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옥한흠 목사님 8주기가 되어 제자훈련에 관한 글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 제자훈련의 목적은 그리스도를 닮은 작은 예수들이 되자는 것이라는 내용도 보았다.

그런 제자훈련의 목적은 잘못되지 않았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이 자기처럼 살기를 원하셨을까. 다시 말해 당신의 제자들이 당신을 닮아 작은 예수들이 되기를 원하셨을까. 그것이 제자들을 제자 삼으신 목적, 혹은 이유였을까.

물론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이 당신과 같아지기를 원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이 제자 삼으시고 그들은 친구라고 불러주신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 예수님의 염원은 하나님 나라다. 그분은 하나님 나라를 여시고 몸소 하나님 나라가 되어 하나님 나라의 삶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 하나님 나라를 전해주신 것이다.

제자들이 당신을 이어 하나님 나라 건설에 매진하고 그런 그들로 인해 온 우주와 모든 피조물들이 당신 안에서 통일되는 것이 그분의 목표였다.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제자들의 목표는 단순히 예수님을 닮은 작은 예수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염원인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고 그것이 세상의 빛이 되어 온 세상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 염원이 그분이 가르쳐주신 기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다면 제자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제자가 되던 안 되던 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드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그 정 반대의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그들이 만일 제자가 무엇이며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주일마다 출장뷔페를 불러 혼자 식사하는 목사를 자신들의 목사로 인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수만 명 교회를 목회하는 자신들의 목사를 특별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러니까 그런 일을 용납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들이 하나님 나라 건설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하나님 나라는 모두가 평등한 나라이다. 높은 사람은 낮아지고 낮은 사람은 높아져서 높낮이가 없어진 평등한 나라이다. 그것이 마리아의 마그니피캇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하나님 나라이다. 더구나 그 목사는 거짓 학력도 모자라 자기 교회 당회에 교수, 의사, 법조인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며 얼마나 멋지냐고 으스대는 사람이다. 제자훈련을 받은 제자들의 교회가 그런 인간을 자신들의 교회에 용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초신자가 아니라 목사로서 말이다.

일전에도 이런 글을 쓰는 내게 더 이상 그런 글을 쓰지 말라고 경고하는 분들이 있었다. 꽤 교양이 있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쓰지 말라는 글을 쓰자 저주의 말을 쏟아놓으며 ‘페삭’을 했다. 그런 분들이 내게 한 말이 있다. 그것은 그 교회 안에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잘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말하는 신실함이라는 무엇인가. 그분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겸손하게 살면서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나는 그분들이 하는 말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런 분들이 있을 것이다. 교인이 많으니 그런 분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제자의 징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실함에 대한 이해도 성서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은 꼭 제자가 되지 않아도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해야 할 도리이다. 예수의 제자들이 세상의 도리를 행하는 것으로 신실함을 주장할 수 있는가. 그것은 불자도, 원불교도도, 천도교도도 다 마찬가지다. 인본주의자도 마찬가지다. 예수의 제자들의 신실함은 그런 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

예수의 제자들의 신실함은 얼마나 하나님 나라의 통치강령에 따라 진실 되게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얼마나 작은 자가 되고, 얼마나 낮아져서 다른 이들을 섬기느냐, 얼마나 서로 사랑하면서 형제애를 실천하느냐, 얼마나 지배를 포기하고 폭력을 단념하느냐, 얼마나 돈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존하느냐, 얼마나 돈을 사랑하는 마음을 버렸느냐, 얼마나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염려하지 않느냐 뭐 이런 것들이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도 안다. 오로지 이기심을 자극하여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오늘날 다른 교회 교인들보다는 그래도 격조가 있고 교양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래서 자기 교회와 교인들이 다른 교회 다니는 사람들보다 낫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그 우월감, 그 성취감이 하나님 나라로부터 오히려 더 멀다는 증거이다. 높이 치솟은 교회 건물처럼 그들은 높아짐으로써 하나님 나라에 역행하는 반역자들이 된 것이다.

나는 그분들의 열정이 하나님 나라로 모아지기를 바란다. 하나님 나라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힘과 영향력과 성취와 업적으로 판가름 나는 나라가 아니다. 예수님처럼 고운 모습이 하나도 없는 평범함이 바로 그 교회의 특징이 되어야 한다. 그런 교회에서는 아무도 자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부득불 자랑하라면 자신들을 빚어 만들어준 환란을 자랑하고, 바울처럼 자신의 약함을 통해 역사하는 그리스도의 능력을 보고 약함을 자랑하는 그런 교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바로 이런 것들이 옥한흠 목사님이 하나님 나라에서 기도하시는 내용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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