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이야기] 하사용 옹을 생각하며

(올랜도=코리아위클리) 송석춘(독자) = 내가 '가난은 극복할 수 있다'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낡은 신문에서 읽었던 때는 아주 오래전이다. 나이 34살에 군대에서 제대한 지 1년 4개월에 현대 자동차에서 차장으로 막 진급하였을 즈음이다. 미국으로 이민온 지 금년으로 만 45년이 되지만 그때 접했던 제목은 잊혀지지 않는다.

1971년 어느 봄날 서울 시내 자동차 정비공들의 '정신 훈화' 교육을 의뢰받았다. 이 교육은 새마을 운동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때 교육 내용과 함께 받아든 낡은 신문 기사가 바로 위 제목을 달고 있었다. 그리고 제목은 충북 어느 시골에 사는 농부가 한 말이었다.

그날 낮에 정세영 부사장으로부터 "정비과 직원 중 시급 높은 놈 20% 목을 치지 못하면 너 부터 사표 쓰고 나가라"는 고함 소리를 들었다. 또 저녁에는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마끼가이가 무엇이냐, 군대에서 정비장교 했으면 자동차 부속 많이 팔아 쳐 먹었겠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민을 결심하고 이민길에 오를 때 돈이 없어서 나는 일곱 식구 비행기표값을 남에게 빌려 구했다. 그리고 이민 와서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생활을 했고, 생활은 빠듯했으나 우리 부부 한 사람의 임금은 무조건 은행으로 직행했다. 당시 “가난은 극복 할 수 있다”는 한 시골 농부의 말은 그 어느 선인의 말씀보다 내 마음을 붙잡았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을 체험했다. 우리 가족을 미국땅에 오게 해준 취업 공장에서 일에만 열중해 살았는데, 어느날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미국 노인이 정비 장비들을 보여주며 "네 스스로 공장을 해 보라"고 했다. 그래서 이민 온 지 6년 만에 작은 정비공장을 시작하여 31년간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시골 농부 하사용 옹은 "나는 평생 단 10원도 빚이 없으니 IMF가 아니라 IMF 할애비가 온데도 겁나는 것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사실 71년도에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내 주위에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 살더라도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자신만의 기술로 개발하여 습득하여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먹고 사는데는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믿는다.

3500회나 새마을운동 교육을 하였다는 하 옹은 금년에 88세라는 소식이다. 얼마나 반갑고 보고 싶은 지. 사실 3년전에 우리 동기 임관 50주년 기념 모임도 있고, 특히 하 옹을 찾아가 큰 절을 올리고 "당신의 말씀이 진리였습니다. 과연 가난은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 한국 방문을 하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지난 45년간 딱 한번 고국 나들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늙고 병들었으나 그래도 정부나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고 있다. 특히 할멈은 지금 중병을 회복하는 중에도 어느 누구 도움 받지 않고 모든 것을 잘 해결해 나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할멈에게 돈 걱정 하지 말고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하라고 했다. 병을 이겨 내려면 자신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지금 우리집 앞 마당에 동백꽃이 만개하였는데 꽃 주인이 없어 왠지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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