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9)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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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로부터 뻗은 산줄기가 바다로 뻗어나간 곶과 바다가 육지로 파고든 만이 끝없이 반복되며 터키의 국기의 초승달 모양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매혹적인 곡선이 만들어낸 해변 흑해연안을 원 없이 달려본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긴 한다. 내가 사랑에 마음 졸여할 줄 안다. 푸른 물결을 사랑하고 그 물결이 파도가 되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때면 나도 이빨을 드러내고 환성을 지르고 싶기도 하다. 달리며 큰 호흡을 하면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면 무엇인가 꽉 차오르는 충만함을 가진다.

 

달리며 왼쪽을 바라보면 바다풍경은 유화(油畫)처럼 색상이 또렷하고 오른쪽을 바라보면 구름이 산허리에 걸친 산맥의 모습이 수묵화(水墨畫)의 농담(濃淡)처럼 아련하다. 흑해연안은 터키의 면적 1/6을 차지하는 산악지대이기도 하다. 태백산맥처럼 거친 산맥이 계속 이어진다. 산꼭대기, 산비탈에도 비탈진 삶들은 이어지고, 꾸밈없는 작은 삶의 풍경이 파도처럼 고랑진 얼굴에 웃음처럼 펼쳐진다. 그 옛날 산적들이 많아 산적들의 출몰을 감시하기 위해 산꼭대기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좋아하는 달과 별과 친구하기 좋아서인지 신과 가까워 기도하기 좋아서인지 이렇게 치안이 좋은 오늘날에도 내려올 줄 모르고 대를 이어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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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연안을 달려서 가는 남자와 운전을 하고 가는 남자는 하루 이동하는 거리가 같아서 그런지 흑해를 사랑하는 마음도 같다. 달려서 가는 남자는 내성적이라 흑해에 발을 담그기는커녕,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두며 마음으로 그리워하며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데, 운전을 하고 가는 남자는 오는 날부터 차도르 속 이슬람 여인의 속살처럼 그 깊고 은근한 물에 손을 씻고 발을 담그더니 며칠 전에 날씨가 25도까지 올라간 날은 밤이슬을 맞고 나가더니 아예 몸을 담갔다고 한다,

 

내 사랑은 언제나 이런 것이었다. 늘 멀리서 바라보며 애태우며 가슴앓이만 한다. 가슴에 담아둔 사랑은 오래간다. 난 아직도 첫사랑을 가슴에 안고 산다. 그 이루지 못한 사랑이 변하여 유라시아도 되고, 평화통일도 되고, 마라톤도 되고, 흑해도 되고, 이국의 낯선 여인도 되고 글쓰기도 되어 내게 끝없는 영감과 열정과 도전정신을 선사해주었으니 뭐 그리 억울할 것도 없다. 덕분에 나는 깊은 슬픔과 고뇌와 절망을 뚫고 솟아오르는 영혼의 노래를 부를 줄 알게 되었다. 절절한 아픔이 양념이 잘 배어난 묵은지처럼 곰삭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나는 나의 이런 사랑 법을 이제 와서 바꿀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송교수님이 나의 마라톤 지원차량을 운전하러 와서 나의 사랑 흑해를 나보다 더 사랑하여 운전보다는 흑해와 사랑에 빠져있는 것은 불만이지만 그동안 혼자 달리느라 가슴이 휑했는데 운전도 해주고 워낙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쉴 새 없이 말을 붙어주어 고맙기도 하고 피곤할 때는 빨리 끝내주기를 기다리다 그래도 아니면 말을 끊기도 한다. 지나가다 흑해의 전경이 바라다 보이는 리조트 호텔이 보여 송교수님이 방 하나에 2만4천원에 깎아서 들어갔다. 그는 어디를 가던 바다가 바라보이는 방을 달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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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망이 좋은 호텔식당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맥주도 한잔 시켰다. 흑해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입은 먹느라 마시느라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음식물과 맥주는 밀물처럼 안으로 흘러들었고 생각과 말은 썰물처럼 밖으로 나왔다. 가끔 들어가는 음식물과 나가는 말이 입안에서 충돌을 일으켜 밖으로 튕겨져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송교수님은 전화기를 잡고 트라브존 주지사 면담과 방송국 인터뷰를 성사시키려 여기저기 전화를 거느라 분주하다. 그는 정말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아이와 같다.

 

마라톤에서는 사랑처럼 한 걸음도 빼먹거나 건너뛸 수도 없고 누가 대신 뛰어줄 수도 없다. 그러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뛰는 발걸음은 훨씬 가볍다. 머나먼 여행길에 도반(道伴)이 있는 것만으로도 힘은 덜어진다. 가슴의 주파수만 맞추면 우리는 엄청난 에너지를 사람들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다. 지금 난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은 전투기처럼 전투력이 살아난다.

 

남자의 향기는 한 여자에게 바치는 지고지순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할 때 나는 향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남자의 향기는 땀 냄새 푹푹 풍기는 비릿한 물 좋은 생선 같은 역동적인 냄새이다. 그것은 후각적인 냄새와는 다른 것이다. 남자에게서는 마음으로 통하는 향기가 날 때가 있다. 믿음직한 냄새! 신뢰가 가는 냄새가 있다. 금방 식상하지 않고 아련하게 취해가는 아로마 향기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남자의 향기는 살만큼 살아서 세월이 덧입혀져야 제 향이 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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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소프트웨어의 시대이고 가장 소프트웨어적인 것은 사람이다. 사람 중에서도 나, 내가 가장 나다울 때 더 넓고 큰 인연을 만나 조화를 이루며 발전을 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혼란스런 일은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자신의 맛과 색깔 그리고 향기를 갖는 것은 타인을 발견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그렇게 자신과 타자가 서로의 향기에 취해서 소통을 할 때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연말연시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는 시간을 할애해서 먼길 달려와서 힘들고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후배의 짜증까지 잘 받아주는 송교수님께 이글을 통해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한다. 사랑의 고백도 할 줄 몰라 짝사랑으로 세월을 낭비하던 사람은 감사인사도 직접 전하지 못해 이렇게 글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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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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