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거리감 주지 않으려는 성의 돋보여
 

hong.jpg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주류사회의 한 은행이 새로운 지점을 열었습니다. 그 은행에도 구좌를 갖고 있는 저는 촤근에 처음으로 그 지점에 들릴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은행지점은 번화가에 위치하지도 않았고 조용한 주택지 근처의 소형 몰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우선 문을 열고 들어 가니 “24시간 은행업무실”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다른 은행도 대부분 실시하고 있는 자동현금인출기가 네 대 정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현금 인출, 예금, 및 기타 간단한 은행 업무를 고객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자동현금인출기가 건물 밖에 설치되어 있는 데 제가 찾아간 은행지점에서는 건물 안에 그런 기계가 설치되어 있고 그런 기계를 24 시간 이용할 수가 있도록 해놓은 것이 우선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두번째 문을 열고 들어 가니 은행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은행들은 은행의 출납직원들과 고객들 사이에는 기다란 카운터가 막아 놓고 있습니다. 어떤 은행에서는 한술 더 떠서 방탄 유리로 은행 직원과 고객을 갈라 놓고 있습니다. 은행 직원과의 대화는 유리에 장착된 작은 확성기를 통해서 대화를 하고 유리 창구 밑에 뚫려 있는 구멍을 통해서 서류나 현금을 주고 받고 합니다.

윌셔가에 위치한 한 유명 은행은 그보다 더하여 은행에 들어가는 고객을 한 번에 한 명씩으로 제한하고 회전식 문을 안에서 조절합니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은 들어가면서 행동의 제재를 받고 카운터의 창구에서 한번 더 제재를 받습니다. 그런 지나친 제재와 보안시설이 저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저는 그 이중보안 시설이 있는 은행에 다시는 발을 들여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찾아간 은행의 지점에는 고객과 은행 직원들을 갈라 놓는 카운터가 없었습니다. 넓직한 사무실에는 7-8개의 높은 책상이 놓여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컴퓨터가 한대 놓여 있고 한 사람의 직원이 그 책상에서 고객을 도왔습니다.

우선 고객과 은행직원을 갈라 놓는 카운터가 없는 것이 새로웠지만 공간에 서있는 책상에서 은행직원과 은행 업무를 보고 있자니 “은행대 고객”이라는 느낌은 사라지고 마치 친구와 차나 한잔 하면서 한가히 대화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실 차도 있었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 바로 옆에는 식탁이 놓여 있고 식탁위에는 쿠키와 커피 및 다른 음료들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는 고객은 마음대로 쿠키를 먹기도 하고 커피나 차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그 지점의 중간 벽 앞에는 어린이 놀이장비를 갖춰두고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갔을 때에도 한 어린이가 목마를 타기도 하고 다른 놀이 장비를 갖고 놀고 있었습니다. 부모가 은행 업무를 보는 동안 어린이들도 심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밖에서 볼 수 있는 창문에는 소규모사업 즉 SBA에 관련 업무를 정성껏 취급한다는 제목 아래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1. 규칙은 당신이 만드세요. (You make the rules.)
2. 비용은 적게 들고 더 많은 결과를 받으세요. (Get more for less.)
3. 자문을 요구하는 일을 두려워 마세요. (Don’t be afraid of asking for advice)
4. 당신의 선택을 열어 두세요. (Keep your option open.)

저는 소규모 기업청과 은행의 협력관계의 세부적인 면은 잘 모르지만 이와 같은 글을 읽으면서 이 은행은 소규모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보통 이상의 서비스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은행이 고객들과 물리적인 면 뿐만 아니고 정서와 감정적인 면에서 거리감을 주지 않으려는 성의가 잘 보이는 사무실의 구조이었습니다.

은행이 아니더라도 앞서가는 기관이나 회사들이 어떤 면에서 고객들의 마음을 끄는지 그리고 고객들과 한 가족이라는 느낌을 조성하는지 끊임 없이 배우고 그 중에서 본 받을 수 있는 점들은 신속히 채택하는 마음이 동포 업체에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객을 얻고 잃는 것은 사실 사소한 것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한사람의 고객이나 고객의 어린이에게도 흡족한 마음을 주어 또 다시 찾아 오도록 하면 그 업소는 더욱 벙영을 할 것입니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직업에 긍지를 갖고 한 우물을 파라" file

    [이민생활 이야기] 40년 자동차 판매원 처조카를 보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지난주에 먼 곳에서 할멈 친조카 가족이 왔다. 할멈 병 문안을 위해서이다. 애틀란타에서 사는 큰 딸이 지애미를 위해 먼 거리 마다 않고 병문안 간다는 그들의 말을 듣고, ...

