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칼럼] 강단에 오르지 않는 목사
 

minkee.jpg
▲ 김민기
 

(서울=코리아위클리) 하늘밭교회(최태선 목사) = 나는 김민기를 좋아한다. 중학교 시절부터 그의 노래는 모두 나의 레퍼토리였다. 그의 노래 속에는 시가 들어 있다. 그리고 시보다 더 옹골찬 현실에 대한 부조리를 담아낸다. 더 신기한 건 그의 노래를 부르다보면 내가 낮아진다. 낮은 음 탓이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사라진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비오는 날 불러야 제격이었다. 그랬다. 그리고 내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었던 그의 기타솜씨는 내가 그를 존경하고도 남을 충분한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었다. 그는 미대 출신의 가수 겸 작곡가이다. 그런 그가 당시 공순이라고 불리던 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그와 같은 대학을 다녔던 나는 그런 여자애들은 물론 그다지 좋지 않은 대학을 다니던 여자애들을 얼마나 하찮게 보았던가. 그래서 나는 그를 생각하면 늘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어제 jtbc 뉴스 문화초대석 게스트로 출연했다. 최초의 일이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가수인 그가 한 번도 무대에 서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음반만 내고 공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이 한 번 있었는데 그것도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반대편 입구에서 불렀다는 것이다. 그는 한 번도 공연을 안 한 가수였다. 나는 어제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런 가수의 노래를 내가 거의 다 알았다는 사실이 새삼 기적 같은 일임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가수로서 적당치 않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였다. 맞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어제 나는 그의 목소리가 낮은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의 자세가 낮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리고 그 사실 앞에서 나는 예전보다 훨씬 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나는 얼마나 아직도 멀었는가를 통감하였다. 나는 어제 그에게서 삶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준다는 것의 의미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서 나는 처음으로 예수의 길을 눈으로 보았다.

나는 늘 하향으로의 삶을 이야기해왔다. 복음의 삶은 올라가는 삶이 아니라 내려가는 삶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물론 나는 그런 삶을 지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천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했다. 내 의식이 인식하는 한 올라가려는 나를 억제했다. 하지만 어제 김민기 선생을 본 후 나의 그동안의 노력들이 너무 많이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저 멀리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로 그것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런 그에 비해 같은 뉴스 시간에 소개된 명성교회 김삼환의 설교는 얼마나 비루한가. 그는 자신이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 십자가이며 고난이라고 하였다. 정말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한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그 정도가 아니다. 그는 세습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마귀라면서 더 이상 참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추해도 이렇게 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예수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상향의 삶을 살 수 있다. 아니 오늘날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 그렇다. 바로 이런 목사들, 이런 교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절망하기를 바란다. 명성교회와 김삼환에게는 물론 그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는 자신들에게도 절망하기를 바란다. 그 절망만이 오직 가능한 희망임을 느끼기를 바란다. 상향으로의 삶은 이처럼 추악한 결말로 끝난다!!!

김민기의 <그날>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이 생각난다. “꽃밭 속에 꽃들이 한 송이도 없네.” “싸움터에 죄인이 한 사람도 없네,” “마음속에 그 님이 돌아오질 않네.” 오늘이 그날일까. 그 날이 언제일까. 해가 지는 날. 별이 지는 날. 지고 다시 오르지 않는 날이. 그리고 울려 퍼지는 기타의 베이스 소리, 솔라시도~~ 그 노래가 내 마음속에는 이렇게 들린다. “교회 안에 교인들이 한 사람도 없네.” “싸움터에 죄인이 한 사람도 없네.” “그들 속에 주님이 돌아오질 않네.” 과연 이 땅에 그날이 올까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절망한 바로 그리로 희망이 스며들고 은총이 스며든다. 그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이젠 정말 더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목소리를 낮추어야겠다. 가장 낮은 저음으로 복음을 노래해야겠다. 김민기의 노래 하나, 하나가 새롭게 들린다. 그 노래들은 그냥 노래가 아니라 성가다. 그렇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노래를 부른다. 거기서 우리는 <친구>가 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오늘의 부끄러움이 <그날>의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강단에 오르지 않는 목사. 내게 주어진 새로운 목표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미국 따르미' 윤 정부, 북중러 모두 적대국 만들려나 file

      [시류청론] 군사-경제 양면으로 위기 맞은 대한민국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국 해군 소함대는 6월 2일부터 4일까지 오키나와 근해 공해상에서 로널드레이건(10만t급) 항모전단에 끼어 해상무력 시위를 벌여 중국을 극도로 자극했다. 한국 해군이 한...

    '미국 따르미' 윤 정부, 북중러 모두 적대국 만들려나
  • 맨바보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2014년 어찌어찌하다 내 책이 하나 나왔다. 제목이 좀 길다. <행복한 바보새 되어 부르는 노래>다. 일종의 신앙수필집이다. 수록된 수필 가운데 “바보새”라는 글이 있어 바보새를 책 제목으로 하려 했는데 ...

    맨바보
  • 부자 미국에 선물 가득 안겨준 ‘비정상회담’ file

      [시류청론] 남북간 긴장, 동북아 불안정만 더 높아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두 나라와 각각 ‘북중러 압박용’ 정상회담을 하자 상대방 3국이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동북아시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5월 25일 아침 일...

