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roh=황길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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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를 통과하는 고속도로의 거의 전 구간이 산악지형이다. 록키산맥처럼 엄청 높은 고개는 없지만 완만한 언덕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사방이 탁 트인 평지에서 직선으로 달리다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 언덕길을 수백 마일을 달리려니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대관령 고개길로 가는 셈이다.

 

베드포드(Bedford) 월마트에 도착했다. 마지막 배달을 완료했다. 끝까지 후진은 네이슨 도움을 받았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방향을 지시하는 네이슨의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웠다. 이제 집에 가나 했더니 다른 배달이 들어왔다. 그것도 하이 밸류다. 오하이오로 역진(逆進) 후 코네티컷으로 가는 화물(貨物)이다. 오하이오로 가서 저녁에 화물을 실은 후 내가 밤새 운전해 핏스톤 터미널까지 가기로 했다. 내일 아침에 핏스톤에서 나는 내려 뉴욕행 버스를 타고 네이슨은 계속 운전해 배달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 오하이오 모리스타운 트럭스탑에서 샤워를 했다. 출발하려는데 디스패처가 하이밸류라서 내가 배달 마칠 때까지 있기를 바랬다. 고가품을 운송할 때는 한 명은 항상 트럭에 있어야 한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 늦어지지만 그 정도는 괜찮다.

 

오하이오 레이놀즈버그(Reynoldsburg)에서 이미 물건이 실려 있는 트레일러를 연결해 오후 8시에 출발했다. 약 14시간 운전거리다. 네이슨은 70번 도로 대신 80번 도로로 경로를 잡았다. 80번 도로는 톨비가 없다는 이유였다. 운전도 70번 도로에 비해 편했다. 산길을 달리니 도로 위로 구름이 몰려오고 조금 내려가면 비가 되어 내렸다.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세차게 쏟아 붓는 경우도 있다.

 

 

TNT 종료

 

 

고가품을 운송할 때는 출발해서 200마일 이상을 운전한 후 쉬어야 한다. 도착지 200마일 이내 거리에서 쉬어서도 안 된다. 시간과 거리를 따져보니 400마일 남은 거리에서 한 번 쉬고 200마일을 더 간 다음 네이슨과 교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GPS로 가까운 트럭스탑을 찾아 들어갔다. 비가 좀 세게 와서 출구를 나갈 때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런데 몇 번 출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가품 운송 시 차량이 멈출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도로, 출구, 지명, 휴식 예정시간을 적어 퀄컴 단말기로 회사에 보낸다. 할 수 없이 구글맵을 찾아 봤다. “길, 너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지. 도로 표지판 안 읽었어?” 네이슨의 호통이 이어진다. “비가 넘 많이 와서 못 봤어.” “그건 변명이 안 돼. GPS에 나와 있었을 것 아냐. 내가 항상 얘기하잖아.” 맞는 말이다. 내가 아직 서툰 탓이다.

 

30분 휴식 후 트럭스탑을 빠져 나와 고속도로로 들어가기 위해 우회전 하려는데 네이슨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좌회전을 하란다. 왜 이러나 내가 뭘 잘못 알았나 싶어 주저하며 좌회전을 했다. 사거리에 가니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랐다. 네이슨은 어? 여기가 진입로 아니네 한다. 나는 얼른 유턴했다. 사거리에서 트럭이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 할 운행 중의 하나가 유턴이다. 심야에 차량 운행이 드문 곳이니 가능했다. 네이슨은 “내가 잘못 했네” 한마디 한다. 내가 또 다른 네이슨이었으면 엄청 쏟아 부었겠지. 네이슨도 사람인지라 운전하다 간혹 실수한다. 이런 경우 ‘나는 거봐 내 말 맞지?’ 하고 얘기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침묵(沈默)한다. 그러면 알아서 반성한다.

 

얼마 후 갑자기 비가 강해졌다. 와이퍼 속도를 최대로 올렸다. 자는 줄 알았던 네이슨이 소리친다. “길!, 너가 와이퍼를 얼마나 빨리 작동시키는 지는 상관 없는데 와이퍼 속도를 최대한으로 했다는 것은 잘 안 보인다는 뜻이고 속도를 줄여야 해.” “안 그래도 속도 줄이려 그랬다.” 저 인간 왜 자다가 이때 깨서는 잔소리야.

