드 유지하라 file

      독서와 글쓰기, 시간 관리 연습도 대학생활에 도움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몇 주전 칼럼에서 12학년 2학기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알차게 보낼 것인가 하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만, 12학년 이학기를 여영부영 놀면서 보내기보다 ...

    여름방학에도 공부 모드 유지하라
  • 남북관계 혼란 조장하는 공직자 처벌법 만들어야 file

      [시류청론] 탈북자발 가짜뉴스에 놀아난 극우언론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뒷배경에 2020년 5월 1일이라고 적혀있다. ⓒ조선중앙 TV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노동절인 5월 1일 ...

    남북관계 혼란 조장하는 공직자 처벌법 만들어야
  • ‘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보내는 11번째 편지 file

    더불어 사는 지혜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4월은 시인 엘리엇이 노래했던 대로 21세기에 들어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행히 4월 하순부터 뉴욕의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차츰 줄어...

    ‘코로나 지옥’ 뉴욕에서 보내는 11번째 편지
  • 美11월 대선 어떻게 이길 것인가? file

    美11월 대선 어떻게 이길 것인가?     소위 '정치 평론가'들은 누가 이길까? 맞추기 같은 배부른 논쟁을 하겠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들과 함께 하려는 단체들과 활동가들은 절대 다수의 시민들,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공동선과 정의가 승리하려면 지금 여기서 무엇을 ...

    美11월 대선 어떻게 이길 것인가?
  • 김정은 중태-사망 가짜뉴스로 망신 자초한 언론 file

      [시류청론] 총선 승리한 문재인의 대북 유화책 방해 목적?   ▲ <조선중앙 TV>를 흉내 낸 <인민조선>. 김정은 사망 가짜 영상뉴스는 2011년 당시의 김정일 사망 뉴스를 망자의 이름만 바꿔 한국 극우 유튜버들에 의해 널리 퍼졌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

    김정은 중태-사망 가짜뉴스로 망신 자초한 언론
  • 합격 통지와 함께 재정보조도 확인하라 file

      학비 보조 원한다면 연방정부 '팹사' 신청해야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가) = 지난 주에는2017년을 시작하며 12학년 학생들이 어떻게 고등학교의 마지막 학기를 지내야 할 지 일반적인 내용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오늘은 대학 지원과 관련하여 빠...

    합격 통지와 함께 재정보조도 확인하라
  • 여당에 대승 안긴 총선, 적폐청산 완료하라는 촛불의 명령 file

      [시류청론] 미.일 의존도 벗어나 남북경협 해야 경제 살린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1700만 촛불의 부름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 발족 후 처음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여당은 국회의석 5분의3(64%)을 훌쩍 넘기며 적폐 검찰, 언론, 정당 등 친일적폐 카...

    여당에 대승 안긴 총선, 적폐청산 완료하라는 촛불의 명령
  • ‘코로나19’ 인체정화해독으로 치유 file

    ‘나만의 독감한약’ 이야기     그게 아마 2008년인지 홍콩 flu pandemic (swine flu)이었을 겁니다. 그전에 SARS 로 이미 긴장이 고조 되었던 터라 저는 한의원에서 환자를 보다가 감기에 걸리면 내가 너무 불편하고 해서 이런 플루를 이길수 있는 나만의 독감약을 개발...

    ‘코로나19’ 인체정화해독으로 치유
  • “토착왜구퇴치! 감사합니다” file

    김창옥의 ‘빌라레비 훨훨’ 임정수립일에 띄우는 편지         그동안 여러 동지들의 따뜻한 환대(歡待)로 저의 사회참여는 축복(祝福)이었습니다. 동학혁명 120주년 기념의 갑오년에 저는 민족통일이 되고, 무술년(2018년)에 축제의 해가 될 것임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

    “토착왜구퇴치! 감사합니다”
  • 전쟁터같은 뉴욕입니다 file

    벗님들께 보내는 편지     Newsroh=장기풍 칼럼니스트     사랑하고 존경하는 벗님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성삼일(聖三日) 첫 날 ‘주님만찬 성 목요일’입니다. 뉴욕의 코로나 사태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고 더욱 기승을 부립니다. 쿠오모 주지사는 오늘 뉴...

    전쟁터같은 뉴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