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이야기] 분수를 지키며 사는 삶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지난주 <코리아위클리>에서 이명수 기자가 쓴 '돈 한푼 안 들이고 멋있는 노인 되는 법'이란 기사를 읽었다. 나 같이 팔십이 훌쩍 넘은 늙은이가 과연 기사 내용대로 살아왔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 대접 받기 쉽지 않은 직업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평생 살아온 나에게 무슨 노년의 즐거움이 있겠느냐 하겠지만 나는 '어글리 코리안' 소리를 듣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며 살았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되돌아보면 이민생활에 후회가 별로 없어 행복한 편이다.

나는 일찌기 기자의 말대로 "절대로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 깊이 다짐한 적이 있다.

내가 취업한 공장에서 일할 때 고용주가 "이 차는 대충대충 손질해서 빨리 내 보내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고객이 어떤 분인 지 알 수 없었다. 속으로 '한국에서 현대자동차 애프터 서비스 정비분야 총 책임자로 살았던 나인데..." 하며 고용주의 말에 의아심이 들었다.

내 공장을 차려 직접 고객을 상대해 보니 이곳은 차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니 별별 손님이 다 있었다. 손님이 수리하여 달라는 부분의 수리비를 말하여 주고 손님이 수리를 허락하면 작업을 시작하곤 한다.

그런데 문제의 부분을 분해하여 보면 교환하여 달라는 부속이 아닌 다른 부속의 마모가 심한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이 부속을 지금 교환하면 노임은 추가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한 고객은 “다음 연금이 나오면 수리하겠다”고 했다.

연금에 매어 사는 그를 보면서 "나는 늙어도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고, 저축을 열심히 했다.

기자는 은퇴 후 수입이 끊기면 생활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하였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정체성이’라고 하였다. 이민자 특히 늦은 나이에 이민 생활을 시작하면 이런 정체성을 지키며 사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나는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쉽게 이해한다. 이민 초기에 자동차 정비공 일을 힘들어 할 때 할멈은 "본분을 잊지 말고 쟁이면 쟁이 답게 중이면 중 답게 사는 것이 한 인간의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 분수를 알고 지키며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살라는 잔소리였다.

나는 종종 칼럼에서 "늙으면 마르지 않는 도랑물(돈줄기)이 필요하다" 는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미국땅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말도 자주 했다. 그래서 은퇴연금이나 IRA의 중요성을 글을 통해 종종 언급해 왔으나 내 주위 사람들은 대체로 마이동풍인 것 같다. 대신 "그 놈은 골프도 못치는 주제에"라는 말이 들려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인간은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찾아 입고 사는 것이 바른 삶이며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관이 다르듯이 자신의 삶의 가치관을 토대로 올바른 기준을 찾아야 한다.

"남 따라 장에 가지 말라"는 우리 조상님들의 말씀이 이곳 미국땅에서도 유효하다. 특히 한국인 뿌리를 갖고 있으니 '어글리 코리안' 소리 안 듣고 사는 것이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며바른 이민생활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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