 

“목적지 200마일 이내에서는 스탑 안 하게 돼 있지만 예외 상황이 있어. 두 운전자가 바로 교대할 때는 예외야.” “그런 거였어?” 그럼 아까 쉴 필요가 없었다. 내가 갈 수 있는 시간까지 최대한 가보기로 했다. 뉴저지 마와(Mahwah)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다음 트럭스탑은 너무 멀었다. 마와에는 몇 곳의 트럭스탑이 있는데 대부분 규모가 작았다. 게중 가장 큰 곳으로 했는데도 트럭 주차 공간이 10대 정도에 불과했다. 북동부에서는 제대로 된 트럭스탑을 찾기 어렵다.

 

동틀 무렵이 다가오니 도로에 차량의 댓수가 많아졌다. 아침 일찍 출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이다. 속도가 느려졌다. 트럭 운전을 하면서 별로 본 일이 없는 현상이다. 주변에 차가 많으면 불편하다.

 

10마일을 남겨 두고 네이슨을 깨웠다. 마와 트럭스탑은 예상과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지도를 확인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고속도로를 나와 유턴한 다음 다시 남쪽으로 들어가 다른 길로 빠지고 거기서 다시 P턴을 해서 다른 도로로 들어간 다음 중간길로 빠지고 어쩌고 거의 미로(迷路) 수준이다. 네이슨 아니었으면 분명 길 잃었다. 물론 네이슨의 잔소리는 덤으로 들어야 했다. “길, GPS 화면 쳐다보지 말고 도로 표지판을 보란 말이야. 고속도로 중간에 서지 말라고.” 아, 수련이 끝나는 날 아침까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간신히 찾은 트럭스탑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었다. 공간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일반 승용차 주유 공간으로 들어가 트럭을 뺐다. 나는 여기서 나가려고 했는데, 네이슨은 겨우 하나 남은 공간에 대려고 했던 모양이다. 이리저리 좁은 공간에서 간신히 트럭을 돌리게 하더니 후진을 시켰다. 이런 어려운 후진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스탑! 뒤를 보라고. 길! 다른 차 거의 칠 뻔 했어. 한쪽만 보지 말라고. 그러다 사람도 칠 수 있어.” 네이슨 이 녀석 이럴 때는 정나미 떨어지게 얘기한다. 그래놓고 나중에는 또 해맑게 웃는다. 으이그.

 

트럭스탑에서 뉴욕식 델리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계란, 베이컨, 치즈를 롤빵에 끼워 먹는 것. 그동안 간간이 택시 운전하며 먹던 할랄 푸드가 생각났다. 트럭 운행 반경에서는 그런 음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운전 교대 후 나는 뒷칸으로 들어가 잤다. 길은 아까보다 더 막혔다. 근처에 사고라도 난 모양이다. 일어나니 목적지인 커네티컷 East Hartford였다. 네이슨은 닥에 트레일러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고가품은 튼튼한 봉인(封印)을 설치한다. 이번 경우에는 두 개나 달렸다. 커다란 절단기 아니면 끊을 수 없다.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시간을 보니 한두 시간 이상을 기다린 것 같다.

 

봉인을 절단하고 트레일러 문을 여니 예상과 달리 팰릿에 실린 짐이 아니라 그냥 박스에 담긴 짐이 절반 가량 쌓여 있다. 직원들 여러 명이 장비를 설치하고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은 닥 내부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인데 여기서는 내가 화장실 가기 위해 닥 내부로 들어가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고가품이라며?

 

물건 내릴 동안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가져갈 가방이 4개다. 그나마 가져온 음식은 거의 다 먹어서 그 정도다. 네이슨은 이것저것 물건을 챙겨줬다. 자물쇠며 트럭 운행에 필요한 것들이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네이슨에게 줬다. “아 이 헤드셋 챙겨가. 너 준다고 했잖아.” 수련 기간 중 내가 사용했던 헤드셋이다. 사려면 50달러 넘는다. 갑자기 창문에서 가민 GPS를 떼서 내게 내밀 때는 적잖이 놀랐다. “가져가. 너 이것에 익숙하잖아.” “너도 필요하잖아. 나는 퀄컴 보면 돼.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은 다 알고 있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3~4백 달러 넘는 트럭 GPS를 내게 준 것이다. “그리고 이거 주유 포인트로 산 거야. 돈 안 들었어.” 구입한 지 얼마 안 되는 물건이다. PSD 수련 중에 네이슨이 트럭스탑에서 새 물건으로 교환 받는 것을 봤다. 영수증만 있으면 물건 하자(瑕疵) 시 한달 내 어디서도 교환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대쉬캠도 주고 싶지만 이건 나도 필요해. 사고 났을 때 화면이 있어야 하니까.”

