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나 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하늘밭교회) = 기독교 신앙에는 함정이 많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그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모른다. 오히려 반대로 함정에 빠져 그것을 은혜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돌이켜 보면 신앙은 참 처절한 것이다. 아마도 생명의 역사이기 때문이 아닐까. 시인 토마스 엘리엇은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 신앙은 잔인하다. 하지만 내 생각만은 아니다. 예수님은 분명하게 제자들의 미래를 규정하셨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내가 예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규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환난을 당하는 것이 예수님 당시의 제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제자들의 삶에 관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든 제자들은 환난을 당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이다. 내 이해가 틀렸는가. 모르겠다. 조용기목사 같은 사람은 이런 복음이해를 어리석은 것이라고 손짓할 것이고 그를 추종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뒤로 숨을 것이다. 주님은 당신이 환난을 당하는 이유를 세상이 당신을 미워하는 것으로 이해하셨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면 너희보다 먼저 나를 미워한 줄을 알라”

예수님은 세상이 당신을 미워하는 이유를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신다. 그렇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열목어를 떠올려보라. 실패하고 또 실패하지만 마침내 불가능해 보이는 그 엄청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처절하다. 그 처절한 도전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주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평안을 누리게 하시려고 이 말씀들을 하셨다. 하지만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이 주시는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않은 진정한 평안을 누리기보다는 세상이 주는 평안을 누리기를 원한다. 그 처절한 도전을 피하고 싶고 환난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해는 간다. 나도 인간이다. 나 자신은 물론 내 가족들이 세상에서 잘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유혹이며 그것이 바로 함정에 빠지는 이유이다.

그래서 제자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제자가 버린 그 모든 것을 주님이 책임지신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위탁이다. 주님은 그렇게 당신이 위탁받은 모든 것을 책임지신다. 달리 말하면 그렇게 위탁을 해야 주님이 책임지신다. 모리아산에서 아브라함이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그때부터 이삭은 아브라함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리 하에 들어갔다. 그것이 성서가 말하는 평안이다.

모두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쓴 글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글은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와 그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 쓴 글이었다. 별 내용이나 깊은 통찰이 없었는데 조회 수가 급상승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기란 어렵지 않다. 그분과 그분 일가를 폄훼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지만 그분들이 성공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성공을 했는데도 그분들이 깨끗한 신앙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요즘 핫한 ‘근사한 신앙’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신앙생활을 잘 하면서 편안한 삶을 즐기는 것보다 더 그리스도인들이 사모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큰 함정인 ‘근사한 신앙의 함정’이다. 그건 진지한 신앙과 참 유사하다. 사모할 만하다. 하지만 ‘근사한 신앙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유사그리스도인(Almost Christian)들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내 표현이 단정 짓는 것 같아 미안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유사그리스도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물론 환난도 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근사해 보인다. 그리고 그래서 그것을 함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토한 것을 도로 먹는 개 같이 미련한 짓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상은 참 그리스도인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 그래서 예수의 제자들은 세상의 미움을 받고 환난을 당한다. 여전히 망설여지지만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예수의 제자들이 사모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세상의 미움이며 환난이다. 그것만이 처절한 도전의 결과이며 잔인한 생명의 역사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번제에 쓸 장작을 둘러매고 모리아산으로 향하는 아브라함의 심정을 상상해보라. 그것은 비장함 자체이다. 의심과 불신이 두려움의 칼날이 되어 그의 마음을 후벼 팔 때 아브라함은 그 비장함으로 모든 불안을 떨쳐버리고 마침내 이삭의 목에 비수를 내리꽂았다. 이것이 믿음이며 이것이 우리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기독교 신앙이다.

‘근사한 신앙’은 없다. 그것은 함정이다!!

  • |
facebook twitter google plus pinterest kakao story band

  • '미국 따르미' 윤 정부, 북중러 모두 적대국 만들려나 file

      [시류청론] 군사-경제 양면으로 위기 맞은 대한민국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한국 해군 소함대는 6월 2일부터 4일까지 오키나와 근해 공해상에서 로널드레이건(10만t급) 항모전단에 끼어 해상무력 시위를 벌여 중국을 극도로 자극했다. 한국 해군이 한...

    '미국 따르미' 윤 정부, 북중러 모두 적대국 만들려나
  • 맨바보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2014년 어찌어찌하다 내 책이 하나 나왔다. 제목이 좀 길다. <행복한 바보새 되어 부르는 노래>다. 일종의 신앙수필집이다. 수록된 수필 가운데 “바보새”라는 글이 있어 바보새를 책 제목으로 하려 했는데 ...

    맨바보
  • 부자 미국에 선물 가득 안겨준 ‘비정상회담’ file

      [시류청론] 남북간 긴장, 동북아 불안정만 더 높아져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두 나라와 각각 ‘북중러 압박용’ 정상회담을 하자 상대방 3국이 무력시위를 벌이는 등 동북아시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5월 25일 아침 일...

    부자 미국에 선물 가득 안겨준 ‘비정상회담’
  • 나를 떠나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file

      [시선] 호월(올랜도 거주 과학시인) 암흑은 우주의 배경이자 근본 얼른거리던 빛들이 사라지면 어둠은 제자리로 돌아온다 빔(空)도 사물에 자리를 양보하지만 그들이 떠나면 즉시 빈자리를 채운다 적막도 마찬가지 진동에 기꺼이 자리를 내준 후 조용히 기다린다 우주 ...