    "직업에 긍지를 갖고 한 우물을 파라"
  • “소녀상 가격이 얼마인가요?” file

    ‘위안부교육’의 중요성     5월의 엘에이 날씨답지 않게 쌀쌀하고 강한 바람이 부는 토요일 오후, 변함없이 묘경스님과 최재영 목사님이 나와서 두분 할머니들을 위한 기도를 해 주셨고, 미주 3.1여성동지회 회원 여러분, 중국계 커뮤니티, 지역 고등학생들이 모여 두분...

    “소녀상 가격이 얼마인가요?”
  • 개냐 고양이냐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자다가 두 번을 깼다. 2시에 한 번, 4시에 한 번. 경비실에 가니 아직 내 트레일러는 준비가 안 됐다. 꿈을 꿨다. 화물이 준비됐는데 무슨 서류 문제가 생겨 해결하려 애쓰고 있었다. 전화 소리에 깼다. 꿈인가 생시인가? 7시를 조...

    개냐 고양이냐
  • 동시전쟁 능력 없는 미국, 호기 부릴 처지 아니다

    [시류청론] 북은 고사하고 이란도 쉽게 못 이겨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뉴욕타임스>는 5월 11일, ‘국제정치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하는 트럼프가 전쟁을 할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도 안 돼 있으면서 북한, 베네수엘라, 이란 등 3국을 길들이겠다며 분산...

    동시전쟁 능력 없는 미국, 호기 부릴 처지 아니다
  • 나는 말랄라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그래, 아직 멀었다. 冥想(명상)을 백날 하면 뭐하나, 정신 못 차리는데. 프로페셔널의 자세와 실력을 갖춘 다음에 다음 단계로 가자. 날짜만 채웠다고 자격이 갖춰지는 게 아니다.   오전 7시 약속인데 9시가 넘어서 전화가 왔다. 12...

    나는 말랄라
  • 하루종일 뭘 했길래 집안 꼴이…

    어머니날에 생각해 보는 전업 주부의 노고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유니버시티 교수) = 집에서 살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바쁜지 남자들은 충분히 알지못합니다. 전업주부들에게 가장 섭섭히게 들리는 남편의 말은 “하루 ...

    하루종일 뭘 했길래 집안 꼴이…
  • 중학교는 고등교육의 발판(1)

    [교육칼럼] 수업과 교사 전문화가 가장 두드러져 (워싱턴 디시=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중학교에 들어가면 초등학교와의 가장 큰 차이는 수업과 교사가 전문화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즉 과목마다 가르치는 선생님이 다 다르고 결국 매일 다섯 내지 ...

    중학교는 고등교육의 발판(1)
  • 사랑마운틴 쑥버무리~ file

        초등학교 3학년 읍내로 전학하기 전까진 할머니댁에서 성장하는 과정에 봄이면 친척 아주머니와 또래 아이들과 보리밭 경사로에 따스한 봄 햇볕을 받고 그 향기를 품고 있는 쑥과 냉이 등 나물을 캔다. 등과 머리위에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저만치 보이는 봄의 아지...

    사랑마운틴 쑥버무리~
  • ‘통일기러기’ 강연과 시국 논단 file

    어떤 페북 친구들의 만남     Newsroh=로창현 칼럼니스트           '마지(摩旨)'는 부처님께 올리는 밥을 의미합니다. 사시(巳時 오전 9시30분~11시) 기도 시간에 올리는데 이는 부처님 생전에 하루에 한 번 그 시간에 공양을 한데서 유래합니다   그런데 이 마지가 상...

    ‘통일기러기’ 강연과 시국 논단
  • 띠동갑 트럭커 지망생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명당자리 잡았다. 밀레니엄 빌딩 입구 앞 밥테일 주차장에 자리가 났다. 내가 들어오는데 마침 누가 나갔다. 앗싸.   가이암과 마지막일지도 모를 배달을 마치고 돌아왔다. 갈 때는 전속력으로 올 때는 조금 천천히 달렸다. 요즘 초심으...

