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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7년 마녀 식별법을 담은 ‘마녀의 쇠망치’라는 책이 나오면서부터 

마녀사냥은 본격화됐다. 

도미니코 수도회 성직자 두 명이 쓴 이 책에는 

수사관들과 판사들이 마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 등이 기술됐다.

이 책은 모든 여성을 잠재적 마녀로 취급한다. 

“교회가기 싫어하는 여자는 마녀다. 

열심히 다니는 여자도 마녀일 수 있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처형당한 ‘마녀(?)’의 수가 18세기 중반까지 50만명에 달한다. 

백년전쟁의 영웅인 잔다르크마저 마녀판결을 받고 화형당했으니 

마녀사냥이 얼마나 무분별하게 행해졌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마녀사냥이 역사 밖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나 수백년이 흐른 지금도 마녀를 만들어내는 원리, 

즉 ‘마녀 프레임’은 여전히 존재한다. 

동일성과 규격화를 요구하는 사회일수록 마녀 프레임은 더욱 공고하다. 

지금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그렇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의 또 다른 이름은 ‘표적수사’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힘있는 집단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인격살인’은 물론이거니와 자살이라 불리는 ‘사회적 타살’의 피바람까지 부른다. 

한번 찍히면 피할 길이 없다.



가장 추악했던 표적수사는 이명박 정권 때 자행된 ‘노무현 죽이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옭아매기 위한 MB 정권의 ‘손보기 수사’는 

전직 대통령을 ‘사회적 타살’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뼈아픈 역사를 남겼다.



물론 정도의 문제지만, 정적을 ‘마녀 프레임’에 가두는 사정의 칼날은

대한민국 역대 정권 모두가 전가의 보도처럼 뽑아 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박근혜 정부 또한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칼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개발 비리를 향해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측을 겨냥했던 칼 끝이 

박근혜 정권의 실세의 명치를 가격하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다. 

마녀 프레임에 가둬놨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청와대 전 현직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등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에게 건넨 

거액의 불법정치자금 내역을 폭로한 후 목숨을 끊은 것.



마녀를 식별하는 중세시대의 분별법에 물시험이라는 게 있었다. 

물은 깨끗하기 때문에 마녀가 들어오면 밖으로 내친다고 여겨 

마녀 용의자를 단단히 묶어 깊은 물에 빠뜨린 것. 

물 속에서 죽는다면 죽음으로 마녀가 아님을 입증하는 게 되고, 

물에서 떠올라 살아난다면 마녀로 간주되어 산채로 화형에 처해진다. 

마녀이든 아니든 결국 죽는다.



성회장은 숨지기 직전까지 자신과 관련있는 현 정부 핵심인사들에게 

치열하게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던 상황에서 자본에 포섭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그 세계 안에서의 퇴출, 즉 죽음을 의미한다. 



물 속에서 죽으나 나와서 죽으나 매 한가지였던 ‘마녀 용의자’ 성완종 전 회장은 

산소호흡기처럼 달고 있던 권력이 자신을 배신하자 ‘폭로 후 자살’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의 ‘표적수사’가 

성완종 회장의 ‘표적 저주’라는 부메랑을 맞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전체주의의 산물인 마녀사냥 프레임이 가득한 대한민국에, 

돈으로 권력을 사고 금품으로 권력에 줄을 대 

특권과 사익을 마음껏 누렸던 이들이 서로 칼끝을 겨누자, 

허공에서 부메랑이 춤을 춘다. 

방향을 잃고 마구잡이로 날아다니는 부메랑의 날카로운 칼 끝이 

어디로 튈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마녀 사냥꾼들의 칼날이 춤추는 세상, 

서글픈 201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뉴스넷] 최윤주 편집국장 editor@newsnet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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