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대북적대정책 포기만이 평화의 첫걸음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평창올림픽이 시작된 2월 10일 북한 대표단과 펜스 등 미국 대표단이 청와대에서 ‘조건 없는’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회담 시작 2시간 전에 북한 측이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워싱턴포스트> 가 2월 20일 보도했다.

‘조건 없는’ 비공개 회담을 바랄만큼 대북 대화가 절박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작년 12월에 북한에 회담을 하자고 몇 차례 제의했었으나 북한 측은 계속 이를 거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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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그런데 남북 대화가 시급했던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없이는 남북 대화가 어려울 것임을 알고 북미 대화 중재자로 나서겠다고 자청했으니 트럼프로서는 반가웠을 것이다. 평창올림픽 시작 전에 여러 번 있었던 문재인-트럼프 간 전화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중재역할 자임 소리를 들은 트럼프는 남북 대화와 평창 대회를 지지하며, “미국이 적절한 시점과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하려고 한다”며 북미 대화를 내심 바라는 발언까지 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희망 사항은 반드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공식 결정되어야 할 사안인데, 강경파의 설득에 밀려 트럼프의 북미예비회담이라는 꿈은 그만 이루어지지 못하고 말았다.

<중앙일보> 2월 23일치를 보면,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인 문정인 연세대학교 특임명예교수는 1월 말 “북한 측이 북미접촉을 주선하는 우리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서훈 국정원장이 상당히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즉, 지난 1월 말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북미예비회담 중재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미국과의 대화에 전혀 급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김정은은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만날 문 대통령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의 중재제의를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어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래서 펜스와의 비밀 회담이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펜스 부통령의 회담상대로 남측에 파견, 펜스가 무슨 말을 하나 들어나 보라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펜스의 대북 자세가 그토록 적대시하는 자세가 아니었다면 깊이 있는 대화는 아니라도 미래의 북미 예비회담을 위한 가벼운 대화의 시작은 가능했다는 뜻이다.

말로는 ‘대화’, 행동으론 총구 겨누는 미국

도대체 북한이 미국과의 무조건 회담마저 떨떠름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은 이미 오래 전부터 꾸준히 주장해 온대로 미국이 진정으로 북미 예비회담을 바란다면 대북한 한미군사훈련부터 완전히 중단, 대북적대시정책을 포기한 후 예비회담을 추진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해 왔다.

말은 대화하겠다고 떠들면서 행동은 상대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다면, 어떻게 북한이 그런 미국을 믿고 회담에 임할 수 있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은 문 대통령이 중재하려는 북미예비회담에 참석하겠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대북인권공세, 전략자산 한반도배치, 평창올림픽 후 한미합동군사훈련 재개 발표 등 군사적 최대압박공세, 거기에다 평창에서의 북한 대표단에 자행한 펜스 부통령의 상식 밖의 외교 결례 등에 이르기 까지 반북 행동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언급을 들어보자.

북한은 첫째, 북미예비회담은 제3자 개입 없이 미국이 직접 북한에 제의할 것. 둘째, 미국은 예비회담을 제의하기 전에 대북군사훈련을 완전 중단, 대화 의지를 분명히 할 것. 셋째, 문 대통령은 북미예비회담 중재에 앞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추진해 북한이 문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해 줄 것. 넷째, 미국은 북미예비회담과 그와 반대되는 대북압박공세를 동시에 병행하지 말고 북미예비회담 추진에만 노력을 집중, 북한의 신뢰를 얻을 것. 다섯째, 미국은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 꿈에서 깨어나 국가안보파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북미 고위급 회담을 추진하고, 북한을 자극하고 불안케 하는 주한미군의 철수의사를 밝힐 것 등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미예비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던 말의 진의는 그간 불신만 조장해 온 미국이기에, 이제 조건 없는 대화를 해보자는 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용 예비회담에 응한다는 뜻이 분명해 진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전쟁 아닌 평화를 선택하겠다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를 장악하고 있는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등 3인방 강경파를 누르고 틸러슨 국무와 마티스 국방 등 온건 라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국이 아무리 초강경 제재를 가해도 북한은 이제 식량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고, 에너지문제와 원자재문제도 기본적으로 북의 석탄 등 자국의 것으로 해결할 수 있게 체계를 완비했다는 소식이다. 아사자가 속출했던 20년 전의 북한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이야 말로 북한이 과거처럼 미국과의 대화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이유다.

그러나 미국이 남북 한민족의 관계 개선까지 막으려 한다면 북한은 미국과 막판 대결전에 돌입,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미공개 핵무기들을 연거푸 공개, 미국을 겁박할 것으로 보인다.

평창올림픽 폐회식에 온 북한 고위급대표단에 북한 외무성 미주국 최강일 부국장이 끼어 있다. 또 미국 고위급대표단에는 북미가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한반도 전문가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보좌관이 끼어있다. 둘 다 평창올림픽과는 전혀 무관한, 그러나 북미 문제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비밀리에 평창에서 만났다.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는 이들의 비공개 대화 내용이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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