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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의 죽음과 사랑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 editor@inews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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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70년경 2월 14일. 한 남자가 참수형을 당했다.

당시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는 로마신을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센 종교탄압을 일삼았다.

그가 구금된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황제령을 어기고 젊은이들의 결혼식을 집전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기독인들의 탈옥을 도왔다는 주장도 있다.

옥에 갇힌 그에게 황제는 로마신으로의 개종을 종용했다. 황제의 노여움과 분노에 굴복하지 않은 그는 결국 죽음을 대가로 치러야 했다.

그의 이름은 성 발렌타인(St. Valentine) 주교다. 발렌타인데이는 그의 순교일에서 유래한다.

 

1910년 2월 14일. 한 남자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다.

죄명은 살인. 넉달 전 러시아 하얼빈 역에서 일본인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지난 3월 26일. 뤼순감옥에서 교수형이 집행됐다.

그의 나이 32살. 검은색 바지에 흰색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옆에 묻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면 고국으로 반장하여다오. 대한독립 소식이 천국에서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러나 광복 7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의 유해는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안중근이다. 일제침략에 맞선 한민족 역사의 자부심이다.


2018년 2월 14일. 플로리다의 한 학교에 총성이 울렸다.

발렌타인 이벤트로 세상 모든 곳이 핑크빛일 것만 같았던 이날, 학교는 시뻘건 피비린내 진동하는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안에 그도 있었다.

비명과 총성이 난무하고 사방에 피가 튀는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그는 광란의 저격수와 학생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총알은 비껴가지 않았다.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치명적인 총상으로 결국 유명을 달리했다.

풋볼 코치였던 그의 이름은 아론 페이스(Aaron Feis)다. 플로리다 학교총격사건이 낳은 슬픈 영웅이자 진정한 스승이다.


고대와 근대, 현대에 이른 2월 14일의 죽음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것은 ‘사랑’이다.

믿음을 지킨 성 발렌타인 주교의 ‘거룩한 죽음’, 조국독립을 갈망한 안중근 의사의 ‘정의로운 죽음’, 그리고 제자들의 목숨과 맞바꾼 아론 페이스 교사의 ‘용맹스런 죽음’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죽음으로 승화시킨 사랑이다.

 

2월 14일, 시공간을 초월한 3인의 죽음이 달콤한 초코렛에 ‘사랑’을 담아 노래하는 현대인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성 발렌타인의 이름으로 사랑을 전하는 날, 사탕봉지처럼 내 안을 싸고 있는 얄팍한 사랑의 허울은 없는지 돌아보며, ‘진정한 사랑’을 가슴에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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