    나를 떠나 우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 윤석열 ‘검찰왕국’ 대한민국의 향방은? file

      [시류청론] 검찰, 친지, 사대주의자들로 내각-비서관 득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사에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윤 정권의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의 인물들은 예상했던 대로 ‘...

    윤석열 ‘검찰왕국’ 대한민국의 향방은?
  • 바이든이 한미정상회담 서두르는 이유는? file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윤 정부 대북 강경정책 억제 목적인 듯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서울에서 윤석열 신임 대통령 취임 12일 만인 5월 21일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취임 후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런데 9일 퇴...

    바이든이 한미정상회담 서두르는 이유는?
  • "역사는 그의 관대한 손 안에서 안전하다" file

      [종교칼럼] 살벌한 세상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살벌하다. 날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감정이다. 특히 도시의 밀집지역으로 이사와 살면서 나는 거의 날마다 그런 감정을 느낀다. 왜 사이좋게 살지 못하는가. 모두가 어렸을 때 친구...

    "역사는 그의 관대한 손 안에서 안전하다"
  • 평등의 실종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나는 십오 년 전 쯤 선교단체 출신의 목사님 한 분을 알게 되었다. 내 글을 읽고 질문을 하던 분이었다. 그분의 교회에 가서 집회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가까운 분이었다. 그런...

    평등의 실종
  • '망솔한’ 서욱 선제타격 발언, 무엇을 위한 건가 file

    [시류청론] 보류한 ‘대남군사행동계획’ 불러올 수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은 3월 2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서욱 국방장관의 ‘미사일 발사 원점 타격'(선제타격) 발언을 ...

    '망솔한’ 서욱 선제타격 발언, 무엇을 위한 건가
  • "벌어서 남 주자"?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벌어서 남 주자" 113억 기부하고 떠난 99세 의사 오늘 본 기사 제목이다. 얼마 전 한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예전 교사였던 시절 담임을 했던 반 학생이다. 유감스럽게도 그 학생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

    "벌어서 남 주자"?
  •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file

      [시류청론] 천공의 뜻인가, 국민의 뜻인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윤석열 당선인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3년 전, 그의 정신적 스승으로 밝혀진 ‘천공’의 강의가 현재 카톡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의 강연 요지는 "용산...

    윤석열 당선인이 '용산'에 집착하는 이유는?
  • [고국 포럼]정선, 도박도시 아닌 휴양도시 file

    조기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 유타코리안타임즈 논설주간     이래저래 알게 된 정선은 ‘정선아리랑' 때문이다. ‘강원도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람(八藍) 구암자(九庵子) 유점사 법당 뒤에 칠성단을 모아놓고 팔자에 없는 아들딸 나달라고 산세불공을 맡구서 타관객...

    [고국 포럼]정선, 도박도시 아닌 휴양도시
  • 2022년 3월 3일 새벽의 철수, 이를 배신이라 부르자! file

    [허리케인 칼럼] 안 후보는 4시간 달려와 '소신표'를 던진 동포의 심정을 아시나요 ▲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를 위한 재외투표가 25일 오전 8시부터 27일 오후 5시까지 애틀랜타총영사관 올랜도재외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사진은 올랜도 재외투표소 입구에 ...

    2022년 3월 3일 새벽의 철수, 이를 배신이라 부르자!
  •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file

      [열린창] ‘정권교체’만이 답인가?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

    촛불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 권정생과 강아지똥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어제 만난 목사님으로부터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강아지 똥으로 그리는 하나님 나라>다. 권정생 선생님을 제일 좋아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말도 했다. 나도 그렇다. 지금도 가끔 권정생 선생님을 소재로...

    권정생과 강아지똥
  • “윤석열은 미국이 감당 못할 새 위기 초래할 인물” file

      [시류청론] 독일 언론, 미국 매체, 한국계 미국 교수 등 우려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독일 유력 주간지 <디 차이퉁>은 최근 ‘청년들을 위한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은 ‘한국 대선은 이 후보 당선으로...

    “윤석열은 미국이 감당 못할 새 위기 초래할 인물”
  • 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내가 쓰는 글의 주제 가운데 가난과 돈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런 글들은 예외 없이 인기가 없다. 만일 내가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면 가난과 돈에 관한 글을 쓰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리...

    황당한 사람들의 이야기
  • 윤석열의 '전술핵 배치' 주장... 미국도 '화들짝' file

      윤 후보 ‘무지’ 드러낸 대선토론... '기대 난망' 분위기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대북 선제타격 발언으로 미국까지 불안하게 만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월 22일 '미국에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를 요구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 마크 램...

    윤석열의 '전술핵 배치' 주장... 미국도 '화들짝'
  • '강대강' 선회한 북한… 격화하는 북미 대결 file

      "보수 후보의 선제 타격 발언은 북 도발 유발 행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에 맞춰 개최된, 김정은 총비서 주재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에서 “날로 우심...

    '강대강' 선회한 북한… 격화하는 북미 대결
  • 재외 언론인, 무엇으로 사는가 file

    요셉의 꿈, 거위의 꿈 (*아래 글은 지난 2016년 4월 2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재외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심포지움에서 발표한 것입니다. 최근 세언협 단톡방에서 재외 언론인의 역할, 정체성, 자세 등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재외 언론인, 무엇으로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