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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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킹(Trucking)에 도전한다. 트럭커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직업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트럭킹은 라이프 스타일이다. 장거리 트럭커는 전국을 떠돌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트럭에서 보낸다. 잠도 트럭에서 해결한다. 집에는 몇 주에 한 번씩 들어간다. 형편이 이러니 사람이 부족하다. 수 년 전부터 매 해 수만 명이 모자란다고 언론에서는 난리다. 미국은 물류(物類)의 70%를 트럭이 담당하고 있으며 트럭 드라이버는 약 3백만 명에 달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트럭 운전은 중산층이 되는 보증수표였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기업들이 물류비를 줄이려 압박한 결과 트럭 기사들의 수입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택시나 버스 운전에 비해 많이 번다고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바치는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일 년에 300일을 출장 가는데 출장 수당, 주말 수당, 특근 수당이 전혀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트럭을 몰던 베이비부머들은 은퇴하고, 자신들의 자식에게는 트럭 일을 시키지 않는다. 지금 트럭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이유로 막장에 몰린 경우가 많다.

 

대형 운송회사들은 모자라는 인원을 충원하려고 자체 교육시설에서 사람을 양성한다. 자체 교육시설이 없는 경우에는 트럭 학교 졸업생에게 수업료를 환급(還給)해 주는 방식으로 사람을 모집한다. 대신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도록 한다. 대게는 일 년이다.

 

내가 지원한 회사는 프라임(Prime, inc)이라는 곳인데 고용 규모로 따지면 운송업계에서 20위권 정도의 중견기업이다. 다른 몇 곳에도 원서를 냈는데 이곳에서 가장 신속하게 답변이 왔다. 모집 담당자와 몇 번의 통화 끝에 서류 심사는 통과하고 3월 12일부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기로 했다. 일차 관문은 넘은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은 나흘 동안 미주리주에 있는 본사에서 진행된다. 교통비와 숙식은 회사에서 제공한다. 이 기간 동안 지원자들은 여러 가지 검사와 신원조회, 필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후 PSD, TNT라는 과정을 수료한 후 정직원이 된다. 정직원은 자신의 트럭을 배정받는다. 여기까지 가는데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TNT 과정부터는 주급을 받을 수 있어 최소한의 생활은 할 수 있다.

 

미국 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언 만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했던 일은 직간접적으로 한인사회와 관련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트럭 회사 취업은 한인사회와 아무 관계나 인맥이 없이 혼자 진행했다. 이제야 진정 미국 주류사회에 발 내딛는 셈이다.

 

트럭 일을 결심한 후에는 신속히 움직였지만 그 결정은 쉽지 않았다. 정말로 할 수 있을지 몇 달을 고심했다. 사춘기 아이들이 있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나는 미국으로 가족을 불러들이기 전 2년간 떨어져 지낸 적이 있다. 그때 한창 귀여운 아이들과의 추억이 내게는 없다. 그래서 트럭 운전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낸 뒤 50대 후반에나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찌 사정이 이렇게 됐다. 가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생계를 꾸리는 것 아니겠는가. 아내에게 또 큰 짐을 지우게 됐다. 하지만 여러 고려 끝에 내린 최선의 선택이다. 지금의 고생이 훗날 더 큰 보답으로 다가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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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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