    띠동갑 트럭커 지망생
  • 북한이 최고 수준 미사일 발사 계속하는 이유

    [시류청론] 이스칸데르, 미국 압박용으로는 최적 수단?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이 5월 4일에 이어 5월 9일에도 연거푸 현장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대(TEL)에서 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이스칸데르(마하6.2~20)를 발사했다. 지난 ...

    북한이 최고 수준 미사일 발사 계속하는 이유
  •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제 영혼을..."

    영혼의 실재를 인식하는 삶이 중하다     (로스앤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우선 이야기 하나를 해드리겠습니다. 중동의 한 나라에 부유한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회교의 법에 따라 네 명의 아내와 합법적으로 결혼을 하여 살고 있...

    "사람이 온 천하를 얻고도 제 영혼을..."
  • 자녀 독립심은 일찍부터 길러라

    [교육칼럼] 부모 간섭 거부하는 사춘기를 도리어 활용할 수 있어 (워싱턴 =코리아위클리) 엔젤라 김(교육 칼럼니스트) =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부모님들이라면 자녀가 과연 대학에 가서 혼자 독립적으로 살면서 모든 책임과 할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할 ...

    자녀 독립심은 일찍부터 길러라
  • 오리 부부의 삶 file

    [이민생활이야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나는 오늘도 오리알의 부화를 돕는다며 새벽 일찍부터 집 앞 마당에 걸상을 놓고 앉았다. 옆집 큰 고양이가 우리집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긴 장대를 옆에 놓고 말이다. 이렇게 오리의 파수꾼 노릇을 한지가 10여...

    오리 부부의 삶
  • 김정은 ‘미국은 새 비핵화 해법 연말까지 내놔라’

    [시류청론] 남한은 북 식량난 타개 위한 민족애 보여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은 5월 4일 오전 10시반경 동해상에서 여러 발의 신형 다연장 로켓포(방사포)들과 전술유도무기(신형 순항미사일) 1발을 쏘는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미...

    김정은 ‘미국은 새 비핵화 해법 연말까지 내놔라’
  • 정치인 막말이 주요 뉴스인 사회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I-77 Ohio Welcome Center. 오후 4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90마일 남았다. 내일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배달.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출발하면 적당하다. 더 가까이 가서 쉴 수도 있지만, 이곳의 주차환경이 쾌적하다. 전후좌우 ...

    정치인 막말이 주요 뉴스인 사회
  • 입사 1주년 기념사고를 내다 file

    마침내 얘기했다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글렌에게 정중한 메시지를 보냈다. ‘네가 엿 같은 화물만 자꾸 줘서 리즈로 갈란다’라고 쓸 리가 없잖아. CDL 취득한 지 일년이 지났고 트럭 운전도 편해져서 다음 단계로 갈 때 같다. 가까운 시일에 리즈 오퍼레...

    입사 1주년 기념사고를 내다
  • 해방후 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왜 은폐됐나 file

    100~130만명 희생..현대사 최대 비극           8.15 해방 후부터 한국전쟁전후 전국적으로 자행된 민간인虐殺(학살)은 현대사의 최대비극이다. 이 엄청난 제노사이드는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서 철저히 은폐되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대한민국의 흑역사다. 민간인학살...

    해방후 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왜 은폐됐나
  • 스위프팅과 수퍼트럭커 file

      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오후 2시 체크인을 했다. 짐을 싣고 있으니 A17 도어 앞에서 트레일러 연결하고 기다리란다. 오후 4시 넘어 출발할 수 있었다. 뉴저지에 모레 오전 7시까지 배달이니 시간은 괜찮다.   출발이 늦어 얼마 못 가 멈춰야 했다. 트럭스...

    스위프팅과 수퍼트럭커
  • 일식집에서 한국 트롯트 노래가...

    문화적 동화보다 적응을 택한다     (로스엔젤레스=코리아위클리) 홍병식(내셔널 유니버시티 교수) = 각종 인종이 섞여 살고 있는 미국, 특히 남가주에서는 문화적 동화 (Melting Pot)이라는 개념과 문화적 적응 (Cultural Salad)의 개념이 상존합니다. 타인종 동료나 ...

    일식집에서 한국 트롯트 노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