 

배달처에서 나오는데 거의 주택가에 인접해 있었다. 도로는 좁고 운행은 불편했다. 이런 곳에 배달 오는 것 달갑지 않다. 밀포드까지 한 시간 가량 고속도로로 이동했다. 가는 길 왼쪽으로 바다가 보였다. “길, 바지 벗고 저기 뛰어 들자고”. 농담을 한다. “태평양에서 대서양까지 우리 미대륙 횡단했네.” “그래 남서부에서 북동부까지 왔지.” 트럭으로 둘이서 온전히 대륙 횡단했다. 가면서도 네이슨은 이런 저런 팁을 알려주었다. 내가 로그아웃 하지도 않았는데 회사에서 내 이름을 이미 퀄컴 단말기에서 뺐다. 솔로 드라이버 모드가 되니 운전 중에 문자 메시지를 읽을 수 없었다. 대신 음성 메시지로 변환해 들을 수 있었다. 네이슨이 사용법을 알려줬다. 불편하다.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항상 미리 운행 계획 세우고, 운전할 때 표지판 잘 살피고, 익숙해질 때까지 후진할 때는 내려서 꼭 뒤를 확인하라는 얘기다.

 

밀포드에 도착해 트레일러를 세척하고 옆의 파일럿 트럭스탑에 주차했다. 한낮인데도 무료 주차공간은 다 찼고 유료 공간만 남았다. 주차 요금이 거의 20달러 가깝다고 했다. 네이슨은 우버 택시를 불러주었다. 기다리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몇 달을 같이 다니면서도 이렇게 둘이서 찍은 적은 처음이다. 악수와 포옹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밀포드 기차역에 도착해 표를 사고 기다렸다. 문자가 왔다. 길, 아까 찍은 사진 좀 보내줘. 10/4 트럭커들의 은어(隱語)다. 알았다는 뜻이다. ‘고마워 친구. 순두부 찌게 엄청 맛있었어.’ 하나 남은 순두부찌게 햇반을 주고 왔다. ‘벌써 먹었어?’ ‘엄청 배고팠어. 진짜 맛있더라.’ 지난 번 집에 왔다 갈 때 두 개 샀는데 사실 기대보다 맛은 별로였다. 맛있게 먹었다니 좋다. ‘기차 도착했어?’ ‘몰라 언제 올지. 좀 늦어지나봐.’ ‘그럴 줄 알았으면 아까 같이 밥 먹을 걸 그랬다.’ 그 사이 기차가 도착했다. 내가 보낸 사진을 네이슨은 자신의 페북에 올렸다. 새로 솔로 드라이버의 경력을 시작할 나의 앞날에 행운을 빌었다. 지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네이슨 엄마와 빌도 있었다. 다윈은 나중에 메신저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윈은 나중에 가족과 함께 꼭 오라고 했다.

 

짐이 많았지만 누가 도움이라도 주듯 차편이 수월하게 연결돼 집까지 잘 왔다. 지하철에서는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집에 거의 도착해 네이슨에게 집에 거의 도착했다고, 짐 받았냐고 문자를 보냈다. 내일 받아서 모레 펜실베이니아로 가는 물건을 받았다 했다. 집에는 월요일 쯤 갈 것 같다고. 혼자서는 절반의 속도로 밖에 이동 못 한다.

 

생각해보니 마지막까지 어려운 코스와 실수가 많았던 것이 오히려 좋은 경험이었다. 실수를 했고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실전에서는 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당장 마지막 운행만 봐도 오하이오 레이놀즈에서 트레일러 연결할 때 킹핀이 fifth wheel에 걸리지 않고 위에 얹힌 일이 있었다. 네이슨이 없었으면 나는 그대로 계속 후진했을 것이고 트럭 후미 연결부와 트레일러 머리가 부딪치는 사고가 날 뻔 했다. 이 경우 어떤 느낌이고 어떻게 조치하는 지를 배웠으니 앞으로 같은 사고가 날 일은 없다.

