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청론] 대북관계, 새로운 인식 필요한 한미 정부

(마이애미=코리아위클리) 김현철 기자 = 북한이 지난 달 말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을 발사한 후, 성명을 통해 “오늘 비로소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때 러시아 의회 4개 정당 대표단이 일주일간이나 평양에 머물고 있었음은 결코 우연의 일치로 보이질 않는다. 김정은과의 친밀도로 보아 북미 문제 해결 가능성이 큰 푸틴이 곧바로 북미 대화 중재자로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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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김현철 기자
 

<미국의소리> 12월 1일 방송에 따르면,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비확산센터 연구원은 “북한이 시험발사에 성공한 ‘화성-15’형은 미 본토 전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으로 수소폭탄처럼 큰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고, 미사일 방어체계를 교란하는 (적의 요격이 불가능한) 장치를 탑재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절대 대기권 재진입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을 만드는 것보다 쉬워서 ICBM을 만든 나라 중 재진입체를 만들지 못한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은 11월 29일 기자회견에서 “(화성-15형이) 발사할 때는 한 발만 관측되었는데, 떨어질 때는 3개로 나뉘어 낙탄, 다탄두일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 발사 당일 일본 항공기 조종사와 선박의 선원들이 150km~300km 거리의 차이를 두고 각각 낙탄하는 장면을 보고 당국에 보고했다. 일본은 이들의 보고를 토대로 이번 미사일의 탄두부가 뭉뚝한 다탄두용이며, 각개 발사식 다발 재돌입체에 초소형화된 수소탄 3발이 탑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화성-15형 6발을 미국 본토를 향해 동시에 발사한다면, 미국 본토에 있는 대도시 18개를 약간의 시차를 두고 한꺼번에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번 화성-15형의 최대 사거리를 1만4000km로 보고 있다. 사거리로 따진다면, 러시아의 R-36형 ICBM(1만6000km)이 세계 1위, 화성-15형(1만4000km)과 함께 중국의 둥펑-41형이 공동 2위, 다음은 미국의 미닛트맨-3(1만3000km)으로 중국의 둥펑-5형과 함께 공동 3위다.

평소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를 요격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의 ICBM은 발사 2~3분 후 이미 대기권 밖으로 사라졌는데도, 미국은 발사 시각인 오전 3시18분을 12분이나 지난 3시30분에서야 이를 알아챘다. 한마디로 미국의 주장이 허풍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북한은 9월 15일 마지막 미사일 발사 후 어리석게 75일이나 미국의 후속조치를 기다렸지만, 결국 돌아온 건 ‘테러지원국’이라는 딱지였다. 이에 분노한 북한은 마침내 ‘화성-15형’으로 미국의 목을 틀어쥔 것이다.

긴 세월을 미국은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하며 북한이 갈구하던 대화와 협상을 전적으로 무시, 결국 기회를 놓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이 같은 오만방자함은 자기들 스스로 세계패권 포기의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며, 2차대전 이후 미국을 새 주인으로 맞은 한국과 일본, 영국 및 그 연방국가 등 20개국을 제외한 여타 180여개국은 미국의 쇠퇴를 내심 반길 상황을 만들고 있다.

‘순진한’ 한국인들… 문 대통령도 달라져야

이번 ‘화성-15형’ 발사의 성공은 북미 간 게임의 끝을 초래했음에도 트럼프는 전쟁연습(비질런트 에이쓰)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의 상술과 그대로 맞 닿아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웃음을 띠며 서울에 왔을 때 어리석고 순진한 한국인들이 큰 박수로 열광했고, 트럼프는 이 틈을 타고 수조원이라는 한국인들의 혈세를 무기 구입비로 슬쩍 챙기는데 성공, 씁쓸한 뒷맛을 안겨주었다.

그런데도 한국 군부와 일부 정치꾼들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북한 군사력을 계속 폄훼하여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다. 특히 조중동 등 기득권 언론은 미국의 관료들과 강경파 정치인들의 발언만 보도할 뿐, 진실을 말하는 전문가들과 <뉴욕타임스>, <불름버그 통신>, <디플로맷> 등의 보도를 거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북의 이번 화성-15형 발사 후 미국의 상당 수 언론들은 “이제 북미 군사력이 대등해져서 전쟁은 물 건너 갔고 대화가 열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왔다”며 오히려 북한의 이번 ICBM 발사 성공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는 한국의 언론이 얼마나 될까.

요즈음 워싱턴의 정가와 외교가에서는 그간 밀착돼 있던 한국과 미국의 안보 관계를 북핵의 위협을 덜기 위해 이제 따로 분리하자는 이른바 분리 정책(Decoupling)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심지어 북이 핵을 버린다면 주한미군 철수도 감수한다는 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국이 바라보는 미국은 우방을 넘어서 동맹, 더 나아가 ‘혈맹’이라고 믿고 있는 실정인데 미국의 속내는 어느 때 건 필요하면 버릴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뜻이다. 어쩌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바람둥이 남편을 목숨 걸고 의지하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조강지처의 모습이 한국이 아닐까?

물론 미국의 동시 핵 포기 조건이 없는 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조건으로 생명줄인 핵을 포기할 까닭이 만무하지만 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확고한 대책은 준비돼 있어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내년 2월의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부 세계에 남북한이 전쟁 직전으로 비쳐지는 여건은 악재다. 군사훈련 규모 확대로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데 누가 평창에 오려 하겠는가.

문재인이 지금처럼 트럼프의 그림자나 된 듯 그가 하자는 대로 움직인다면 결국 북한의 핵무력 총공세에 밀리게 될 것이고, 미국은 자기네만 살자고 한반도에서 빠져나갈 지도 모른다. 이 같은 호재를 놓칠 까닭이 없는 북한은 당장 적화통일을 이루려 할 것이다.

미국은 내년 11월 트럼프에 대한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중간 선거가 있어 바로 1월부터 선거체제로 돌입하기에 북핵문제는 트럼프에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북과의 대화를 기피하면서 오히려 북을 자극해 전쟁을 유도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기는 날로 곤두박질하고 있다.

문재인은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선 내년 초 군사훈련을 중단해야만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대북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 결과 유화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유권자들의 불안감이 줄어든다면 선거판이 공화당에 유리하게 되고, 평창대회 또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달라져야 한다. 통일의 대상인 북한을 상대로 ‘제재’니 ‘압박’이니 같은 험악한 단어 구사를 중단해야 한다. 대화를 하자면서 이 같은 모순적인 단어들을 ‘상용’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평화 무드를 조성하는 지혜로운 자세도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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