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동결’ 선에서 대결 마무리... 제재완화-핵동결-평화협정 합의할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 1월 27일치를 보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성공적인 면담을 했던 바로 다음 날인 1월 19일부터 사흘 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있었던 실무급 회담에서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스티븐 비건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계획'의 폐기, 핵시설들의 폐기 및 검증을 요구했다. 김영철을 만난 후 트럼프의 지시가 있었다는 뜻이다.

최선희와 비건, 또 이와는 별도로 최선희-비건-이도훈(한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같은 시기, 같은 도시에서 따로 만나 실무급회담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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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ICBM 자체를 폐기하라는 미국의 비현실적인 지금까지의 요구가 ‘ICBM 계획’ 폐기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 후퇴한 것이다. ‘ICBM 계획’ 폐기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밝힌 ICBM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전면 중단하는, 즉 ‘핵동결’을 의미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야겠다는 결심으로, 김정은의 뜻을 받아들여 크게 양보한 결과다.

미국이 북한에 전례 없이 큰 선물을 줌에 따라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그간 북미 핵협상의 교착상태를 만들어 낸 원인들은 결국 모두 사라지게 되었다.

또 최선희는 비건에게 제3국의 대북 석유수출을 비롯, 북한과 제3국 사이의 국제금융거래에 대한 제재와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해제하라고 요구했는데 트럼프가 2차 북미정상회담을 꼭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라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선희와 비건은 또, 앞으로 북미협상에서 합의될 내용의 이행을 ‘2020년 안에 끝내자’는 문제를 협의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임기가 사실상 끝나는 내년 10월 말까지 북한의 핵동결문제와 주한미국군철수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이 무렵 미국의 극우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무조건 북한만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이다.’ ‘북한을 파키스탄, 인도처럼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고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 등 즉, 핵동결 선에서 북미 핵대결을 끝내, 북미 국교수립을 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바로 북한통인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주장한 내용이다.

사사건건 반트럼프 세력의 대변인 역할에 충실, 약속이나 한 듯 거의가 반트럼프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마당에 극우 선봉장처럼 비쳐왔던 <월드스트리트저널>이 트럼프의 사기를 돋우고 있음은 진보 매체조차 놀랄 일이다.



비건 “신뢰 부족한 상황에서 ’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 요구는 비 현실적”

 


미국 정부의 이번 큰 양보는 비건의 발언에서 눈치 챌 수 있었다. 12월 21일 한미실무급 회의에 참석차 서울에 온 비건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로드맵을 완성했다. 북한에 설명할 기회를 찾고 있지만 아직 북한이 호응하지 않고 있다. 로드맵에는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조치와 연동된 미국의 상응조치가 담겨 있다. 여기엔 대북제재 문제도 담겨있다.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등을 망라하는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미국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즉, 미국 내에서도 북미 간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등을 망라하는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라고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억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만족할만한 비핵화 관련 계획을 만들어 놓고 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 측과 마주 앉기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밝힌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1월 24일, 1차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동시적이고 균형적으로 이행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대북 제재 문제는 예외"라고 못 박아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김영철을 만난 후부터는 "지금은 민간 부문이 역할이 없지만, 만약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를 만들어내고 올바른 조건이 형성된다면, 민간 부문은 북한이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존 자세와는 달라진 발언을 했다.

이는 김정은이 트럼프-김영철 면담 결과에 만족감을 표했듯, 트럼프 역시‘제재문제도 상응조치에 포함되며 비핵화단계에 맞춰 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음을 말한다.

이제 김정은과 트럼프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간 상호 ‘핵동결’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거사를 해낼 것으로 보여,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때부터 2020년 10월까지 20개월간은 우리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25년간 끌어온 북미 핵대결은 바야흐로 북한이 바라는 대로 종결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실현의 날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외교력은 군사력과 비례한다’는 사실은 진리다.

트럼프가 그토록 바라던 노벨평화상이 헛된 백일몽(白日夢)은 아니었나보다.

거기에 북미 정상회담 성공으로 트럼프의 국내 입지가 어느 정도 호전돼 재선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김정은이야 말로 트럼프의 평생 잊지 못할 은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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