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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패러독스 ‘총기’

- 총기규제 시위에 나선 학생들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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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수) 오전 10시, 미 전역의 학생들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시위는 17분간 이어졌다. 한 달 전 같은 시각, 플로리다주 한 고등학교에서 목숨을 잃은 17명의 학생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Enough로 명명된 이날 시위에서 학생들은 “이제 충분하다” “다음은 우리 차례인가” “더 이상은 안된다”며 목놓아 외쳤다.

전국에서 시위에 참여한 학생 인원만 100만명. 1960년대말 베트남전 학생 시위 이후 최대 인원이다.

 

개인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나라는 전 세계에 35개국 가량 된다. 미국인의 총기 보유수는 그 중 압도적이다.

미국 시민 100명당 89명이 총을 가지고 있다. 그 뒤를 스웨덴(31.6), 오스트리아(30.4), 프랑스(31.2), 독일(30.3) 등이 잇는다.

 

높은 총기 보유율과 쉬운 총기구매과정,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총기를 보유한 나라답게 미국은 매년 총기사고로 3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가히 대량학살 수준이다.

 

대규모 총기 학살극이 일어나면 미국인들은 한 목소리를 낸다. 가족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고 피의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이들을 걱정한다. 두번 다시 비극이 벌어져서는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총기규제와 총기회수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정치인들을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진다.

 

그러나 잠깐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비극이 지워지는 시간보다 더 빠르고 무섭게 총기는 날개돋힌 듯 팔려 나간다.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2007년 버지니아텍, 2012년 오이코스 신학대학과 샌디훅 초등학교, 2015년 움프콰 칼리지, 2016년 UCLA, 2017년 란초 테하마 초등학교.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대형 총기 학살극만 꼽아도 숨이 벅차다. 지난달 또다시 17명이 희생된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돌고 도는 비극의 쳇바퀴다.

 

비극의 악순환은 총에 미친 ‘미치광이’ 학살자들의 탓이 아니다.

1791년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무기를 소지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는 구절이 21세기에도 살아남은 탓이다.

 

미 전역의 학생들이 “이젠 충분하다”며 총기규제 시위를 벌이던 14일(수), 캘리포니아주 한 고등학교에서 경찰관 출신 교사가 총기 안전교육을 실시하다 오발사고를 내 3명의 학생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날, 미국 하원에서는 총기규제가 빠진 ‘학교폭력제재 법안’이 통과됐다.

플로리다 학교총기 난사사건 이후 ‘교사 20%를 훈련시켜 총기를 지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경악과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에 대한 지지도 만만치 않다.

 

‘자유의 상징’ 미국이 총기를 규제하지 못하는 이유가 헌법이 보장한 ‘총의 자유’ 때문이라는 패러독스.

다분히 미국적인 역설로 인해 머지 않아 또 다른 총기 학살 뉴스로 보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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