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노창현 칼럼니스트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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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불과 엿새밖에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남북관계는 천지가 개벽한 느낌입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가 이룬 통 큰 합의도 놀랍지만 이행의 의지를 깜짝 놀랄 속도전으로 새로운 세상을 견인(牽引)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숨에 지구촌 최고의 뉴스메이커가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상회담 당일 군사분계선의 악수와 ‘깜짝 월경’, 도보다리에서의 ‘단독 대좌’, 양 지도자의 부부동반 만찬 등 기대했던 것 이상의 많은 화제들을 낳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인상적으로 본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북한 군부 고위층들의 태도였습니다. 이날 리명수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과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문대통령이 다가오자 먼저 거수경례를 예를 표한 후 악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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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KBS 캡처>

 

 

리명수는 우리나라 합참의장 급으로 북한 군부 서열 2위이고 박영식은 국방부 장관 격으로 북한 군부 서열 3위입니다. 물론 정복을 착용한 군인은 상대국 최고 지도자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예우(禮遇)가 쉽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이장수 국방부 장관이 비록 군인신분은 아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목례조차 하지 않고 악수를 해 ‘꼿꼿장수’라며 보수계의 찬사(?)를 듣기도 했으니까요. 북한의 군부실세들이 깎듯하게 문대통령에게 예우를 한 반면, 우리측 공식수행원중 현역 군인 최고위직인 정경두 합참의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인사를 하면서 거수경례를 하지 않고 악수만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 “우리측은 북한으로부터 천안함 폭침 등의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예우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반면, 천안함 폭침 등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으로서는 ‘정상국가’임을 과시하며 여유를 부린 것”이라고 했더군요.

 

글쎄요. 천안함 폭침은 북한이 펄쩍 뛰기도 하지만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스테리에 싸여있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남한의 장성이 자국의 최고 지도자에게 경례를 안하는데 북한군 장성만 경례 하는게 ‘정상국가로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한군 장성이 김위원장 앞에서 꼿꼿이 선채 악수만 하고 북한군 장성들은 문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북한의 TV로도 고스란히 송출됐다는 사실입니다. 어찌보면 북측의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광경이었지만 이를 그대로 보낸 것 또한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뜻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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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캡처>

 

 

두번째로 인상적인 장면은 내외신기자들 앞에서 생중계 된 양국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선언문에서 스스로를 지칭할 때 ‘나는~’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평소 다른 연설문에선 ‘저는~’이라는 말도 섞지만 이번 선언문만큼은 ‘나는~’을 고수했습니다. 이같은 화법은 남북정상회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칫 겸양의 표현이 ‘저자세’로 보여 극보수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기때문이 아닌가라고 여겨집니다.

 

정작 주목할 것은 이어 단상에 선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저는~’이라고 계속하여 말했다는 사실입니다. 이거 실화 맞어? 솔직히 전 놀랐습니다. 문 대통령도 겸양어를 썼다면 ‘상대가 그랬으니까 나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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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KBS 캡처>

 

 

이 부분 또한 북한 인민들의 입장에선 너무 저자세 아닌가 하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건 최고지도자는 그들의 입장에서 솔직히 비교 불가한 ‘최고 존엄’ 아닌가요.

 

그럼에도 자신을 낮추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며 끝까지 성의있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자세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알려주는듯 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남측의 기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비록 남북의 언론환경은 상이하지만 이같은 특별한 인사는 남한 언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정상회담의 성패도 상당 부분 언론의 역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군사분계선의 역사적 만남부터 평화의 집 앞에서 펼쳐진 레이저쇼 공연까지 12시간의 드라마는 그동안 ‘은둔(隱遁)의 지도자’로 평가된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생생하게 외부 세계에 자신을 드러낸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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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절대 권력을 쥔 최고 지도자라 하더라도 강경파 등 내부적으로 불만세력이 있을 수 있고 인민의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서방세계를 놀라게 한 파격(破格)의 연속이야말로 진심을 담은 행동이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직도 적잖은 보수인사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가 ‘시간벌기 위한 쇼 아니냐’며 실눈을 뜨고 있습니다. 그의 몸짓이 위장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기실 김위원장의 이같은 모습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1월 1일 TV를 통해 중계된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끝날 무렵에 갑자기 자아 반성을 하고 새로운 맹세를 다지며 머리를 숙였기때문입니다.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 나는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이 정도면 믿지 않는게 도리어 이상하지 않을까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창현의 뉴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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