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아저씨의 충고를 기억하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사나이가 최소한 ‘판관 사또’는 되지 말아야지요”라고 말하였 때가 내 나이 17살이었다. 휴전협정이 되어 고향으로 혹은 연고지로 피난민들이 한 집 두 집 피난지 진해에서 떠나기 시작하였을 때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6.25 전까지 살던 곳은 고향도 아니고 생활의 아무런 기반도 그곳에는 없이 하루 하루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이곳 저곳 피난지에서 한 것은 산에서 땔나무를 해다가 팔거나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 혹은 미군 식당 청소부 등이었으나, 휴전 협정 후 미군은 철수하였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무꾼질 뿐이었다.

그때 책을 사 본다는 것은 사치였고 빌려 불 곳도 없을 때였으니 자연히 비가 오는 날은 나무하러 못가게 되어 마을 이발소에 가서 이발도 안 하면서 염치 불구하고 구문을 빌려 읽고는 하였다. 이발소 아저씨는 내가 모르는 한문이나 어려운 낱말의 뜻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65년이 지는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사자성어가 판관사령(判官使令)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판관사령이란 옛날 감영이나 유수영의 판관에 딸린 사령이라는 뜻으로, 아내가 하라는 대로 잘 따르는 남자를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이발사 아저씨는 계속 손님 머리를 손질하면서 “지로(석춘)야, 평생 여편네 손에 쥐어 살래, 여편내 앞치마 끈에 메어 살래”라고 물으셨다. 그때 <서울신문>에 연재된 ‘자유부인’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 겨우 몇 년 다니고 초등학교 졸업한 것이 전부인 내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중년의 이발소 아저씨는 “판관사또가 안되려면 지금 당장 부산으로 떠나라”고 하면서 “그곳에는 야간학교가 있을거야”라고 말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아직도 전쟁의 후유증으로 사회가 혼란한 시기에 연고자 한 명 없는 도시에 돈도 없이 나는 무모하게 도전을 하였다. 그때의 용기로 1974년도에 타국땅에 또 한번 많은 식솔을 이끌고 정착금도 없이 또 한번 무모한 도전을 하였다.

미국땅에 노동이민 와서 나는 항시 6.25때를 생각하면서 힘든 노동이민을 견디어 냈다. 6.25때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자주 들었고, 청렴결백만 자랑하면서 굶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는 말도 듣고 살았다.

내가 군대생활 할 때도 장교도 처자식 굶겨 죽이지 않으려면 도둑질 해야 한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였고, 또 자연스럽게 듣기도 하고 군대생활을 했다. 물 속에서 사는 것이 물고기라면 물고기는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도 듣고 살았다.

내 나이 17살때 읽었던 자유부인을 며칠 전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며 나에게 남기고 간 책 중에서 찾아내어 처음 읽었다. 우리 부부는 서서히 생을 마감할 시기가 되었다. 나의 친구들인 자동차정비공은 백인이나 흑인이나 몇 사람 남지 않았다.

그 어렵던 시절을 잘도 이겨내고 지금에 와서 지난 날을 돌이켜 보니 우리 부부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안 주고 살다 가게 하신 것과 나는 평생 판관사또는 아니였으니 신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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