 

네이슨은 트레이너로서 해야 할 일 이상을 내게 했다. 수련생의 성취는 아랑곳 않고 필요한 거리만 채우면 터미널에 수련생을 던지듯 버려 놓고 가버리는 트레이너도 있다고 들었다. 네이슨은 나를 친구로 가족으로 받아 들였다. 그는 진실한 우정(友情)과 열정(熱情)을 보여줬다. 내 실수에 화를 낸 것도 나를 염려하는 마음의 표시였다. 그가 그토록 내게 정성을 쏟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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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네이슨의 돌연한 사표

 

 

어제 오후 네이슨에게서 문자가 왔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스프링필드 본사에 맡겼단다. 체인락과 로드락은 거기서 맡아 주지 않는다고 했다. 네이슨은 회사를 그만뒀다. 트럭을 반납하고 쓰던 용품을 내게 양도했다. 일부는 회사에서 맡아 주지 않아 샵에 팔았을 것이다. 트럭용 냉장고 신품은 500달러 가량 한다.

 

TNT 중간 네이슨 집에 휴가갈 무렵 그가 회사를 그만두려는 것을 알았다. 네이슨은 운전은 오래 했지만 트럭킹을 한 것은 2년이 안 된다. 그 기간 동안 사람이 소진(消盡)되어 버린 모양이다. 트럭 일이 그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네이슨은 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 했다. 페북에도 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회사에서 알게 되면 거지 같은 화물만 줄 것이라 했다.

 

졸지에 나는 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수련생이 됐다. 첫 번째 학생은 말했다시피 7개월이 넘는 수련 후 연락두절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사람은 누구나 훈훈한 마무리를 하고 싶어 하는 법. 네이슨은 남달리 내게 더 신경을 썼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나의 후진(後進)은 완벽하지 못하다. 물가에 아이를 내 놓는 심정이 아닐까. 자기가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언제든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했다.

 

네이슨은 아직 진로를 확실히 정한 것은 아니다. 여름 동안 아이들과 보내며 휴식을 취한 후 다음 직장을 구할 것이다. 오너 오퍼레이터와 계약하는 랜드스타에 들어가 집 가까운 곳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가지고 트럭 일을 계속할 수도 있다. 트럭킹 자체에 회의감을 갖고 있어 다른 직종으로 옮길 가능성도 높다. 네이슨은 오일 필드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이 있다. 마침 그의 새아버지인 다윈이 아프리카 차드에서 석유 시추공 굴착(掘鑿) 일을 한다. 다윈에게 얘기해서 그쪽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아프리카에 가면 한 달 일하고 한 달 쉰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있다. 집에 가면 네이슨은 아이들과 플로리다로 놀러 갈 것이라 했다. 지난 번 플로리다 휴게소에 들렀을 때 관광 안내책자를 여러 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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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어 경력을 바꾸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두려움도 있고 고민도 컸을 것이다. 거기 비하면 나는 살면서 직종 바꾸는 일을 참 쉽게 했다. 그 당시 내게 닥친 일을 별 어려움 없이 받아들였다.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었고 무슨 일을 하든 전공인 영화(映畫)와 관련성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하긴 영화가 걸리지 않는 분야가 세상에 어디 있으랴.

 

집에서 쉬며 솔로로 일할 때 필요한 개인 용품들 몇 가지를 주문했다. 며칠 후면 본사로 돌아가 업그레이드 교육 후 내 트럭을 받는다. 아내는 내가 집에 있으니 편하고 좋다고 한다. 새로 취직한 직장에 적응하느라 고생이 많다. 살도 빠졌다. 나도 뱃살과 볼살이 쏙 빠져 체중이 많이 준 줄 알았더니 1~2kg 정도 밖에 안 빠졌다. 허리띠는 두 칸을 줄였는데 신기한 일이다. 달리는 트럭에서 잠을 자다보니 그 진동에 지방이 분해됐다고 밖에는 해석이 안 된다. 솔로로 일하면 다시 살이 찔까?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출발

 

 

뉴욕 와서 소수의 사람들만 만났다. 화요일이 정기 동문회 모임이라 여러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주말 야유회 관계로 이번 달은 취소됐다. 그동안 조용히 집에서 휴식하며 트럭 운행 시 필요한 도구를 인터넷으로 하나둘씩 주문했다. 전화기도 용량 큰 것으로 교체했다. 내가 쓰던 전화기는 아들 녀석에게 양도했다. 딸 아이 전화기도 마침 고장 나 내것 보다 좋은 모델로 주문해줬다. 매번 떨어뜨려 스마트폰 스크린에 금을 내기에 이번에는 스크린 보호 강화 유리와 스마트폰 케이스도 함께 주문해줬다.

