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유라시아의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Newsroh=강명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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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그네의 여정(旅程) 중에 기독교 문화권을 다 지나 이슬람 문화권에 들어섰다. 터키와 이란 그리고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지나서 중국에 들어가서도 신장 위구르 지역까지 거의 전 일정의 절반 정도를 이슬람 문화권을 통과하게 되어있다. 전세계 57개국 15억 인구가 이슬람 인인데도 그들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나의 평화마라톤과 평화와 평등의 종교 이슬람이 만나서 펼쳐놓을 이야기보따리가 나 자신도 궁금해진다.

 

서구가 만들어놓았던 왜곡(歪曲)의 시각이 아니라 아무런 편견 없이, 아무런 사전지식이 있을 리 없는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마주친 사실들을 날것 그대로의 문화적 현상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이것은 분명 서방세계가 자기 국익을 위해 만들어놓은 이슬람의 이미지와는 분명 거리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통일 이후 평화의 세기를 이끌어갈 사람들에게는 21세기는 우리가 인식의 주체가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절실하다. 평화의 시대에 물질적 가치보다는 영성적(靈性的) 가치가 더 고귀한 가치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의 삶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터키의 국경을 넘어서 제일 먼저 만난 도시는 에디르네이다. 에디르네에 들어서자 하굣길에 학생들이 친근하게 다가오며 인사를 한다. 그들은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형제의 나라’라며 반긴다. 터키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신들의 조상이 몽골 초원에 살던 튀르크 족이며, 오랜 세월에 걸쳐 서쪽으로 이동해서 세운 셀주크 제국과 오스만 제국이 자신들의 역사라고 배운다.

 

에디르네는 터키 북서쪽 에디르네 주의 수도이며 옛 오스만 제국의 수도이기도 했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건설하였다고 오래 전에는 아드리아노플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도시이다. 불가리아부터 흘러내려오는 마리차 강과 툰자 강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한 도시는 하늘을 찌를듯한 미나레트가 저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미나레트는 아랍어로 ‘빛을 두는 곳, 등대’를 의미하는 '마나라'에서 유래하였다. 도시 한가운데 셀리미예 모스크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서있다. 378년에는 로마군과 서고트군이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던 곳이고 터키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에디르네의 아침을 깨우는 것은 모스크에서 들려오는 코란낭송 소리이다. 기독교와 불교는 종이 있는데 이슬람교에는 종이 없다. 확성기를 통해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가 나그네의 곤한 잠을 깨우고 만다. 하루에 다섯 번 기도 시간을 알리는 방송을 한다. 오늘도 복잡하고 비좁은 찻길을 달리는 여정의 안전을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출발한다. 도로는 지금까지 지나온 나라들보다 좋은 편이다. 오늘은 두 번이나 군인들에게 불심검문(不審檢問)을 당한다. 경찰이 아니고 군인이 불심검문을 한다는 것은 정정(政情)이 불안하다는 의미로 나는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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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마을마다 모스크가 있기도 하지만 초기 기독교의 7대 교회가 여기에 다 있다. 그러므로 터키는 아시아인에게도 유럽인들에게도 이질감과 동질감을 동시에 주는 곳이기도 하다. 튀르크 민족이 어떤 시련을 겪으며 이 땅의 주인이 되었는지, 어떻게 오스만 제국이 세워 지난 600년 간 얼마나 광대한 제국을 다스렸는지 더듬어 갈 것이다. 그들은 왜 우리와 서로 ‘형제의 나라’라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하는지 이 땅을 달리면서 사색하고 공부하는 것도 뜻 깊은 일이겠다.

 

터키는 건국 기원을 돌궐(突厥)이 중국의 유연(劉淵)으로부터 독립을 해서 나라를 세운 552년을 삼는다. 튀르크족은 동쪽에 있을 때 우수한 철 생산 기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연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유연의 왕들은 튀르크 족이 만들어 준 철제 무기 덕분에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하였다. 당시 유연의 왕 아나괴는 숙부의 반란으로 골치를 썩었다. 이때 부민은 아나괴를 도와 반란을 제압한 다음 공주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나괴는 부민에게 “대장장이 주제에 감히 나의 딸을 넘봐? 너는 나의 노예라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라!”라고 화를 내며 면박을 주었다.

 

아나괴가 자신의 청혼을 거절하며 모독하자 부민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부민이 유연에 철제 무기를 공급을 끊자 유연은 차츰 힘을 잃게 되고 말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부민은 튀르크 부족을 이끌고 유연을 공격해 나라를 세운 뒤 카간에 올랐다. 부민에게 패한 아나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민이 세운 나라가 바로 튀르크 족이 세운 최초의 나라이며 터키는 이 해를 건국의 해로 기념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부르는 돌궐은 오랑캐라는 뜻이다. 튀르크 즉 돌궐은 터키에서 멀리 떨어진 몽골 초원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돌궐은 한때 만주를 호령하던 고구려와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기도 했다. 이들은 6세기 후반에 몽골 초원을 아우르는 제국으로 발전하다 동 튀르크, 서 튀르크로 분열되었다. 서 튀르크의 일족인 셀주크 튀르크가 점차 서쪽으로 이동해서 셀주크 튀르크제국을 세웠다. 그 뒤를 이어 오스만 제국이 나타나고 이를 계승한 나라가 터키이다. 우리의 건국신화에 호랑이와 곰이 등장하듯이 터키의 건국신화에는 늑대가 등장한다.

 

튀르크족의 영역은 아시아를 넘어 지중해 동부와 몽골 고원까지, 그리고 중부 볼가 분지와 카자흐스탄의 시베리아 경계 지역까지 광범위하게 뻗어있다. 이 지역에는 터키 공화국 외에도 6개의 독립된 튀르크족 국가가 존재한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이다. 이밖에도 여러 나라에서 지치지역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들 국가 중에 아제르바이잔만 빼고 나는 모두 거쳐 갈 것이다. 튀르크족의 영욕의 그림자를 따라 달려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어쩌면 나의 피 속에 튀르크족의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가슴에 사막의 모래바람 같은 광풍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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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강명구의 마라톤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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