    부자 미국에 선물 가득 안겨준 ‘비정상회담’
  • 나를 떠나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file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암흑은 우주의 배경이자 근본 얼른거리던 빛들이 사라지면 어둠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빔(空)도 사물에 자리를 양보하지만 그들이 떠나면 즉시 빈자리를 채운다 적막도 마찬가지 진동에 기꺼이 자리를 내준 후 조용히 기다린다 우주 ...

    나를 떠나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 윤석열 ‘검찰왕국’ 대한민국의 향방은? file

      [시류청론] 검찰, 친지, 사대주의자들로 내각-비서관 득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윤 정권의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의 인물들은 예상했던 대로 ‘...

    윤석열 ‘검찰왕국’ 대한민국의 향방은?
  • 바이든이 한미정상회담 서두르는 이유는? file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윤 정부 대북 강경정책 억제 목적인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서울에서 윤석열 신임 대통령 취임 12일 만인 5월 21일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런데 9일 퇴...

    바이든이 한미정상회담 서두르는 이유는?
  • "역사는 그의 관대한 손 안에서 안전하다" file

      [종교칼럼] 살벌한 세상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살벌하다. 날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도시의 밀집지역으로 이사와 살면서 나는 거의 날마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 왜 사이좋게 살지 못하는가. 모두가 어렸을 때 친구...

    "역사는 그의 관대한 손 안에서 안전하다"
  • 평등의 실종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나는 십오 년 전 쯤 선교단체 출신의 목사님 한 분을 알게 되었다. 내 글을 읽고 질문을 하던 분이었다. 그분의 교회에 가서 집회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가까운 분이었다. 그런...

    평등의 실종
  • '망솔한’ 서욱 선제타격 발언, 무엇을 위한 건가 file

    [시류청론] 보류한 ‘대남군사행동계획’ 불러올 수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은 3월 2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서욱 국방장관의 ‘미사일 발사 원점 타격'(선제타격) 발언을 ...

    '망솔한’ 서욱 선제타격 발언, 무엇을 위한 건가
  • "벌어서 남 주자"?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벌어서 남 주자" 113억 기부하고 떠난 99세 의사 오늘 본 기사 제목이다. 얼마 전 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전 교사였던 시절 담임을 했던 반 학생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학생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

    "벌어서 남 주자"?
  •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file

      [시류청론] 천공의 뜻인가, 국민의 뜻인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3년 전, 그의 정신적 스승으로 밝혀진 ‘천공’의 강의가 현재 카톡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의 강연 요지는 "용산...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 [고국 포럼]정선, 도박도시 아닌 휴양도시 file

    조기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유타코리안타임즈 논설주간     이래저래 알게 된 정선은 ‘정선아리랑' 때문이다.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람(八藍) 구암자(九庵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을 모아놓고 팔자에 없는 아들딸 나달라고 산세불공을 맡구서 타관객...

    [고국 포럼]정선, 도박도시 아닌 휴양도시
  • 2022년 3월 3일 새벽의 철수, 이를 배신이라 부르자! file

    [허리케인 칼럼] 안 후보는 4시간 달려와 '소신표'를 던진 동포의 심정을 아시나요 ▲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를 위한 재외투표가 25일 오전 8시부터 27일 오후 5시까지 애틀랜타총영사관 올랜도재외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사진은 올랜도 재외투표소 입구에 ...

    2022년 3월 3일 새벽의 철수, 이를 배신이라 부르자!
  •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file

      [열린창] ‘정권교체’만이 답인가?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 권정생과 강아지똥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 만난 목사님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강아지 똥으로 그리는 하나님 나라>다. 권정생 선생님을 제일 좋아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말도 했다. 나도 그렇다. 지금도 가끔 권정생 선생님을 소재로...

    권정생과 강아지똥
  • “윤석열은 미국이 감당 못할 새 위기 초래할 인물” file

      [시류청론] 독일 언론, 미국 매체, 한국계 미국 교수 등 우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퉁>은 최근 ‘청년들을 위한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은 ‘한국 대선은 이 후보 당선으로...

    “윤석열은 미국이 감당 못할 새 위기 초래할 인물”
  • 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내가 쓰는 글의 주제 가운데 가난과 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런 글들은 예외 없이 인기가 없다. 만일 내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가난과 돈에 관한 글을 쓰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리...

    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 윤석열의 '전술핵 배치' 주장... 미국도 '화들짝' file

      윤 후보 ‘무지’ 드러낸 대선토론... '기대 난망' 분위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대북 선제타격 발언으로 미국까지 불안하게 만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월 22일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요구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 마크 램...

    윤석열의 '전술핵 배치' 주장... 미국도 '화들짝'
  • '강대강' 선회한 북한… 격화하는 북미 대결 file

      "보수 후보의 선제 타격 발언은 북 도발 유발 행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에 맞춰 개최된,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날로 우심...

    '강대강' 선회한 북한… 격화하는 북미 대결
  • 재외 언론인, 무엇으로 사는가 file

    요셉의 꿈, 거위의 꿈 (*아래 글은 지난 2016년 4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재외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최근 세언협 단톡방에서 재외 언론인의 역할, 정체성, 자세 등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재외 언론인,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