 

그저께 플릿매니저와 통화했다. 오는 금요일 펜실베이니아 핏스톤 터미널에서 업그레이드 교육에 참가하라고 했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신규 모집 오리엔테이션과 달리 업그레이드는 일주일에 두세번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모양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어떤 내용이 있나 궁금해 페이스북 프라임 드라이버 그룹에 질문을 올렸다. 업그레이드는 교실 강의,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CBT)과 시뮬레이터 주행 실습 등으로 이뤄져있다고 들었다. 본사인 스프링필드에서는 한 일주일 걸리는 모양이다. 핏스톤은 규모가 작아 어떤 사람은 교육 참가 다음날 트럭을 받고 그 다음날 첫 화물을 받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본사는 인원도 많고 뭔가 정식으로 하는데 반해 핏스톤은 분교 개념으로 형식만 갖추는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나도 이번 주 내로 트럭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 스프링필드에서 교육을 받고 트럭이 없어 핏스톤에 가서 트럭을 받았다는 사람도 많다. 단, 핏스톤의 트럭은 모두 중고 차량이라고 했다. 새 트럭이 좋긴하지만 초보 트럭커로서 문제 없이 굴러만 가면 중고도 감지덕지(感之德之)다. 네이슨이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스프링필드 디테일샵에 맡겨 뒀기 때문에 본사에 가기 전까지는 냉장고 없이 지내야 할 판이다.

 

오리엔테이션 오피스로 9시 30분까지 가야 한다. 교육은 10시 30분 시작이지만 항상 1시간 미리 가는 전통이 프라임에는 있다. 문제는 뉴욕에서 핏스톤까지 가는 버스가 오전 8시가 첫 차다. 그 차를 타면 늦다. 최소한 전날 막차인 새벽 0시 30분 버스는 타야 한다. 새벽 4시경 버스터미널에 내려 셔틀 버스 기사에게 픽업을 요청해야 한다. 새벽 5시면 핏스톤 터미널에 도착할 것이다. 다섯 시간 가량 시간을 보낸 후 교육에 참가해야 한다.

 

내 트럭을 받으면 이름을 붙여줄 생각이다. 마음에 드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트럭은 내 생활 공간이자 수행공간이다. 지금까지는 석굴암을 패러디한 ‘철굴암’이 유일한 후보다. 발음이 좀 구리긴하다. 어떤 트럭이 내게 올까?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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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여왕이 김정은에 친서를 보낸 이유는?
  • 김정은 “주적은 한미 아닌 전쟁 그 자체” 강조한 이유는? file

      [시류청론]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미국, 행동으로 보여줘야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조선중앙통신> 10월 12일치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월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기념연설에서 "이 땅에서 동족끼...

    김정은 “주적은 한미 아닌 전쟁 그 자체” 강조한 이유는?
  • 형통함과 신앙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구원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리스도인들이 바라는 것은 구원이 아니다. 성서는 구원 받은 이들을 새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그...

    형통함과 신앙
  • 환대 file

      [호산나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어지니교회) = 나는 거의 매일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는 곧 환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환대는 복음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기도 하다. 그...

    환대
  • 이낙연이 졌다! '차기' 위해 깨끗이 승복해야 file

    [시류청론] 당 선관위 결정 불복은 민주주의 상식 외면하는 행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이 표 계산 방식에 공식적으로 ...

    이낙연이 졌다! '차기' 위해 깨끗이 승복해야
  • 걱정 말아요 그대 file

      [종교칼럼] (서울=코리아위클리) 최태선 목사 = 어제는 빵을 샀다. 빵집에 가면 빵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 예약된 사람들만 빵을 살 수 있다. 한참을 빵을 구경했지만 빵집사장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나...

    걱정 말아요 그대
  • 앞에선 적대시, 뒤로는 대화 손짓… 미국의 ‘체면 차리기’

      [시류청론] 바이든 정부, 미 국익 위해 대담한 사고 전환 필요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노무현 정부 당시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른바 ‘3대 원칙’을 고수해온 결과 오히려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

    앞에선 적대시, 뒤로는 대화 손짓… 미국의 ‘체면 차리기’
  •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한 북한… 지금이 적기다

    [시류청론] 대화 계기 마련되면 해빙 급물살 탈 수도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9월 24일 북 외무성 리태성 부상은 담화에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종전선언 제안에 호응한 북한… 지금이 적기다
  • 오징어게임과 일제잔재 file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이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입니다. 어린 시절 골목길이나 학교운동장에서 흔히 즐겼던 놀이를 ‘데스 게임’(Death Game)의 독특한 소재로 활용했는데요. 더하여 극한상황에 몰린 사람...

    오징어게임과 일제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